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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제왕절개 여부, 임산부의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20년간 4만여 아기 받은 홍영재 원장의 분만학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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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 애 잘 낳는 여자, 궁뎅이만 봐도 알 수 있어
● 옛날 여성들 볏짚 깔고 애 낳았던 이유
● 수술할 땐 가족이 죽었다고 해도 집중해야 해
● 최고의 다산상은 고현정, 김혜수, 북한 리설주
● 산부인과에 남자의사가 더 많아야 .
● 출산장려금 마련 위해 담배값 인상했으면

홍영재(洪榮載) : 본관 남양. 1943년 전북 고창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 건대부속 민중병원 산부인과 과장. 홍영재산부인과 개원(1981). 現 산타홍클리닉 원장. 연세대 의대 총동창회장. 저서로는 <나는 아기에요> <임신과 출산> <아기의 첫 365일> <타이밍임신법> <아기는 총명하게 키워라> <암을 넘어 100세까지> <청국장 100세 건강법> <홍영재의 젊은생각> <오색섭생> 등이 있다.


   
 SBS 제공..... 드라마 <산부인과>의 한장면
 

의사 손재주에 生死 갈려

▶ 손재주로 치면 한국 의사들이 단연 수준급이라고 들었어요.
“그럴 거에요. 한번은 미국 앨라배마 주에 가서 제왕절개 수술을 한 적이 있었어요. 앨라배마에 살고 있는 처형 집에 아내와 함께 놀러갔다가 난데없이 애를 받은 거죠. 집 수영장에서 마누라랑 쉬고 있는데 의사로 일하는 동서로부터 전화가 온 거예요. 미국은 산모에게 개인 주치의가 있잖아요. 난산이거나 쌍둥이면 큰 병원으로 보내는데, 동서가 제법 큰 병원 의사였거든요. 그 병원에 아주 위험한 산모가 온 거예요. 쌍둥이가 탯줄을 서로 감고 있어서 빨리 꺼내지 않으면 100% 죽는 상황이라 저에게 콜을 한 거였어요. 오케이. ‘지금 간다’며 수술 준비 다 해놓으라고 했죠.”

홍 원장은 숨을 몰아쉬며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수술실에 도착하니 키 180cm, 190cm 되는 의사가 떡 하니 서 있고, 여의사 한 명과 보조의사 3명이 있더라고요. 흑인여성이 누워있는데 어림잡아서 120kg은 돼보이는 거구였어요. 조금 과장하면 허벅지가 몸통만 했어요. 이런 여자가 쌍둥이를 임신했으니 배가 얼마나 불렀겠어요. 한국 여자들은 아무리 뚱뚱해도 배 열면 복강이 바로 나와요. 바로 자궁 열면 되는데, 그 여성은 엄청 나더라고요. 배 지방을 칼로 베고 들어가려면 칼을 몇 번 대야 하는 거야. 그렇다고 메스를 팍 넣을 수가 없잖아요. 살살 해야 하니까 더 미치겠더라고요. (지방에 메스를) 넣고 또 넣고를 여섯, 일곱 번을 해서 자궁 안에 들어가니 두 녀석이 거의 질식된 상태였어요.”

▶ 미국의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있었는데, 한국의 의사처럼 빠르게 못하나 봅니다.
“그렇더라고요. 일반 제왕절개도 한국 의사들은 30~40분이면 되는데, 그들은 1시간 넘게 걸려요. 이 케이스라면 미국에서 잘 한다는 산과 의사라도 2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애 꺼내고 태반 다 꺼내고선 미국 의사들에게 땡큐하고 나가려니 의사와 간호사가 환호성을 지르더라고요. 제왕절개 하는 나의 손놀림과 테크닉을 보면서 미국 의사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더라고요.”

▶ 정말이지 분만이란 손재주도 있어야겠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을 요하는 일이군요?
“그래서 제가 골프를 잘 치는 것 같아요.(웃음) 골프 치러 가면 골프 홀이 10미터 밖에 있어도 딱 서서 집중하면 거짓말 좀 보태 하얀 선이 내 눈에 보여, 하얀 선이. 그 라인을 겨냥해서 때리면 그림같이 나가지.(웃음)”

▶ 의사도 사람인지라, 한계가 있지 않나요? 집에 우환이 있다던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잖습니까?
“하지만 칼을 잡고서면 다 잊어버려요. 막말로 내 가족이 죽었다 해도 잊어버리는 거야. 그 순간에는… 생사(生死) 앞에선 집중이 최우선이니까요. 손재주가 아무리 좋아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의사를 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분만 담당 의사는 더 그렇죠. 또 집중을 잘 해도 판단이 늦으면 저능아나 뇌성마비 같이 태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홍 원장은 분만 전문 의사로서 나름 철칙이 있다고 했다. 다름 아닌 아무리 급해도 절대로 배를 막무가내로 ’업앤다운’(Up-and-Down) 하지 않는다는 것. 개복하는 데에도 정성, 수술 부위를 닫을 때에도 정성을 쏟는다는 얘기다. 제왕절개로 출산할 경우 배에 수술자국이 평생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 원장은 가능한 한 수술자국이 안 남도록 정성을 다해 절개부분을 꿰맨다고 한다. 80~90년대 서울시내 주부들 사이에서는 논현동 홍영재산부인과에서 애 낳았다는 걸 자랑으로 여긴 이유 중에는 애 둘을 제왕절개로 낳아도 수술자국이 별로 크게 남지 않았던 것도 일조를 했을 것이라고 한다. 

“절개를 6cm 정도만 했어요. 빨리 아기 꺼내고 나서 절대로 대충 꿰매지 않았어요. 밑에 베이스를 탁탁 잡아주고선 마치 양복 꿰매는 것처럼 속으로 감으면 선이 하나가 되어요. 일주일 후 스킨 양쪽 탁탁 끊어서 쭉 뽑아버리면 선만 딱 하나 남아있게 되죠. 여자들이 얼마나 민감한데 마구잡이로 꿰매면 안 됩니다. 그것도 배를… 또 회음부 절개도 분만이 진행될 때에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놔뒀다가 애가 나오면서 찢어질 지경이 될 때 살짝만 칼을 대야 해요. 그리고 꼼꼼하게 잘 꿰매줘야 하고요. 요즘 의사들 너무 도식적이예요.”

▶ 일각에서 홍 원장을 제왕절개를 너무 많이 하는 의사라고 비난도 하던데요. 돈 많이 벌려고 제왕절개를 더 권한다고.
“제왕절개 분만을 본의 아니게 많이 했어요. 원하면 다 해줬어요. 그게 좀 아쉬워요. 강남에서 병원을 하다보니 부잣집 아녀자들이 많이 왔어요. ‘원장님 저 죽어도 못 견디겠습니다. 수술해 주세요’라고 통사정을 하면서 자지러지면 안 해줄 수 없었어요. 살려달라며 원장 어디에 있냐고 소리 꽥꽥 지르고 욕하면 해주게 되더라고요. 훌륭한 산부인과 병원이 되려면 제왕절개 비율이 낮아야 해요. 백 명 분만에 7~8명 정도 제왕절개하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어요. 난 14% 정도 한 것 같아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어지간하면 정상분만을 하라고 권해요. 내추럴이 최고거든요. 왕비라고 해도 제왕절개 안 해줍니다, 자연분만을 권하지.”

▶ 홍 원장님 나름대로 제왕절개를 권하는 기준이 있었겠지요.
“본인이 원할 때 해줬고, 아기와 골반 크기를 비교해서 도저히 수술로밖에 안 되겠다 판단되면 해줬어요. 또 아이가 너무 미숙아면 분만통증에 의해 나오면서 아기가 스트레스 받겠다 싶을 때도 했고요.”

▶ 매일 분만실은 아수라장이었겠어요. 홍영재산부인과에는 연예인 분만도 많았다고 하던데.
“연예인이라고 소리 안 지를 것 같지요? 더 난리가 나더라고요. 분만 통증으로 최악의 경우에 빠지면 본성이 다 나와요. 간혹 정말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성격을 보이는 여자도 있고요. 구제불능으로 고래고래 고함 지르는 여자가 30%, 적당히 지르는 여자가 30%였어요. 입술 터지도록 깨물면서 참는 여자도 20~30% 되고요. ‘분만할 때 난 어떻게 변할까’는 직접 겪지 않고는 모릅니다.(웃음)”

<4편에서 계속>

[입력 : 2014-07-01]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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