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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한해라도 빨리 결혼해야 임신 가능성도 높아져요”

강서미즈메디 불임전문의 김민재 닥터 인터뷰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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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주 기자

김민재(金旼哉
본관 광산. 가톨릭대 의대 졸업(2003).
삼성서울병원 생식내분비 전임의. 서미즈메디 병원 불임전문의


   
 

임신이 치료다


김 닥터는 결혼할 대상자조차 없는 미혼여성들에게 발병하는 생식기 질환을 설명하며 본인 역시 늦은 결혼을 경험한 여성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난소라는 조직은 다른 장기처럼 일부 손상이 되면 빠르게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난소는 회춘을 꿈꿀 수 없는 장기이며, 한번 제거가 되면 그길로 생명잉태의 씨가 없는 채로 살아야 한다.

▶ 수술을 하더라도 산부인과 잘 선택해야겠지요?
“그럼요. 수술은 부인과에서 하더라도 불임클리닉에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수술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거든요. 당장 결혼계획이 없더라도 앞으로 임신을 원한다면 수술 후에 임신 시도가 가능할지, 수술로 인해 난소 기능이 떨어지진 않을지 등을 짚어봐야 합니다.”

▶ 수술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임신여부가 다를 수 있나요.
“좀… 그럴 수 있어요. 불임 쪽 마인드가 없으신 의사선생님들이 있어요. 대학병원의 경우 불임시술 하지 않는 곳이 많아요. (부인 종양을 전공하시는) 대학병원 선생님들은 난소낭종 제거를 할 때 근치적(병을 완전히 고침) 치료라고 해서 깨끗하게 없애는 수술들을 많이 하세요. 물론 난소 부위도 많이 제거가 되구요. (근치적 치료를 하면) 재발율이 현저하게 낮아지긴 해요. 하지만 깨끗하게 제거하는 건 좋은데, 난소기능이 뚝 떨어지는 거죠. (한숨)”

▶ 불임의사이라면 차후 임신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염두하고 수술하겠군요.
“그럼요. 수술하기 전 난소기능검사 꼭 해 봅니다. 제 나이에 비해 난소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여성이라면 수술부터 생각할 순 없거든요. 아무튼 기혼여성이라면 수술보다는 임신을 빨리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자궁내막증의 경우 임신하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요. 출산 후에 증상 봐가면서 수술해도 늦지 않아요.”

자궁내막증은 임신이 치료라는 말이 있다. 난자가 안자라고 배란이 안 되면 호르몬 분비가 안 되어서 엉뚱한 곳에 증식하고 있는 내막증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 때문. 내막을 증식시키는 에스트로겐이 임신 이후 출산하고 젖 먹이는 동안 분비가 멈출 수도 있으니 내막증이 치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자궁내막증이 심한 경우 첫 아이는 시험관시술로 임신했지만, 둘째는 자연임신인 경우가 적지 않다.

▶ 미혼여성들이 검사 없이 스스로 자신의 생식기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긴 해요. 평소 생리주기와 생리 양이나 생리통을 잘 살펴야 합니다. 여성마다 고유의 패턴이 있거든요. 대체적으로 생리주기가 28일에서 31일까지는 규칙적인 주기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생리가 너무 자주 나온다거나, 반대로 생리를 너무 안하는 경우라면 배란장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또 생리주기가 보통 때(28~31일)보다 자꾸 빨라지면, 이를테면 27일, 26일, 25일 주기로 바뀐다면 난소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어요.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보셔야 해요.”

▶ 생리 양으로 생식기 건강을 체크할 수 있나요.

“조금은요. 생리하는 기간이 4~7일이 보통인데, 생리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어지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병원에 가 보는 게 좋아요. 또 생리가 아주 짧게 하루 혹은 이틀 비친다거나 일주일 넘게 나오면 정상 생리가 아니라 무배란성 출혈의 가능성이 있거든요. 생리통도 언제부터인가 아주 심하다면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 같은 부인과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어요. 결혼할 계획이 없는 미혼이라도 나중을(엄마가 되어야 할) 생각해서 꼭 산부인과 병원에 가서 체크 받아 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김 닥터는 “난임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최근 만혼(晩婚-늦은 결혼)만을 문제 삼을 수 없다”며 이런 얘기를 했다.
“연상녀 연하남 커플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전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여자가 나이가 많으면 임신하기 힘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연상여자와 결혼하면 임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혼을 서로 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여자들이 조금이라도 결혼을 빨리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솔직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더라고요. 나이 마흔이라도 결혼하자마자 바로 임신을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30대 초반인데 조기폐경이 와서 임신을 못하는 분도 있어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임신을 잘 못할 거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는 증거인 거죠. 너무 나이가 많은 분과 결혼을 한다면야 임신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겠지만, 30대 후반 정도라면 충분히 임신 가능하니까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불임병원에 있어보니까 참 답답한 것이, 마흔 새색시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조금만 더 일찍 결혼했더라면… 안타까운 케이스가 너무 많아요. 40대 이후 여성이라면 한 달이라도 빨리 임신시켜야 하는데, 사실 마흔이 넘어버리면 난소에 남은 난자 중에 염색체 문제가 있는 난자가 많거든요. (40대 이후라면) 건강한 난자와 정자가 수정이 되었다고 해도 아무래도 착상율이 떨어지고요. (한숨)”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연상녀 연하남 커플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4-5년 정도의 연상녀는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연상녀 연하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기자는 김 민재 닥터와의 1시간 대화 내내 결혼, 미혼, 임신이 화두였다. 하지만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는 ‘여자에게 결혼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자꾸 던져졌다.

김 닥터는 인터뷰 내내 “좀 빨리 결혼해서 왔더라면”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불임의사로써 안타까운 마음을 고스란히 내비치는 듯 했다.

누구인들, 늦은 결혼을 꿈꾸겠는가. 백마 탄 왕자님이 눈앞에 안 나타나서 문제이지, 백마탄 왕자님을 마다할 여인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더라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사라지고, 백마를 탔든 안탔든 ‘왕자’를 왕자로 취급하고 싶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본능보다는 이성과 계산이 앞서는 선택을 하려 한다.

불현 듯 조선시대 사문난적의 선구자 허균의 말이 떠올랐다. 허균은 “남녀의 정욕은 하늘이 부여해 준 것이요, 이를 검속하는 것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나는 성인의 말씀을 따르기보다는 하늘을 따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피 뜨거운 청춘남녀들은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도 아니요, 하늘이 준 권리를 누리는 것도 아니면서 왜 사랑도 결혼도 자식도 마다하려 할까?

“사람의 앞 일은 모른다”고 했다. 아직 결혼할 계획이 없더라도 혹시 누가 알리요. 백마 탄 왕자님이 내게 저벅저벅 걸어와서 간절하게 청혼을 하게 될지. 그 찬란하고 가슴 뛰는 청혼 앞에 “저는 난소가 없답니다”라고 말하는 비극을 만들지 않도록, 미리미리 자신의 생식력을 체크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끝>
 

[입력 : 2014-06-20]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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