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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여성의 생식학적 환갑은 45세? 그래도 좌절은 금물”

마리아병원 본원 허창영 닥터 인터뷰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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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사진 : 장은주 기자
● 불임의사를 좌절시키는 고난이도 난임케이스들
● 중절수술, 자궁내막 심하게 유착시킬 수 있다
● 30대 초반이면 질 좋은 난자 상당수 배란되어
● 여성의 생식학적 환갑 45세
●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의 미래도 걱정해야
● 명백한 無난자, 無정자증 아니면 대부분 임신 돼

허창영
본관 김해. 1968년 부산출생. 서울대 의대 졸업.
現 마리아의료재단 신설마리아 부원장.
시험관아기 시술 1만3천여 건 기록

 

   
▲ 환자의 상태를 세심하게 체크하는 허창영 부원장.

 

여성의 생식학적 환갑은 45세?

▶한숨이 절로 나오는 케이스가 있다면요?

“60년대생들의 도전입니다. 70년대생은 좀 나아요. 60년대생은 정말 힘들더라구요.”

60년대생이라면 69년생일지라도 40대 중반이다. 사실 옛날로 치자면 손자손녀 볼 나이이지, 자식을 생산할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만혼 추세와 재혼부부가 늘어나면서 40대 부부의 임신도전은 흔한 일이 되고 있다. 불임의사로써 40대 여성의 도전은 안타까움 그 자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평생 쓸 난자가 정해져 있다. 한정소멸인 셈. 아무리 난자가 수백만 개라도 초경에서 폐경까지 총 400~450여 회 배란을 거치면서 거의 소멸된다. 설상가상으로 난소노화 속도까지 빠르다면 난자는 난소노화와 함께 더 빨리 소멸되어 버릴 수 있다. 난소노화 속도는 나이와 유전 등에 자유로울 수 없다.

미혼여성이라도 자신의 생물학적 난소 나이를 알고 싶다면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혈액검사(혈중 AMH수치 확인)를 해 보면 된다. AMH(항뭘러관호르몬) 검사가 바로 그것이다. AMH호르몬은 난소 안에 있는 원시난포(미성숙난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인데, 난소에 남은 난자 숫자가 많을수록 높게 측정이 된다고 한다. 다만, 호르몬 수치만으로 난소기능여부를 확진할 수 없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는 초음파를 통해 난소의 용적을 파악하며 난소기능을 평가하기도 한다.

“초경이 시작되면 좋은 난자부터 없어지는(배란) 것 같아요. 30대 초반이면 좋은 난자가 줄어들고, 40대가 되면 난소에 난자가 얼마 남아있지 않아요. 태어날 때 100만 개 난자였다고 해도 40대 중반이면 만 개 정도 남아 있을 겁니다. 그 중 75%가 이상이 있는 난자라고 봐야 합니다. 또 40대라면 좋은 난자로 좋은 배아(수정란)가 나와도 착상율이 급격히 감소될 수 있어요. 유산율도 높구요.”


▶자연배란 혹은 과배란 주사로 난자를 키울 때 퀄리티 좋은 난자가 자라서 배란이 되는 게 아니라 마치 복권 당첨처럼 걸리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그래서 저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도전하다보면 된다는 겁니다. 의사로써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의사는 하자는데 정작 당사자는 좌절하거든요. 일반적으로 여섯 번 해보고 안 되면 난자공여 혹은 대리모도 고려해보라고 하는데, 저는 그것보다 더 도전해봐야 한다고 봐요. 열 번 정도. 뿐만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다 해봐야 해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겁니다. 불임시술에서 처방하는 주사제와 배란유도제가 여러 가지인데 저마다 반응이 달라요. 각자 호르몬 수용체가 어떤 건 잘 받아들이고, 어떤 건 잘 안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나이 든 분들 한두 번 해 보고 난자 잘 안자란다고 해서 포기해선 안 됩니다. 제가 권하면 ‘의사가 돈 벌려고 권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논문을 위한 논문 너무 많아

▶기억나는 고령자, 난소기능저하였던 분 있었나요?

“뇌하수체에 문제가 있어서 무월경에 난소기능저하인 분이었는데, 놀라웠어요. 진료실에 늘 웃고 들어왔어요. 제가 봤을 땐 너무나 절망적인 케이스인데, 웃음 앞에 저도 어쩔 수 없이 도전이 되더라구요. 성장호르몬을 처방했어요. 성장호르몬이 난자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난자 키우는 과배란 주사도 최대 용량으로 처방했구요. 그분은 절망적이었지만 ‘언젠가는 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되었어요.”

그는 “여성의 생식학적인 환갑 나이는 45세로 조정되어야 한다”면서 “나이가 많아도 난자가 좋은 여성이 있고, 나이가 젊은데도 난자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부하는 의사일까. 그의 대답이다.

“불임의사 초기에는 외국 논문 보면서 많이 따라 했었어요. 이것 저것 다 시도해보는 거죠.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제가 직접 논문 보고서 이메일 보내서 알아보려고 하면 정작 그쪽에서는 ‘우리는 안하고 있다’고 하는 경우도 꽤 있었어요. 논문을 위한 논문이랄까요. 의사는 외국 논문에서 힌트만 얻어야지 환자들에게 무턱대고 적용해선 안 된다고 봐요.”


▶논문을 위한 논문…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인데요.

“요즘 환자들, 의사에게 와서 무턱대고 무얼 처방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해요. 왠만하면 원하는대로 처방해주지만 의사로써 조금 기분이 언짢다 싶을 때가 있어요. 면역처방만 해도 그렇거든요. 면역학 대가가 학회에 와서 ‘이건 아직 제대로 밝혀진 건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이렇게 합니다’라고 발표하면 의사 입장에서도 맥이 풀려요. 결국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겁니다.”


▶의사마다 임신율, 다르지요?

“젊은 의사선생님들이 임신율이 높을 수 있어요. 젊고 (난임이 된 이유가) 쉬운 케이스들이 몰리니까 1차, 2차 안에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술경험이 많은 의사들에게는 하다 하다 안 되는 분들이 몰리니까 임신율이 젊은 의사들보다 낮을 수 있어요.”


▶주로 어떤 유형의 여성들이 임신이 잘 되던가요?

“글쎄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외국인이거나 외국에서 살다가 시술 때문에 오신 부부들이 임신이 잘 되는 것 같았어요. 한국인들이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다는 게 아닐까요.”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궁적출률 1위를 기록, 최근 4년간 수술건수도 41%나 급증했다고 하더군요. 미혼여성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게 된다면 시술 등을 조심해야 하지요?

“의사마다 판단이 달라요. 같은 산부인과 의사라도 종양학 전공하신 의사들은 그 병을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반면, 불임의사는 자칫 난임이 될 수 있기에 살려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종이니 자궁근종, 선근종 같은 질환이 생리통이 아주 심할 수 있어요. 병원에 갔다가 발견이 되는 거죠. 불임의사가 치료하면 생리통 치료는 안 될 수 있겠지만 난임이 되는 불행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괜히 너무 깨끗하게 제거하면서 조직을 잘못 건들면 난소기능저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라면 자신의 전공 한 분야만 생각하지 말고 환자 미래도 걱정해야 합니다.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는 불임의사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임신여부를 결정하는 피검 결과가 나올 때”라며 “(불임의사에게는) 성적표”라고 했다.

“임신이 잘 안되는 날에는 짜증이 나서 술도 마시게 됩니다. 힘든 케이스인 분이 임신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퇴근 후에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환자의 임신이 불임의사의 일진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기자에게 난임환자들의 성공케이스를 설명하기 위해 환자의 차트를 한보따리 들고 와서 “이런 분은 되었고, 이런 분도 되었다…”라며 마치 자신의 아내가 임신 한 것처럼 신이 나서 설명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어쩌면 당신의 환한 웃음 때문에 그녀들은 ‘다시 한 번 더’를 고집하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과학의 힘은 위대하다. 너무 위대해서 눈부시다. 그러나 생명잉태라는 착상의 비밀은 여전히 신이 쥐고 있는 것 같다. 그 성스러운 영역에 도전하는 불임의사는 감히 ’딜’(deal)을 한다. “이쯤에서 자손을 주시지요.”

<끝>

[입력 : 2016-11-01]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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