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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집집마다 세 자녀 낳기 운동을 범국가적으로 펼쳐야 해요”

20년간 4만여 아기 받은 홍영재 원장의 분만학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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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 애 잘 낳는 여자, 궁뎅이만 봐도 알 수 있어
● 옛날 여성들 볏짚 깔고 애 낳았던 이유
● 수술할 땐 가족이 죽었다고 해도 집중해야
● 최고의 다산상은 고현정, 김혜수, 북한 리설주
● 산부인과에 남자의사가 더 많아야 
● 출산장려금 마련 위해 담배값 인상했으면

홍영재(洪榮載) : 본관 남양. 1943년 전북 고창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 건대부속 민중병원 산부인과 과장. 홍영재산부인과 개원(1981). 現 산타홍클리닉 원장. 연세대 의대 총동창회장. 저서로는 <나는 아기에요> <임신과 출산> <아기의 첫 365일> <타이밍임신법> <아기는 총명하게 키워라> <암을 넘어 100세까지> <청국장 100세 건강법> <홍영재의 젊은생각> <오색섭생> 등이 있다.


   
 

분만 기피하는 여의사들

▶분만 의료수가가 세계 최저 수준인데다가 각종 변수와 소송까지 불사해야 하니 한국에서 산부인과 의사 안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분만병원이 자꾸 사라지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산부인과 의사 중 여의사가 너무 많은 것과 의대생들이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와서 힘든 일은 잘 안하려고 하는 게 문제예요. 제가 세브란스 의대 다닐 때만 해도 70명 정원 중 여학생이 7명이었어요. 작년에 세브란스 졸업식에 가보니까 160명 중 85명이 여자더라고요. 게다가 요즘 의대생들이 다들 잘 사는 것 같습디다. 제가 다닐 때에는 거의 절반의 학생이 아르바이트했어요. 요즘 의대생들 보니 샤프하고 잘 생기고 잘 살아서 힘든 일은 안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 실제로 산부인과 쪽 환자들이 여의사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잖아요?

“요즘은 좀... 남자 의사들, 진료할 때 굉장히 조심해야 해요. 특히 내진 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산부인과 진료대 아시지요? 질초음파 볼 때 의사가 무심결에 환자 허벅지에 손을 올려도 안 되고, 일어나다 보면 의사 손이 환자 무릎에 스칠 때가 있어요. 요즘은 다 추행으로 걸면 걸려요. 전 환자를 볼 때 반드시 간호사 두 명을 서 있게 했어요. 간혹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있거든요. 원장이 나를 추행했다고 강남 경찰서에 고소하면 전 가야 해요. 누가 날 알아보면 의사로서 큰일 나잖아요. ‘홍영재’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거죠. 그래서 남자 산부인과 의사들은 굉장히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해요.”

홍 원장은 “개원한 남자 의사들 중에는 나쁜 사람들에게 타겟이 되어 금전적으로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강남에만 모든 과 포함해서 개원의가 1,500명쯤 되는데, 의사가 잘못해서 문제가 된 경우가 50%라면, 그중 반은 소위 ’꽃뱀’ 소행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여자가 성형외과에 와요. 가슴에 실리콘을 누구처럼 넣어달라고 합니다. 한 달 후에 ‘이게 뭐냐’라며 보호자랍시고 주먹패 같이 생긴 남자를 데리고 와요. 재수술을 해주겠다고 하면 그냥 돈 돌려달라고 합니다. 내일까지 올 테니 준비해 놓으라고. 그 다음날에 수술비로 받은 돈을 내줍니다. 같이 온 깡패 같은 남자와 꽃뱀여자가 ‘이걸 돈이라고 주는 거냐?’면서 원장 얼굴에 돈을 뿌린다고 합디다.”

▶ 어쨌거나 임부의 입장에서는 산부인과 여의사가 많으면 좋은거 아닌가요?
“아니요. 산과의사는 여자보다 남자가 많아야 해요. 왜? 너무너무 힘든 노동이거든요. 여자들은 공부 열심히 하고 실력이 좋을 수 있지만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쉬어 버리고, 365일 5분 대기를 해야 하는 분만 의사를 안 하려고 해요. 밤잠 안자고 공부하는 거야 미혼이니까 할 수 있겠지만 결혼하면 다르거든요. 밤낮으로 일해야 하잖아요. 분만병원을 하면 야전 필드가 더 많고요. 자다가도 애 받으러 가봐야 하는데 살림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선 분만 안하고 다른 걸 해버리는 거예요. 아니면 낮에만 근무하는 분만의사를 하겠다고 하고요. 분만병원이 유지되려면 남자의사가 있어줘야 해요. 보통 문제가 아니예요. (한숨)”

▶ 원장님 개인적으로 여의사가 달갑지 않아서는 아닐까요?
“그렇긴 했어요. 여의사들이 한창 힘든 레지던트 시절에 결혼하고 임신하더라고요. 출산 휴가로 한 달 쉬면 다른 레지던트들이 일을 배로 해야 하거든요. 여의사들은 똑같이 트레이닝 해도 집안 일 때문에 휴가를 자주 내는 거예요. 제가 연세대 의대 총동창회 회장이잖아요. 의대교수들에게 ‘산부인과에 남자의사 좀 뽑아라’고 건의를 했어요. 쉽지가 않대요. 여학생들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고 있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똑똑하지 못한 남자의사를 왜 산부인과에서 받느냐고요.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14명 중 1명이 남자라니 말이 됩니까. (한숨) 요즘 다른 시험에서도 마찬가지라지만 상위 성적은 여자들이 다 차지하잖아요. 1등에서 10등까지 중 7명이 여자라는데 뭘… 다 그렇진 않겠지만 여학생들은 대체로 공부에만 전념하는데, 남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아무래도 남학생들이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의대 다닐 때 그 악바리 정신으로 분만병원 하면 좀 좋겠습니까…"

▶ 원로 의사입장에서 후배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일본의 유명한 산부인과에서 6개월간 분만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일본은 매뉴얼에 따라 엄격하게 잘 한다는 걸 느꼈어요. 아무리 급해도 교과서대로 다 해야 합니다. 산모가 지독한 분만의 고통에서 헤엄치고 있을 땐 반드시 내진을 5번 해야 합니다. 귀처럼 단단한 자궁 입구가 코처럼 말랑말랑해지고, 입술처럼 되고, 혀처럼 말랑말랑해질 때 자궁 입구가 8cm 벌어진 거예요. 8cm에서 10cm까지는 순식간에 열려요. 열리면서 대포 쏘는 것처럼 순식간에 양수가 확 쏟아지는 경우가 있고, 8cm 이상 열려서부터 30~40분 있다가 쏟아질 수도 있어요. 그 물대포처럼 쏟아지는 걸 체크하기 위해서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 출산율도 한국이 세계에서 최하위국이라고 하더군요.
“국가가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범국민운동이 있어야 해요. 지역마다 회사마다 탁아시설 잘 만들어 줘야 해요. 아이 낳고 키우는 환경을 잘 조성해줘야 하는 겁니다. 일본처럼 탁아시설 제대로 지어야 해요. 막말로 담배 값을 확 올려서라도 재원을 마련해야 해요.”

▶ 갑자기 왜 담배값을?
“요즘 캐나다 같은 데는 담배 한 갑이 만 원이랍니다. 암 걸리게 하는 담배 자꾸 피우면 뭐가 좋겠습니까. 담배 값을 왕창 올려버리면 그래도 피우는 사람은 피우겠지요. 담배 한 갑에 1800원 하는 걸 4000원씩 올린다고 칩시다. 나라는 그 차액으로 출산장려정책에 써야 해요. 난임지원도 팍팍 하고, 의사들에게도 제왕절개 수술하게 되면 보상금으로 몇백만 원 줄 수 있어요. 일본은 1명 분만을 하면 의사들에게 오백만 원 주고 있잖아요. 난임지원도 많이 해주고요.”

홍 원장은 “80년대에 ‘둘만 낳아서 잘 기르자’라는 캠페인이 있었듯이, 앞으로는 ‘집집마다 세 자녀 낳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출산장려캠페인을 위해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하고, 나처럼 은퇴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적극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혹시 인간이 왜 행복한지 아세요? 죽는 날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해요. 제가 죽음 앞에 있었을 때 자식도 다 싫었어요. 만사가 귀찮더라고요. 재산도 다 필요 없고 오로지 살고 싶었어요. 오바마 엄마가 죽으면서 아들을 붙잡고 병원비 걱정하면서 가셨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에 관심이 많을 겁니다.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의사 인권은 완전히 무시해놓았지만 얼마나 싸고 잘합니까. 애 낳는데 이만하면 싸지요. 자식을 키우면서도 병원비가 쌉니다. 못 키울 이유가 없어요. 사는 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죽을 날 받아놓은 사람만 하겠습니까. 사실 저는 세 아들 중 한 아들을 잃었어요. 제일 잘 생긴 아들이었는데 사고로 보냈습니다.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싶었어요. 아무리 살기가 힘들어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고 하지 않습니까.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현역 의사이고 싶어요.”


<끝>

[입력 : 2014-07-14]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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