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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자식은 셋 정도 있어야 좋겠어요”

아카데미상보다 신사임당상 받고 싶다는 연기인 강부자의 당부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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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 아카데미상보다 신사임당상을 받고 싶다.
● 연예계에서 ‘자식낳기운동본부 회장’님으로 통하다
● 고대광실에서는 웃음소리 안 나온다.
● 찌개냄비에 여러 식구가 숟가락 넣으면서 배운다.
● 아무리 잘나더라도 부모 앞에서는 자식이 되어야 한다.
● 애 키워줄 부모형제 없으면 집에 들어앉아라.
● 13남매 둘째딸인 효녀 배우 남보라 기특하다.
● 제왕절개하고 일주일 후에 자결신 찍어낸 억척 연기자.
● 완벽 할머니 연기를 위해 몸빼바지 안에 고무줄 늘어진 팬티 입었다.

강부자(姜富子) : 본관 진주. 1941년 논산 출생. 충남 강경여고, 충남대 국문과 중퇴. KBS TV 탤런트 2기(1962). 극단 산하 입단(1962), TBC 탤런트 전속 변경(1964), 연기생활 52년간 대표작품으로는 <정경부인>, <옥녀> <비둘기가족>, <상록수>, <인목대비>, <별당아씨>, <목욕탕집 사람들>, <불굴의 며느리>, <넝쿨째 굴러온 당신>,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연극 <천정엄마의 2박3일> 등 다수

 

   
▲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의 한 장면


삼다(三多)의 여인

▶ 강부자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몇 년 전에 허리 협착증으로 수술을 했어요. 전 고급스럽지 못해서 꼭 온돌방에 앉아서 텔레비전 봐요. 소파에 누워서 느긋하게 못 보고… (그래서) 협착증이 생겼나 봐요. 일어서려고 하면 다리에 마비가 왔어요. (병원 검사결과) 4번 5번 6번이 들러붙었다는 거예요. 참다 참다 수술을 했어요. 수술하고 퇴원하려고 하는데 고열이 나서 중환자실에 다시 입원했었어요. 쓸개에 돌이 있다고 해서 그 돌도 빼냈어요. 내가 운동을 잘 안하니까 열심히 물리치료 받으면서 재활치료라도 해야 하는데, (수술하고 나서) 그냥 음악만 듣고 앉아 있었어요. 제가 한없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걸 좋아하는데 운동을 싫어하거든요. 다리에 힘이 안 생겨서 지금도 걷는 게 시원찮아요.”

강부자는 자칭 ‘삼다(三多)의 여인’이라고 했다. 겁 많고, 눈물 많고, 정이 많은 여인. 실제로 강부자는 그 누구라도 불쌍한 꼴을 못 보는 정 많은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남이 볼 때에는 되게 억세고 되게 사납고 극성맞게 보이는데, 김수미(탤런트)는 내 생일 때 꽃을 보내면서 카드에 ‘들꽃 같은 여인이지만 어떨 땐 왕성한 야자수 같은 언니’라고 해 놓았더라고요. 김수현 작가는 저에게 ‘집밥의 여왕(JTBC 방송)’은 그댁에서 해야 한다’고 해요. 작가들이나 동료연기자들이 저에게 ‘천상 여자’라고 하더라고요.”

누가 뭐래도 배우 강부자는 대단한 연기자다.  다만, 강부자를 떠올리면 ‘어머니’보다는 ‘할머니’가 먼저 뇌리를 스친다. 고두심, 김혜자 씨를 떠올리면 ‘국민엄마’ 답게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반해 강부자는 오지랖 9단의 할머니 혹은 며느리의 고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만 챙기는 시어머니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만큼 강부자는 어떤 역할이든간에 천연덕스럽게 소화했고, 시청자들은 강부자를 배역 속의 누구로 완벽하게 착각할 수 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강부자가 스물한 살 때 했다는 첫 작품은 <구두창과 트위스트>. 과부의 중매를 서는 45살 중매쟁이 역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작품을 했지만 처녀 역은 딱 두 차례 밖에 없었다고. 19살 북한 여군 역을 맡았던 반공드라마 <수치>와 홈드라마 <로맨스 가족>에서였다는 것.

강부자의 할머니 연기는 일품 중 일품이다. 완벽한 할머니 몸짓을 위해 ’몸빼’ 바지만 입는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속옷까지 고무줄 늘어난 팬티로 갖춰입을 만큼. 

“화면에 보이지는 않지만, 몸빼 안에 고무줄 늘어난 팬티를 입으면 줄줄 흘러내리기 때문에 대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추켜올리게 돼. 또 구멍난 양발을 신으면 이 역시 화면에 잡히지 않아도 연기하면서 발가락을 움추리게 되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주책 맞은 할머니 걸음걸이와 몸짓이 되면저 연기도 자연스러워져요.”

강부자 다운 발상이다. 나이든 배우가 대사 외우기조차 벅차다고 해도 이해가 될터인데, 그 배역의 몸짓과 표정을 근사하게 살리기 위해 소품까지 신경쓴다니, 강부자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연기를 위해 혼을 다하는 그 정성만 봐도 어머니로서의 강부자가 어떠할지 자연스럽게 느껴지고도 남을 일이다.

어느 심리학책에서 읽은 글귀가 떠올랐다. ’인간이 분통을 터트리고 속내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핵심적인 열쇠는 ‘그냥 내 버려두는 것’이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핵가족보다는 多가족이 훨씬 유리하다.’

“우리 남편이 일흔 일곱이야. 나는 일흔 넷이고. 우리 남편이 요즘 늘 하는 얘기가 ‘지금쯤 눈앞에 왔다갔다 하는 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해요. 스무 살짜리 딸이 ‘아빠 아빠’ 하면서 돈 달라고 조르면 얼마나 예쁘겠어요. 난 자식을 둘 밖에 못 낳았고, 다들 미국에 사니까 아쉬워요.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까 자식은 셋 정도 있어야 좋을 것 같아요. 아들은 기둥으로 딱 하나만 있으면 되고, 딸은 둘 있어야 해. 요즘 여자들 얼마나 똑똑하고 멋집니까. 똑똑하니까 자식 욕심 부리세요. 마흔 넘어도 안 늦었어요. 낳을 수만 있으면 낳아요. 못 낳아서 그렇지, 낳기만 하면 늙어서 정말 후회 안 해. ‘늦게라도 낳아서 잘했다’ 싶을 거예요.”

<끝>

[입력 : 2017-05-16]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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