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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턱없이 낮은 의료수가, 분만사고 부담이 산부인과 폐업 초래해”

20년간 4만 여 아기 받은 홍영재 원장의 분만학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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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 애 잘 낳는 여자, 궁뎅이만 봐도 알 수 있어
● 옛날 여성들 볏짚 깔고 애 낳았던 이유
● 수술할 땐 가족이 죽었다고 해도 집중해야 해
● 최고의 다산상은 고현정, 김혜수, 북한 리설주
● 산부인과에 남자의사가 더 많아야 
● 출산장려금 마련 위해 담배값 인상했으면

홍영재(洪榮載) : 본관 남양. 1943년 전북 고창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 건대부속 민중병원 산부인과 과장. 홍영재산부인과 개원(1981). 現 산타홍클리닉 원장. 연세대 의대 총동창회장. 저서로는 <나는 아기에요> <임신과 출산> <아기의 첫 365일> <타이밍임신법> <아기는 총명하게 키워라> <암을 넘어 100세까지> <청국장 100세 건강법> <홍영재의 젊은생각> <오색섭생> 등이 있다.


   
 

관에 띠 두르고 병원行

한국의 산부인과 병원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요양기관 개ㆍ폐업 현황을 통해 본 개원가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산부인과 폐업률이 23.3%로 가장 높았다. 산부인과 의원 1개가 개업할 때 동시에 2.3개가 문을 닫는 셈. 1년 전의 173%와 비교해도 폐업률이 50%나 더 뛰었다. 지난해 산부인과 의원은 43곳이 신규 개원했고 96곳이 폐업했다.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저출산으로 인해 수익이 감소되고, 각종 의료 사고로 인한 소송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참고하면 실제로 분만을 하고 있는 산부인과 병의원 수는 2004년 1,311개소에서 2010년에는 808개소로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임신부가 출산을 위해 큰 도시 병원을 찾아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 산부인과는 분만사고가 가장 두려운 불행인 것 같습니다.
“홍영재 아들도 분만병원 안 하려고 해요. 지금 성형외과 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버님, 저 더 이상 애기를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가슴이 멍해졌어요. ‘아! 자식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를 느꼈어요. 사실 저는 아들에게 좋은 병원을 지어주고 싶었거든요. 전 세계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사라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걸요. 출산율은 저하될 수 있지만 산부인과 의사가 사라지진 않는데, 우리나라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안 하려고 해요.”

▶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고를 두려워하는 거죠. 분만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상상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 생겨요. 애를 3천~4천 명 받으면 꼭 리스크가 오게 되어 있어요. 산모가 잘못 되든지,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던지…  멀쩡하던 산모가 죽을 수도 있어요. 애 낳고 탯줄 자르고, 애기 우는 것 보고 태반 떨어져 나오고… 교과서대로 착착 진행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현장에선 종종 일어납니다. 태반이 떨어져 나와야 하는데 혈관과 혈관 사이에서 양수와 피가 뭉쳐져 피떡이 되어서 자궁 살 속으로 타고선 혈관으로 들어가 버려요. 혈관 속으로 양수가 들어가서  폐동맥 같은 데를 돌다가 폐동맥 입구를 막아버리는 겁니다. 양수색전증이라고 해요. 의사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어요. 교과서에선 ‘양수색전증이라면 의사도 어쩔 수 없었다’라고 인정하고 있고, 미국에선 법적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숨) 하루아침에 돌팔이가 되는 겁니다.”

▶ 사망자 보호자에게 양수색전증이라는 걸 의학적으로 설명해도 안 되나요?
“사망자를 넣은 관에 띠를 매서 대기실에다 놓고 40~50명이 와서 소리를 지르고 탁자 유리 다 깨버리며 난리를 친 일도 있었어요. 외래환자가 그 장면을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설명해도 주먹이 앞서요. 결국 법적 소송이 시작됩니다. 양수색전증이 분명할 경우 2~3년 싸우면 결국 의사가 이겨요. 하지만 소송이 시작되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해요. 그러나 어디 그럴 수 있나요? 결국은 합의를 합니다. 무조건 2억~3억 부릅니다. 당한 사람의 심정이야 백 번 이해는 되지만, 의사의 입장도 한번쯤 생각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요.”

▶ 어떤 의사라도 3~4천 명 분만을 하게 되면 ‘양수색전증’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다고 봐야 해요. 아기 받는데 의료수가가 얼마인지 아세요? 요즘은 자연분만 한 건당 40~50만 원이라지만 내가 할 때에는 4만7천 원이었어요. 분만으로 의사가 어떻게 먹고 살겠습니까. 결국 방값(입원실)에서 벌어야 해요. 그러니 분만병원에 하루에 20~30만 원하는 병실이 생기는 겁니다. 한국은 의사의 인권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의료보험제도가 만들어졌잖아요. 덕분에 국민들은 싸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거고요.”

▶ 아드님의 경우 아버지의 고통을 간접체험 해서 분만의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건가요?
“아들이 경북 안동에 있는 분만 병원에서 2년간 일한 적이 있었어요. 한 달에 200건 이상의 분만케이스가 있는 곳인데, 의사가 4명밖에 없었어요. 아들이 ‘아버지 꼭 가야됩니까’라며 안 가고 싶어하는 걸 ‘일단 내려가서 트레이닝 해라’며 ‘가슴 아픈 일을 많이 겪으면서 능숙한 의사가 된다. 몸 사리지 말고 열심히 해라’며 보낸 거였어요.”

▶ 아드님이 어떤 일을 겪은 건지요?
“안동에 가서 1년 좀 넘었는데, 작은 시골 동네에서 10분이면 병원까지 도착할 수 있었는데, 한번은 애 낳으러 산모가 왔다고 해서 가 보니까 애는 이미 태어나 있는데 문제는 산모가 출혈이 너무 심하더래요. 바로 응급조치를 했대요. 자궁수축이 안 되어서 출혈이 심할 수 있긴 한데, 애를 끄집어 낼 때 뭐가 잘못되었는지, 자궁이 파열되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더랍니다. ‘거즈를 넣어서 20~30분 있으면 괜찮겠지’하고선 시도해 봐도 도무지 멎질 않았대요. 산모 얼굴은 혈색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고요. ‘피가 멈추지 않는 걸 보니 혈액응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의사 4명이 상의해서 자궁을 들어내기로 결정을 했다더라고요.”

▶ 출혈 원인을 찾지 않고 자궁적출을 한다고 해결이 되나요?
“맞아요. 자궁을 밖으로 꺼내면 출혈이 멎을테고 그래야 산모가 살 수 있으니까 결정했나 보더라고요. 밤을 꼬박 새워 수술을 했다더군요. 자궁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는데 자궁이 돌덩이처럼 딱 오므라들어야 피가 안 나오는데 잘라내 봤더니 흐물흐물 하더랍니다. 수술하고 이틀이 되어도 출혈이 도저히 안 멈춰서, 다시 또 배를 열고 들어갔다더라고요. (배를) 열고 수술한 부위 어디가 잘못 꿰맸나 살피면서 또 꿰매고, 또 끄집어내고, 닷새째에는 어쩔 수 없어서 경북대 응급실로 옮겼어요. 거기서 6시간 만에 산모가 사망하고만 겁니다. 모든 책임이 제 아들에게 온 거죠. 사망환자 가족들은 의사가 잘못해서 출혈을 막지 못했다고 난리가 났겠지요. 사실 체질적으로 패혈증이 오면서 피가 굳지 않거나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환자 보호자들은 그걸 모른다는 거지.”

▶ 그 사건은 검찰에게까지 갔겠는데요.
“사망한 산모의 가족이 ’닥터 홍’이 잘못했다며 고소를 했고 검찰로 넘어갔어요. 검찰에서 조사 다 받았는데, 조사를 끝낸 검사가 ‘명명백백히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완벽히 하셨군요. 참 대단하십니다’라고 무죄 결정을 내리더랍니다. 나중에 내 아들이란 걸 알게된 검사가 ‘아버지한테 교육을 잘 받으셨네요’라고 하더랍니다.”

▶ 아드님이 ‘분만’의 ‘분’자만 들어도 손사래 치겠습니다. 
“그랬을 겁니다. 한번 사고가 생길 때마다 법정에 서는 걸 상상하면 얼마나 끔찍했겠습니까. 저에게 ‘아버지 전 더 이상 애기 안 받겠습니다. 정 떨어졌습니다. 자꾸 꿈에 보입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을 붙잡고 ‘난 애를 4만 명 이상 받았다.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겠느냐, 너는 한번의 리스크 가지고 그러냐. 마음이 그렇게 허약해서 어떻게 의사 노릇 할래’라며 달래도 보고 야단도 치고 해봤는데, 아들의 결론은 애기 안 받겠다는 겁니다.”

<6편에서 계속>

[입력 : 2014-07-18]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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