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1. 인물
  2. 인물

②”임신, 웬만하면 다 됩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마리아병원 본원 허창영 닥터 인터뷰

글  이은영 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sns 공유
    • 메일보내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난자 채취 중인 허창영 부원장.
볼펜 심 굵기 주사기로 난자 채취

▶산부인과에서 불임쪽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산과에서 분만사고를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한번은 다른 의사선생님이 분만 끝낸 산모를 바톤터치 받았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어요. 회진 갔을 때에는 멀쩡했는데 당직실에 올라오니 전화가 왔어요. (그분이) 숨을 안 쉰다고. 불과 몇 분 전에 분만 잘했다고 손 잡아줬는데, 몸 한 번 바꿔 돌려 눕고 사망하신 거예요. 색전증이었어요. 색전증은 의사가 막을 수가 없거든요. 전 아직까지도 그분이 간혹 꿈에 나타납니다. (분만쪽은) 인간으로 한계를 느끼는 사고가 너무 많았어요.(한숨)”

출산을 마친 산모가 사망하는 이유에는 양수색전증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다. 양수색전증은 출산 후 양수가 모체의 혈관으로 흘러들어가서 혈전으로 진행되거나 폐가 막히는 등 갑작스런 쇼크와 호흡 장애를 일으키고 급기야 산모를 사망케 할 수 있는, 의사조차 손을 쓸 수 없는 무서운 불행에 속한다.

최근 고령산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분만 뒤 출혈과 색전증 등 산과적 합병증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생아 10만 명당 모성 사망비는 17.2명으로 전년에 비해 9.2% 증가했다.


▶불임시술도 위험하지 않나요? 난자를 채취하다가 출혈이 심할 수 있고.

“다른 과 시술에 비해 불임쪽 시술은 그리 위험한 시술은 없어요.”


▶불임시술이라면 시험관아기 시술이 가장 하이라이트인데, 시험관 시술을 하려면 난자를 인위적으로 키워서 몸 밖으로 꺼내 체외수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난자채취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바늘로 난소를 찔러서 난자를 빼는 식입니다. (바늘로 찔렀다 빼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지혈이 된다는 조건하에 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코피가 나도 1시간동안 안 멎는 사람이 있고, 금방 멎는 사람이 있잖아요. (주사기로 난소에 찔렀다) 뺀 자리에서 자연 지혈이 안 되면 피가 많이 날 수 있어요. 시술 경험상 ‘시간 지나면 다 흡수가 되니까 지켜봅시다’ 라고 말합니다. 대부분 별 문제 없이 회복이 되어요.”

난임부부들이 임신하기 위해 불임병원에 가면 자연스레 받게 되는 시술이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이다. 인공수정은 적절한 타이밍(난자가 배란이 되는 시점)에 정자를 자궁 속으로 주입시켜주는 시술이고, 시험관아기 시술은 정자와 난자를 몸밖으로 빼내 체외에서 수정을 시켜, 수정란(배아)을 자궁 속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이상 난자채취를 반드시 해야 하는 바로 그 이유다.

허 닥터는 “난자를 채취하는 바늘은 볼펜 심 굵기보다 더 얇으며, 이 주사기로 난자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채취하는데, 이는 난자가 물(난포액)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난자채취를 할 때 통증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마취를 하지요?

“국소마취 할 수도 있고 수면마취도 할 수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국소마취를 권합니다. 수면마취에 쓰는 주사제가 프로포폴인데 부작용이니 사망이니 말이 많잖아요. 이러한 부작용과 사고들은 모니터링을 잘 안해서 생길 수 있어요. 병원 측은 반드시 환자가 숨 쉬는 걸 봐야 하고 심장 박동수도 체크해야 해요. 제 경우에는 수면마취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가 수면마취를 하게 되면 무의식 상태가 되어 갑자기 움직일 수가 있는데, 미세한 바늘로 찌르는 중 갑자기 움직이게 되면 채취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수면마취를 하면 깨고나서 똑같이 아파요. 진통제가 더 들어가지요.”


▶난자채취를 개복수술처럼 속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설사 속을 볼 수 있다 해도 난자처럼 작은 것이 보일 리가 없지요? 또 생식기 위치가 교과서와 달라서 바늘로 채취하기 힘든 케이스도 많다면서요?

“그럼요. 어떤 분은 유착이 되어서 배꼽 근처까지 올라가 있어요. (그런 분은) 평상시 질 초음파로도 난소가 잘 안 보여요. 간호사가 누르고 별 짓을 다 해도 잘 안 보입니다. 또 난소 옆으로 혈관이 바로 지나가기도 하고, 방광 위에 있기도 하고 다양합니다. 본래 교과서에서는 바늘로 방광을 통과해서 찌르라고 되어 있어요. 그렇게 되면 방광내 출혈이 있을 수도 있고, 바늘이 휠 수도 있어요. ”

 

웬만하면 다 됩니다

난자채취. 듣기만 해도 겁이 난다. 난자를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초음파 기구에 바늘을 장착시켜서 질쪽으로 투입, 난소를 찔러 성숙난자(체외에서 정자와 수정이 될 수 있게 성장한 난자)를 몸밖으로 채취해내는 것이다.

허 닥터의 설명을 종합하면, 산부인과 의사라면 한번쯤은 물혹제거술을 해봤을 것이고, 난자채취술과 물혹제거술이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시술경험이 부족한 초보 불임의사라 해도 단시간에 난자채취 등의 테크닉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란을 이식하는 일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 되는 것이, 난자를 채취하는 고도의 숙련된 손 테크닉과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초음파를 보는 실력, 각기 다른 환자 케이스마다 난자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등의 판단력이 불임의사의 실력을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불임의사가 직접 난자채취를 해볼 수 있는 건 언제부터인가요?

“레지던트 때에는 못해 봐요. 불임시술은 불임전문병원에 취직해야 해볼 수 있어요. 레지던트 할 때 한 달에 20~30명 시술했거든요. 하루에 난자 채취 케이스가 두세 건 정도였어요. 어깨너머로 보는 정도지 직접 해보진 못합니다. 전문병원에 와서 선배들에게 배우게 되지요. (난자채취 등의 시술 테크닉을) 금방 배우는 의사가 있고, 더딘 의사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인들이 손기술이 좋아서 금방 배우는 편일 겁니다. 더러 외국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본 분들이 한국에서도 시술을 받으면 한국 불임의사들의 손길이 다르다고 해요.”


▶국내에 불임시술을 하고 있는 대학병원이 몇 군데 없어서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4년간 근무해도 불임시술을 경험하는 건 힘들겠어요.

“요즘 시험관시술을 하고 있는 의대병원이라고 해도 한 달에 열 명 정도 밖에 시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임시술은) 전문병원이 대세인 거죠. 또 불임의사도 전문병원에서 경험을 쌓아야 직접 할 수 있는 거라서, (불임시술은) 불임의가 아니면 산부인과 의사라도 생소한 분야인 겁니다.”

한해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 시술자는 약 20만 명. 가임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부부라는 통계를 실감케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년간 2만~3만여 건에 불과했던 시험관아기 시술자가 2005년부터 부쩍 늘어났다. 정부가 난임부부들에게 불임시술 관련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것이 시술수요 증가를 불러왔다. 지난 9년간 정부는 한 회 몇백만 원이 드는 불임 시술비(인공수정 포함)의 일부를 난임부부에게 지원해왔다. 불임시술비의 부담으로 눈물짓는 난임부부들에게 큰 도움을 준 셈이다.


▶14년간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오면서 느끼는 점이 있나요?

“’웬만하면 다 된다…’입니다. 폐경이 되었다면 안 되겠지만 열 번 도전하면 그 안에 된다는 거에요. 정말 될까 싶은 분인데도 시험관시술 하려고 기다리다가 ’자임’(自然姙娠의 준말)이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분도 있었어요. 자궁기형이었어요. 쌍자궁에 질 두 개, 자궁경부도 두 개였어요. 수술로 자궁 두 개를 합치고 나서 시험관시술을 하려고 기다렸는데 자임이 되었더라구요. 임신의 세계는 교과서와 정말 다릅니다. 의사가 좀 안다고 자만하면 안 됩니다.”


▶불임의사로써 어떤 난임케이스가 힘들던가요?

“자궁이 안 좋은 경우겠지요. 자궁내막이 얇고 유착이 있으면 잘 안 되더라구요. 자궁내막 유착은 골반염이나 결핵 앓았을 때, 될 수 있습니다. 또 중절수술 때문에도 유착이 될 수 있어요. 엄마가 되어야 하는 환자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자궁내막에 태반 잔유물을 남기지 않으려 너무 열심히 긁어내는 경우가 있어요. 많이 긁다 보면 손상이 와요. 자궁벽 자체에 문제가 생기고 유착이 되는 겁니다. 이 경우 생리량이 줄고 난자가 아무리 좋아도 땅이 안 좋으니까 좋은 씨앗을 뿌려도 곡식이 안 자랄 수 있습니다.”


▶절망적일 때 솔직히 말하나요?

“경험이 없을 땐 ‘안 됩니다’라고 말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그 분이 임신할지) 또 모르는 일이니까요. 정말 되려면 그 안 좋은 내막으로도 임신이 되더군요. 착상이 되고 안 되고의 비밀을 불임의사인 우리도 다 알지 못합니다. 불임의사는 경험이 많아도 함부로 단정짓지 말아야 해요. 악조건 속에서도 임신이 되는 걸 경험해 보면 교과서대로 말할 수 없게 됩니다.”
 

[입력 : 2014-06-10]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sns 공유
    • 메일보내기
Copyright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독자댓글
스팸방지 [필수입력] 왼쪽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포토뉴스

Future Society & Special Section

  • 미래희망전략
  • 핫뉴스브리핑
  • 생명이 미래다
  • 정책정보뉴스
  • 지역이 희망이다
  • 미래환경전략
  • 클릭 한 컷
  • 경제산업전략
  • 한반도정세
뉴시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