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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사는 일종의 감정노동자”

마리아병원 본원 허창영 닥터 인터뷰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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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사진 : 장은주 기자
● 불임의사를 좌절시키는 고난이도 난임케이스들
● 중절수술, 자궁내막 심하게 유착시킬 수 있다
● 30대 초반이면 질 좋은 난자 상당수 배란되어
● 여성의 생식학적 환갑 45세
●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의 미래도 걱정해야
● 명백한 無난자, 無정자증 아니면 대부분 임신 돼

허창영
본관 김해. 1968년 부산출생. 서울대 의대 졸업.
現 마리아의료재단 신설마리아 부원장.
시험관아기 시술 1만3천여 건 기록

 

   
 

하얀 피부와 서글서글한 눈, 미소가 귀여운(?) 허창영(47) 닥터. 한눈에 봐도 인기 좋은 ’오빠 의사’로 느껴진다. 마흔 중반의 남자가 어찌 저리도 해맑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여서 난임쯤은 거뜬히 극복할 것 같은 긍정 마인드가 감돌았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허창영 닥터는 2001년부터 마리아의료재단 신설마리아(마리아병원 본원)에서 불임의사를 시작해, 난임 부부들과 임신이라는 목표를 같이 한지 올해로 14년째이다. 그가 속해 있는 마리아의료재단은 설립 25년째로 국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 명수가 가장 많기로 소문이 자자한, 오직 불임만을 전문으로 하는 불임클리닉이다. 전국 8개 도시에 분원을 갖고 있는 마리아병원은 시험관아기 시술 기준으로 최소 월 1천여 명에게 시술을 해주고 있다. 연간 1만2천여 건 이상의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허 닥터는 마리아병원 본원의 5평 남짓한 진료실에서 하루에 50명에서 많게는 100명의 난임여성을 만나고 있다. ‘삼신할배’보다는 ’삼신아재’라는 별명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를 인터뷰 했다.

 

흉기로 의사를 위협해

▶진료실이 너무 좁습니다.

“좁은가요? 진료실이 대체로 이렇지 않나요. 책상과 컴퓨터, 초음파와 진료대만 있으면 되잖아요.”


▶이 좁은 공간에서 답답하지 않나요?

“여기서만 있지는 않고 막 돌아다녀요. 난자 채취도 하러 가고, 이런 저런 시술도 하러 가기 때문에… 의사 진료실은, 클 필요가 없어요. 딱 적당한 것 같은데요.”


▶요즘 의료소비자들이 너무 똑똑하지요?

“의료 환경이 옛날과 달라졌어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의사를 믿고 따르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인터넷 환경에 너무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봐요. 의사의 말을 절대로 안 믿으려 해요. 미리 궁금한 걸 여기저기서 다 검색하고 오니까 의사가 하는 말이 자신이 검색한 내용과 같으면 믿고, 다르면 안 믿어요. 환자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요즘 같아서는 의사하기 정말 힘들어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돌변해요. TV 드라마 보면 응급실에서 의사들이 멱살잡이 당하는 일이 종종 있잖아요. 비슷해요. 참는 게 없어요. 감금도 당해본 걸요.”


▶감금이라니요? 의사를 감금하다니 어째서 그런 일이.

“후배의사의 일이었어요. 자궁외 임신 환자였는데 남편분이 많이 험했어요. 나팔관 쪽에 자궁외 임신이 되었다가 태아가 커지면서 파열이 되었어요. 남편이 격하게 흥분을 하고선 담당 의사를 진료실에서 못나가게 하는 겁니다. 내가 해결해보려고 그 방에 들어갔다가 같이 감금돼버렸어요. 휴… 얼마나 황당하던지… 막무가내로 흉기를 들고 협박을 하더군요.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자궁외임신이 되면 자궁 밖에 착상을 한 태아를 제거해야 하는 거죠?

“그렇죠. 자궁외 임신이 되면 치료라는 것이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가 있어요. 착상되고 얼마 안 된 초기라면 약물로 치료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팔관이 파열이 되면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답니다. 다행히 수술 잘 받고 퇴원했는데, 끝까지 담당 의사에게 악의적으로 대하더라구요.”


▶환자들이 말도 안 되는 화를 내기도 할 텐데,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그래도 화를 내면 안 됩니다. 일단은 욕일지라도 끝까지 들어줘야 합니다. 환자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설명을 시작해야지요. 의사라는 직업이 감정노동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직업군인들 애로가 없겠냐만은 남의 집 귀한 자손 만들어주고 큰 절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환자들의 눈치까지 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의료소비자들이 예전보다 의학 지식이 풍부해졌고 당당해진 결과라고 보기에는 의사들의 한숨이 너무 깊었다.


▶마리아처럼 대형병원 의사들도 느낀다면 개원의들은 더 많이 느끼겠네요?

“그럴 겁니다. 의사마다 의학적 소신이 다른 데에는 다 그 이유가 있는데, 환자들이 인터넷에서 접한 지식으로 전문지식과 맞서니…(한숨)”

불임의사가 되려면 우선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생식내분비학을 따로 전공해야 불임시술을 할 수 있다. 남자의사의 경우 군복무까지 감안하면 전문의가 되는데 1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코 짧지 않은 고된 시간이다.

그는 “산부인과 전공에는 몇 가지 분야가 있는데 피를 보며 수술을 해야 하는 부인과보다, 또 의료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만 분야보다 생명 잉태에 관여하는 불임 분야가 훨씬 매력적인 전공”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투로 짐작컨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인 듯 했다.

“인턴 때 산부인과 도는데 1분1초가 바쁘더라구요. 수술장에 가면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지만 너무 드라마틱한 거에요. 선배가 ‘너는 산부인과 의사 할 얼굴이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는 순진해서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저는 다른 과는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특히 신경외과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너무 힘들었어요. 신경외과는 서서 자요. 우리 때 인턴이 하는 일은 주로 심부름이었어요. 피검사 결과 같다주랴, 필름 찾아다 주랴…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24시간 풀로 가동되니까 잘 수가 있어야지. 체력적으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신경외과 병동에서 교수님들이 회진할 때 교수님 뒤에서 레지던트들이 꾸벅꾸벅 조는 거예요.” 

<2편에서 계속>
 

[입력 : 2016-11-01]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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