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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내가 자칭 ’자식낳기운동본부’ 회장이오”

아카데미상보다 신사임당상 받고 싶다는 연기인 강부자의 당부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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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 아카데미상보다 신사임당상을 받고 싶다.
● 연예계에서 ‘자식낳기운동본부 회장’님으로 통하다
● 고대광실에서는 웃음소리 안 나온다.
● 찌개냄비에 여러 식구가 숟가락 넣으면서 배운다.
● 아무리 잘나더라도 부모 앞에서는 자식이 되어야 한다.
● 애 키워줄 부모형제 없으면 집에 들어앉아라.
● 13남매 둘째딸인 효녀 배우 남보라 기특하다.
● 제왕절개하고 일주일 후에 자결신 찍어낸 억척 연기자.
● 완벽 할머니 연기를 위해 몸빼바지 안에 고무줄 늘어진 팬티 입었다.

강부자(姜富子) : 본관 진주. 1941년 논산 출생. 충남 강경여고, 충남대 국문과 중퇴. KBS TV 탤런트 2기(1962). 극단 산하 입단(1962), TBC 탤런트 전속 변경(1964), 연기생활 52년간 대표작품으로는 <정경부인>, <옥녀> <비둘기가족>, <상록수>, <인목대비>, <별당아씨>, <목욕탕집 사람들>, <불굴의 며느리>, <넝쿨째 굴러온 당신>,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연극 <천정엄마의 2박3일> 등 다수

   
 


“내 꿈은 80세까지 건강하게 연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연기대상’이나 ‘아카데미상’을 받는 게 아니라, ‘신사임당상’을 받는 거예요.”

 

배우 강부자가 어느 공식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신사임당상’은 1975년 한국 여성의 표상이 되는 신사임당의 얼을 높이 기리기 위해 율곡의 고향인 강원도에서 만든 상으로 매년 어진 인품과 부덕을 갖춘 훌륭한 어머니를 선정해 수여하고 있다.

아무리 나이 든 배우라도 레드카펫 위에서 아카데미상 수상소감을 말하는 걸 더 꿈꿀 수 있을텐데, 훌륭한 어머니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짠한 감동으로 밀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강부자는 항상 어떤 자리에서든지 후배를 만나면 “제 아무리 잘나서 성공해도 훌륭한 어머니로 존경을 못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는데, 어느 누구의 자식이고 누구의 어미로 살아가는, 그것부터 잘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연기자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강부자를 향한 인터뷰콜은 이 같은 덕담에 감동했던 내 기억 어딘가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강부자라면 우리가 왜 자식을 낳아야 하고, 왜 어머니라는 걸 포기해선 안 되는지에 대한 근원적 해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였다.

“‘투비맘 뉴스’입니다. 엄마가 되는 메디컬 뉴스입니다. 선생님을 인터뷰 하고 싶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여배우의 출산이야기… 중략” (기자)

“‘투비맘뉴스’라고요? ‘투비맘뉴스’를 읽으면 엄마가 되는 길이 있나요?” (강부자)

강부자다운 돌직구였다. ‘투비맘뉴스’가 창간되고 이곳저곳에서 매체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해봤지만, 이처럼 명확하게 ‘투비맘뉴스’의 성격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되묻는 사람이 없었다.

“출산… 나만큼 열심히 애 낳으라고 얘기하는 사람 없을 거야. 누구라도 만나면, ‘큰 애가 몇 살이야?, 얼른 낳아, 얼른 둘 더 낳아’ 내가 아주 입에 붙었어요. 옛날에 강석우(배우)가 둘 낳았을 때 ‘빨리 하나 또 낳아’ 했더니, ‘에미가 싫데요 반대해요’ 하더라고. 요즘 만나면 날 붙잡고 ‘너무 후회스러워요 그때 말씀 들을 걸’ 그래요. 다 그렇게 후회하는데, 왜 그렇게 애를 안 낳으려고 할까, 너무 이기주의라 그래. 그러는 나도 둘 밖에 못 낳았지만…”


고대광실에서 효자 효녀 안 나온다

5월 16일. 드디어 강부자(74)를 만났다. 드라마에서 보던 몸빼바지 입은 할머니가 아니라 차분하고 사려 깊은 지혜로운 어른의 모습으로 약속 장소에 나와 주었다.

자상한 웃음으로 걸어오는 강부자의 모습에서 지난 봄 종영한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의 손보살 이모님이 오버랩이 되었다. 극중에서 손보살은 주인공 오은수(이지아 분)의 입장이 되어서 동생(손여사,은수의 시어머니/김자옥 분)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들 내외가 이혼하자 출산과 동시에 손주를 데리고 오려는 손여사에게 “아이는 어미가 키워야 한다. 넉넉하게 뒤봐주며 키우게 하라”며 “아이를 강제로 빼앗아 오는 건 비정한 짓이다”라고 했던 손보살.

거두절미하고 고마운 인터뷰였다. 강부자는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또렷하고 단호한 음성이었다. 익숙한 특유의 말투 속에 살아있는 논리적인 어조와 발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강부자 답게 기자에게 ‘(자식은) 안 되는 건 어떤 일이 있어도 안 되게 키워야 제대로 된 어머니’라며 “자식에게 NO를 할 수 있고, NO의 이유를 정확하게 일깨워줘야 훗날 제대로 사람 구실하면서 살 수 있고, 그런 개인이 모여야 세상이 바르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마치 ‘지금 이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8할이 봐주고 눈감아주기 때문이고, 그것도 어머니들이 잘못 키워서 그런 것 같다’고 꾸짖는 듯했다.

강부자는 연예인들 사이에 ’큰어른’으로 통한다. 후배 연기자들 중에는 “강부자 선생님과 대화하면 뭔지 모르게 꾸지람을 들을 것 같아서 어렵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강부자 선생님과 대화하면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며 고마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강부자는 기혼 배우만 만나면 ‘제발 자식 더 낳아라.’는 출산장려 덕담을 많이 하는 어른으로 통한다니, 기자는 자칭 ‘자식낳기운동본부 회장’이신 강부자를 만나서 꼭 묻고 싶었다. “과연 가지 많은 나무에 열매가 더 잘 열릴까요?”라고.

“호화스럽게 사는 집에는 웃음이 없어요. 진수성찬 차려놓으면 뭐해. 먹는 사람이 없는걸. <강연100℃>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혹시 그거 보세요? 그 프로그램 정말 좋아. 한번은 제목이 ‘가지 많은 나무 열매도 많다’더라고. 7남매를 둔 엄마가 나온다는 거라. 그날은 그 프로그램을 꼭 보려고 TV 앞을 지키고 앉아 있었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형편이 썩 훌륭하지 않고 썩 부유스럽지 않은데 아들 셋, 딸 넷(쌍둥이 둘) 낳은 여자가 나왔어요. 남편이 갓난쟁이 딸을 어깨에 짊어지고 방청을 와 있더라고. 난 그런 걸 보면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얼마나 힘들까’… 하지만 그 애들한테서 얻어지는 기쁨이 얼마나 많겠어요.”

▶ 그 많은 자식들에게… 과연 얻어지는 기쁨이 많을까요.
“그렇고 말고. 마누라는 씩씩하게 생겼고 남편은 마누라보다 체격이 작았어요. (방청석에 앉아 있는) 남편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더라고. 방청석에 앉아서 갓난쟁이를 짊어지고 마누라 얘기하는 걸 쳐다보면서 웃고 앉아 있었어요. 본래 고대광실에 웃음이 없다고 했어요. 또 아들 딸 하나씩 있거나, 하나 겨우 있는 집에는 웃음소리가 잘 안 들리는 법이지. 자식 많은 집에는 바람 잘 날이 없긴 해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법이라우.”

▶ 살면서 돈 문제가 현실에서 가장 무거운 십자가잖아요. 자식 많으면 돈 쓸 일이 많은데,후배 연기자들에게 자식 많이 낳으라고 하면 ‘돈돈돈’ 하지 않던가요.
“난 그럴 때 마다 ‘그냥 평범하게 길러’라고 해요. 특별하게 키울 필요가 없어. 난 애들 고 3일 때 ‘서태지 나왔다. 빨리 와’라고 했어요. (텔레비젼) 못 보게 끄고 공부하라고 하질 않았어요. 그 나이에 하고 싶은 걸 어느 정도 하게 해야 머리가 잘 돌아가요. 그냥 마구잡이로 못하게 하고 돈만 들이부어서 누구로 만들면 뭐해. 그런 자식이 부모 공을 더 알 것 같아요?  (부모 공을) 몰라요. 유별나게 키우면 효자가 없고 말고. 이기주의가 되어 지들만 알지. (한숨)”

▶ 과연 형제자매 많은 것과 성격이 연관성이 있을까요.
“가난한 집에서 찌개 하나 놓고 먹을 때 그 냄비 안에 숟가락이 서로 들어가면서 먹잖아. 마지막에 아버지가 ‘너 좀 더 먹어라’하면 ‘아니에요. 아버지 잡수세요’ ‘엄마 더 잡수세요’라고 숟가락 내려놓으면서 많은 걸 배워요. 21년 전에 대전 엑스포에 갔었는데, 늙은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붙잡고 다니는 집들, 부잣집 아니었어요. 시골에서 칠순잔치 할 때 가보세요. (잔치에 가 보면) 자식 많은 집이 시끌벅적하잖아요. 힘들게 그 많은 자식들 키우면서 살아내신 부모님이니까 다 모여서 고마워하는 거야. 본래 부잣집에서 오냐오냐 키우면 효자 안 나와요. (오냐오냐 키워지면) 효자는 무슨, 나가서 천덕꾸러기나 안 되면 다행이지.”

▶ 힘들게 키운 부모님들의 노고를 자식들이 알까요.
“결국 다 알죠. 일전에 <아침마당>을 봤는데, 택시 기사가 자식을 아홉을 낳았다면서 갓난 애기 안고 출연을 했더라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였어. (그런데) 그 운전사는 점심을 안 먹는대. 설렁탕 값을 아껴서 애들 과자 사갖고 들어가야 한다는 거야. 어떨 땐 그냥 라면으로 때우기도 한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식들이 부모님을 알지, 누가 알겠어요.”

▶ 선생님께서는 밥상머리교육 스타일이셨나요?
“그럼요. 우리 신랑(이묵원/탤런트)이 한 달이면 20일을 밤 새워 술 마시는 사람이었어. 근데도 내가 애들 가고 나면 다시 자더라도 아침에 식사할 땐 꼭 식탁에 앉아있으라 했어요. (자식들이) 아버지 얼굴 보면서 식사하는 걸 철칙으로 세웠으니까. 아버지가 맨날 삐뚤게 살면서 자식에게 똑바로 걸어라 할 순 없잖아요. 부모가 제 역할을 잘 해야 지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잘 살아도 부모 앞에서는 자식이 될 수 있는 거예요.”

▶ 그때 그 시절에 강부자 선생님께서는 넉넉한 살림이셨을 것 같은데.
“아휴… 넉넉하지 않았어요. 내가 67년도 결혼하고 68년도에 애 낳았거든요. 결혼할 때 쌀 한 가마가 4500원이었고, 금 한 돈이 3500원이었어요. 탤런트 한 달에 1만5천원 월급으로 받을 때였어요. 제가 라이브로 CF를 최초로 찍었는데, 세제 광고를 5000원 받았어요. 그때 한국일보 옆에 중학동에 2층 다다미방에서 10만 원짜리 전세 살았어요. 저… 애 낳자마자 친정 엄마를 언니한테서 뺏어왔어요. ‘엄마가 와서 애 길러주지 않으면 이 서방이 500원 벌면 난 500원 갖고 살망정 애를 남의 손에 못 맡긴다’고 했어요. 남동생이 ‘누나는 집에 들어앉기에는 아까운 배우니까 도와주세요’라고 엄마를 보내줘서 그길로 19년을 저희 집에서 사셨어요.”

<2편에서 계속>

[입력 : 2017-05-16]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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