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이승주 기자 |
| ● 애 잘 낳는 여자, 궁뎅이만 봐도 알 수 있어 ● 옛날 여성들 볏짚 깔고 애 낳았던 이유 ● 수술할 땐 가족이 죽었다고 해도 집중해야 해 ● 최고의 다산상은 고현정, 김혜수, 북한 리설주 ● 산부인과에 남자의사가 더 많아야 ● 출산장려금 마련 위해 담배값 인상했으면 홍영재(洪榮載) : 본관 남양. 1943년 전북 고창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 건대부속 민중병원 산부인과 과장. 홍영재산부인과 개원(1981). 現 산타홍클리닉 원장. 연세대 의대 총동창회장. 저서로는 <나는 아기에요> <임신과 출산> <아기의 첫 365일> <타이밍임신법> <아기는 총명하게 키워라> <암을 넘어 100세까지> <청국장 100세 건강법> <홍영재의 젊은생각> <오색섭생> 등이 있다. |
독한 딸, 비실비실 아들
▶ 요즘 고령 임산부들이 너무 많아서 난산이 많겠습니다.
“골반만 좋다면야 고령이라도 관계가 없어요. 나이가 많은데 골반까지 작으면 더 힘들겠지요. 쉰살 여성도 골반이 좋으면 밑으로 낳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나이 많다는 콤플렉스가 있고 진통시간이 더 길어져요. 분만이 더디게 진행 되는 거죠. 무엇보다 나이 많아서 애 낳는 산모들이 대체적으로 어렵게 애를 가진 경우가 많아요. 겨우 난임을 극복해 애를 가졌는데 그만 유산이 된다거나, 멀쩡하게 낳았는데 문제가 터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지금도 미국 산부인과 교과서에서는 여자나이 35세를 ‘늙은 산모’라고 적혀 있어요. 의사들이 돈 벌려고 제왕절개를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고령산모가 많아지면 제왕절개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홍 원장은 분만병원의 신생아실 비화라며 진지하게 얘기했다.
“신생아실에 애가 열 명이 누워 있어요. 전부 딸이야. 그럼 퇴근하면서 간호사에게 ‘편히 근무해라. 잠 조금 자도 괜찮다. 졸아도 된다’라고 농담해요, 물론 우리 간호사들이 절대로 그럴린 없지만요. 내 경험상 딸들이 생명력이 강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귀한 아들, 그것도 몇 년만에 겨우 들어선 아들이면 비상이 되어요. 공교롭게 문제가 터지는 일이 몇 번 있었어요. 간호사에게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 숨을 쉬는지 계속 체크해라, 반드시 옆으로 뉘어라’고 지시합니다. 이상하게 귀한 애에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갑자기 숨을 안 쉬는 등, 신생아 사망을 10여 명 경험했어요.”
▶ 분만할 때 다리를 벌리고 하늘을 보는 자세는 의사 위주의 자세라는 얘기가 있던데요. 각 나라마다 분만 자세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산모는 진통을 할 때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있어야 해요. 요즘 병원들은 산모가 옆으로 눕고 싶으면 옆으로 눕게 하고, 베개를 껴안고 싶으면 껴안게 하고, 이불을 껴안고 싶으면 그렇게 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결국 애 낳을 땐 바로 눕는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진통은 편하게 하도록 하고 분만할 땐 전용 베드에서 해야 해요. 정말이지 애 잘 낳는 여자는 대포처럼 애가 쑴풍 나와 버려요. 1분 만에 낳아버리는 여자도 있었어요.”
▶ 집에서 낳던 옛날에는 분만 베드가 없었는데 어떻게 낳았을까 궁금해요.
“누워서 두 다리 세워놓은 상태에서 낳았겠지요. 공중에다가 애기 띠 걸어놓고 힘줄 때 잡아 당기게 했고, 진통하면서 이를 가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가 상하지 않게 보통 가제 수건을 물립니다. 브라질에서는 껌처럼 된 고무를 물게 했다고 하더군요. 어떤 나라에서는 껌을 와장창 씹게 해서 이를 덜 다치게 한다고도 들었어요.”
▶ 홍영재산부인과에서 수중분만을 국내 최초로 시작되었다고 들었어요.
“수중분만 하려고 아프리카 최남단 나라까지 가보았어요. 흑인들이 수중분만을 하는 걸 직접 봤거든요. 진통이 시작되면 바다로 저벅저벅 들어가요. 배꼽 정도까지 들어가서 쭈그리고 앉더라고요. 수중에서 진통을 참아요. 수중에서 자궁경부가 다 열리는 거죠. 밖에서 생으로 누워있는 것보다 훨씬 진통이 덜하다고 해요. 안 아픈 게 아니라 덜 아픈 거죠.”
▶애가 바닷물 속으로 쑥 나와도 괜찮은가요?
“양수 속에 있었던 애니까 괜찮아요. 애가 물 위에 떠요. 바닷물이 차가워서 그렇지 관계는 없는 거죠. 산모는 탯줄을 자르지 않은 채로 밖으로 걸어 나와서 돌 위에 놓고선 미리 준비해 놓은 칡뿌리 같은 끈으로 탁탁 쳐요. 그러면 탯줄이 툭 떨어지더라고요. 그리고 10분 정도 가만히 있어요. 태반이 몸 밖으로 저절로 나오도록. 그 장면이 수중분만의 모토예요.”
▶ 홍영재산부인과에서 수중분만 케이스가 많았나요?
“100케이스 정도 해봤어요. 그런데 의사들이 불편해 해요. 의사가 산모와 같이 물에 들어가야 하고, 또 하나는 수중분만을 하다 보면 질 쪽으로 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이미 균을 보균한 산모가 수중분만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좀 더티한 몸을 가진 사람을 수중 분만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컴플레인이 들어와도 자세히 설명하자니 좀 이상하고… 이런 일이 자꾸 생기니까 힘들더라고요. 수중분만을 하려면 더 깨끗하고 더 심플하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못하다는 결론이 나온 거죠.”
▶ 분만통증을 줄이기 위해 무통분만을 하면 되지 않나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게 가장 좋아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몸의 반응을 내추럴하게 맡겨야 해요. 아기가 나온 다음 자궁이 수축이 되어야 피가 멎어요. 아기가 확 나오면 자궁 입구가 찢어져 피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기 머리가 나오면 자궁 입구가 그렇게 찢어지지 않아요. 찢어져도, 약간 찢어지고 그냥 저절로 아물어요. 내추럴하게 컨트롤이 된다는 거예요.”
▶ 남자라 분만 경험은 할 수 없었겠지만, 의사로 경험한다고 해도 경이로운 장면이겠어요.
“정말 신비스럽지요. 신의 힘인 것 같아요.”
새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만큼 경이로울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분만의 고통은 과연 왜 있는 걸까?
분만 때 옥시토신의 자극으로 릴랙신이 분비되면 치골의 결합이 녹여지고 골반조직이 부드러워지는 것. 다시 말해서 분만이 가까워지면 자궁근육이 수축하고 자궁경부가 긴장하게 된다. 그때에 뇌하수에에선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낄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분만할 때에도 분비되는 것. 황홀하고 달콤한 최고의 절정의 순간과 분만의 고통이 서로 관통하듯 연결된다는 게 의아했다.
이 옥시토신은 또 한번 분비된다. 다름 아닌 태어난 아기가 산모의 젖을 빨 때다.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비로소 자궁은 수축이 된다고 한다.
<5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