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1. 인물
  2. 인물

”나의 선택이 20년 30년 후에도 정답이었으면 좋겠어요.”

서울 라헬여성의원 불임 의학 연구소장 25년차 배양 연구원 정미경 박사가 털어놓는 배양실이야기

글  이은영 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sns 공유
    • 메일보내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이승주 기자

● 대학졸업 후에도 불임병원 배양실에서의 긴 수련 기간 거쳐야
● 베테랑 배양연구원의 관건은 경험과 판단
● 정자 난자 다루는 배양연구원은 차분하고 치밀해야 해
● 건강한 난자는 태양을 닮았다?
● 착상의 비밀은 수정란과 자궁내막에 있어
● 최상급 수정란으로도 임신이 안 될 수 있다

정미경
1965년생. 본관 연일. 한양대 생화학과 박사.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89년~2010년).
現 서울라헬여성의원 불임의학연구소 소장.

 

   
 


최근 10년간 국내외에서 인공적으로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 임신을 시도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고, 이 같은 불임시술의 획기적인 발전과 대중화에는 보조생식술의 힘이 컸다. 특히 체외수정(IVF)에 있어서 보조생식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의술을 행함에 있어서 없으면 안 되는 신기술이다. 적어도 불임시술에서만큼은 보조생식술의 힘이 ‘절대’라는 말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이로운 일이다. 정자와 난자가 몸 밖에서 만날 수 있고, 수정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도전인데, 그 수정된 배아의 질을 짐작하고 생명으로써 장차 태어날 가능성이 있는 배아만을 골라서 자궁 내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자는 궁금했다. 과연 보조생식술 일선에서 일을 하는 연구원들은 어떠한 고통과 고민 속에서 생활할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그들은 넓은 세상을 마다하고 오로지 현미경 속에서 삶의 애환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생명은 어떠한 의미일까.

보조생식술 현장에서 25년간 배양관련 연구를 해온 정미경 소장 (48)을 만나러 가는 날은 2014년의 봄 시작을 알리는 듯 하늘과 공기가 따뜻하다 못해 나른했다.

기자는 보조생식술 그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 소장이 근무하는 불임병원을 방문했다. 연구실은 마치 미로 찾기 하듯 병원 입구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했다. 역시 ‘관계자출입금지’구역. 불임병원에서는 이곳을 ‘배양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배양. 참으로 친숙하지 않는 말이다. 그 이유에는 ‘배양’하면 뇌리에 스치는 것이 균 배양, 줄기세포 배양 등에서의 배양. 즉 세포 혹은 세균을 배양하는 것이 떠올라서 너무나도 전문적이고 어려운 뉘앙스가 풍겼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고 할까.

불임병원에서의 배양실은 세균이 아닌 생명이 될 수 있는 생식세포를 배양하는 곳이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되어 이뤄진 수정란, 그 생명의 근원을 숨 쉬게 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한해 20만 건의 불임시술이 행해지고 있다. 그 중에 보조생식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체외수정(IVF)술은 약 3만~4만 건에 이른다. 한해 45만~47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면 그 중에 15~20%가 바로 보조생식술에 힘입은 불임시술로 세상에 빛을 보고 있다.
정 연구원은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불임병원의 도움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젊은 부부들인데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나이에 비해 정자 상태도 난자 상태도 안 좋아져 오신다고”고 걱정했다.

 

배양연구원은 털털하면 안 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의 세포를 다뤄서 그런가. 정 소정은 침착하고 진중하고 세심했다. 하기는 25년간 난자와 정자만을 핸들링 했다니 타고난 성격이 털털하다손 치더라도 개조가 될 수 있었으리라.

▶난자는 우리 몸 세포 중 가장 큰 세포인데, 눈으로 확인되진 않지요?
“그럼요. 난자가 지름이 130~150 마이크로미터인데 1마이크로미터가 0.001mm이면, 난자 지름을 0.13~0.15mm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난자가) 정자보다야 수십 배 더 크겠지만, 거의 눈으로는 보기가 어려워요. (난자를) 시력이 좋아야 아주 어렵게 볼 수 있다고 봐야죠. 정자는 난자보다 훨씬 더 작아서 배율이 낮은 현미경에서도 보기가 어려워요.”

▶난자, 정자, 배아를 관찰하는데 전자현미경을 쓰나요?
“아니요. 광학현미경을 써요. 전자현미경은 세포내 소기관등을 관찰하는 특수한 경우에 쓰고, 일반적으로 난자와 수정란, 정자는 광학현미경으로 확인합니다. 광학현미경은 학교 생물시간에 보던 현미경과 비슷하지만 연구소에서는 쓰는 것들은 굉장히 해상도가 높아요. 난자를 볼 때에는 40배~100배 확대해서 1차 관찰을 해요. 좀 더 자세한 시술을 (미세수정 등) 할 때에는 200~400배 확대해서 시술을 합니다. 정자를 검사할 때에는 200배~1000배 확대해서 관찰을 해야 해요.”

▶배양실에 근무하려면 성격이 꼼꼼하고 차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배양연구원이 되려면) 손재주도 좋아야겠지만 성격도 치밀해야 해요. 영업형 스타일은 안 됩니다. 예를 들어서 수정란(배아)을 얇은 유리관을 통해서 옮겨야 하는데, 성격이 터프하면 얌전히 옮기지 못하고 확 집어서 옮길 수 있어요. (배양실에 근무하다보면) 아무리 성격이 괄괄하더라도 차분해 질 수밖에 없어요. (모든 걸)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루다보니 성격이 조금씩 변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배양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것이 투명한 성격이어야 해요. 문제가 생겼을 때 정확하고 빨리 선배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수정이 잘 안 되면 빨리 선배와 상의를 해야 하는 거죠. 혼자서만 판단하고 결정하면 안 됩니다.”

▶ 불임병원에서 보조생식술을 하는 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전공을 해야 하지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기준이 되는 학과들이 정해져 있어요. 대체적으로 생물학 관련학과나 축산학 관련학과 출신들이 많아요. 임상병리하신 분도 있고요. 최근 생명, 노화 등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니까 불임병원 배양실을 모르더라도 막연하게 배양 쪽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인간 배아를 다루는 건 정자 난자가 있어야 해 볼 수 있는데,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밟아도 학교에서는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쉽지 않겠어요.
“학부에서는 이론적인 것을 배우지, (배양을) 못 해봐요. 동물난자와 동물정자도 실습강의 때 접해볼 순 있긴 해도 한 팀이 하면 다른 팀이 옆에서 보는 식이라서… 석사를 해도 동물 난자 동물정자조차 거의 다뤄보지 못하고 졸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발생학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님 밑에서 실험을 해 봤다면 경험했을 거예요. 석사 과정에서 소 난자, 돼지 난자, 생쥐 난자로 실험해 보고 오신 분도 있고, 전혀 접해보지 못하고 오신 분도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 일반 세포를 배양한 경험들은 다들 갖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이 분야 관심이 있어서 대학 2~3학년 때 대학원 실습실에서 가서 경험했다는 분도 있고요.”
정 소장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인간 배아를 접하는 것은 불임병원 배양실이나 배아 줄기세포 연구하는 연구소라야 가능하다는 것. 배양연구원으로서 베테랑 대열에 들어가기 위한 관건은 경험 즉. 세월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정자가 난자를 모른척?
▶말이 나왔으니 여쭤보겠습니다..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의 차이가 뭐지요.
“성체줄기세포는 제대혈 태반, 혈액이나 골수 등에서 추출한 미분화세포입니다. 자가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 다양한 병을 치료하는데 일부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된 수정란에서 발달한 세포입니다.
수정란은 1개 세포인데, 수정된 지 5-6일째가 되면 세포분열로 무려 약 120-150개 세포로 이루어진 포배기 상태가 되어요. 이때 자궁내막에 착상을 해야 하는 거죠. 이 포배 안에 우리 몸을 만드는 세포덩어리가 있어요. 다양한 세포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기초 세포 덩어리인데, 여기서 추출한 세포를 배아줄기세포라고 하는 거예요. (배아 줄기세포는) 우리 몸 모든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세포인 겁니다. (몸 조직이) 여기서 다 분화가 되는 만능세포인거죠.”

정 소장은 “줄기세포 배양 팀은 포배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내어서 분화를 하는 연구를 하고 있고, 불임병원 배양실에서는 수정란을 포배기까지(혹은 이보다 빨리) 배양을 해서 자궁에 이식해주는 일을 한다”며 불임클리닉 배양실의 주된 업무를 설명했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된 수정란은 1개의 세포다. 그 1개의 세포가 세포분열을 통해 온 몸의 조직과 기관을 만드는, 그야말로 멀고 먼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세포분열은 세포가 작게 쪼개지지만 결국은 한 개가 더 생기는 것이다. 하나의 같은 세포가 한개 더 생기는 것. 기존의 DNA를 2배로 복제를 해서 서로 나눠가지는 과정이다.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DNA를 복제하니 우리 몸의 세포는 어느 부위의 세포를 떼 내도 유전자가 같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면 22~25시간이 지나면서 세포분열을 시작한다. 마치 눈사람을 위아래로 만들 듯이 나누어가며, 2세포기-4세포기-8세포기-상실기-포배기를 향해 달려간다. 포배기가 되는데 5일~6일이 소요된다.

정 소장은 “불임병원에서 행해지는 체외수정술(IVF)에서 배양연구원들은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서 배양연구원들은 사람의 몸 밖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나게 하고 수정시키는 일을 한다. 또 수정된 배아를 배양인큐베이터에서 2일~5일간 넣어두면서 세포분열을 잘하고 있는지 등 수정란(배아)의 상태를 파악하며, 착상율이 높은 만한 수정란을 엄선해서 의사에게 전달하는 일인 거다. 불임의사는 배양연구원이 건네준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체외수정술을 완료시키는 셈이다.

▶체외수정술(IVF) 이라는 것이 결국 정자와 난자가 몸 밖에서 수정되는 것인데, 정말 난임 부부에게는 획기적인 보조생식술인 것 같아요. 채취 후 수정시도는 바로 하나요?
“바로 수정을 시키지 않아요. 정자와 난자 상태에 따라 달라요. 보통 오후 1시~6시쯤에 수정을 시킵니다. 만약 난자를 채취했는데 너무 과성숙 난자가 채취되었다면 바로 수정시키기도 하구요. 난자는 수정이 딱 되어야 할 시간이 있어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 안 됩니다. 아무 때나 수정하는 게 아니라 난자가 정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수정 가능한 시간에 딱 맞아야 하거든요. 미성숙 난자를 뽑게 되면 체외에서 성숙시켜서 수정시켜야 하는 거죠.”

▶배양접시에 정자와 난자를 같이 올려놓아도 정자가 난자 옆에서도 수정을 안 할 수도 있다면서요. (수정을) 못하는 건가요?
“정자가 안 좋을 때도 그렇고, 난자가 안 좋을 때도 그렇더라고요. 자연수정이 힘든 거죠. 그런 경우의 부부라면 사실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에서는 아무리 타이밍을 잘 맞췄어도 수정이 힘드니 임신이 힘들었을 겁니다. 체외수정술(IVF=시험관아기 시술)이 난임 극복에 큰 힘이 되었던 이유가 바로 체외에서 수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겁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에서는) 자연수정이 안 되면 미세수정으로라도 수정을 시켜낼 수 있다는 거예요.”

 

   
▲ 배양 연구원들이 회의하고 있는 사진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판단력
난자 세포질 내 정자 직접 주입술(미세수정)은 현미경으로 정자를 관찰하면서 가는 관을 이용해서 정자를 난자 세포질내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1992년 벨기에 과학자에 의해 시작된 어느덧 20년째 불임병원에서 행해지는, 배양연구원의 숙련된 손기술이 요구되는 중요한 보조생식술의 하나다.

▶미세수정 (난자 세포질 내 정자 직접 주입술)은 자연수정이 안 되면 하는 건가요.
“(미세수정 결정이) 미리 결정할 수도 있어요. 정자가 너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답니다. 정자가 너무 뭉쳐있다거나,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정자의 형태가 너무 안 좋으면 수정 능력이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미세수정을 결정해요. 환자의 지난 시술 경험을 토대로 미세수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다른 병원에서 수정이 잘 안 되었다라고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무조건 미세수정을 하진 않아요.”

▶모든 판단에 있어서 배양연구원들이 경험을 무시할 수 없겠네요.
“(보조생식술을 행하는) 이쪽 일이 하루아침에 되지 않아요. 사실 배양연구원으로 필드에 나오면 제일 먼저 검사법부터 배워요. 정자 난자는 노출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무한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어요. 정자검사를 하는 것도 선배 옆에서 같이 보면서 배우는 식입니다. 난자만 해도 외부 공기에 노출되면 안 되니까 난자를 놓고 동시에 같이 공부를 합니다. 시술 케이스가 적은 병원 배양실이라면 아무래도 배우는 과정이 좀 길어질 수 있겠지요. 반면, (시험관시술) 케이스가 많은 배양실이라면 직접 안 해 봐도 선배로부터 듣고 배우고 보고, 계속 소통을 하니까 빨리 습득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환자의 수정란이잖습니까.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해 보는 게 가능하려면 배우는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지요.”

▶배양연구원의 경우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라면.
“아마추어 연구원이라도 난자 정자를 딱 봐서 ‘나쁘다’라는 걸 파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왜 나쁜지’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는 거죠. (그런 판단은) 시간이 걸려야 알 수 있답니다. 손의 익숙함뿐만 아니라 지식의 익숙함까지 갖추려면 적어도 최소한 3년 이상 걸린다고 봐야겠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자와 난자가 늘 좋거나, 늘 나쁜 게 아닙니다. 좋았다가 나빠질 수도 있어요. ‘미세수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판단이 순간적으로 돼야 할 때도 있고요. 경험이 풍부한 연구원이라야 조금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요. (정자와 난자를) 아무래도 좀 더 많이 본 연구원이 낫겠지요.” (배양연구원 입장에서는) 보면 볼수록 항상 어려운 게 난자, 정자, 배아의 상태 인 것 같아요.

▶체외수정술 (IVF)에서 수정란 체외배양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기왕이면 여러 수정란 중에 착상율이 높을만한 배아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배양연구원은) 세포분열 속도와 배아 속 세포질의 상태, 세포질의 파편화 등으로 배아 성적을 매길 수 있어요. 수정란의 속이 어두운가, 공포 등이 있나, 깨끗한가 등을 관찰하고 핵과 핵인 등 의 상태도 봅니다. 수정된 지 3일째가 되면 8세포 난할이 되는데, 3일 이후부터는 정자 정보까지 반영이 되어서 세포분열에서 배아의 질이 더 확연하게 나타나요. 단순히 배아의 질이 좋은 배아를 골라야 한다면 5일 포배기까지 가서 골라야 합니다. 3일째보다는 5일째가 훨씬 배아가 자신의 정보를 더 보여주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5일 배양을 고집할 수 없답니다. 아직 까지 체외 배양이 체내만큼 완벽하지는 않거든요. 최근 들어 체외배양 시간이 길어지면 좋지 않다는 보고들이 있어서 불임병원에서는 배아상태를 봐가면서 자궁 내 이식을 결정하고 있어요.”

▶체외에서 5일까지 견디지 못하는 배아도 많지요.
“그렇죠. (그래서) 무조건 5일 배양을 고집할 수 없어요. 난자가 많이 채취되어서 체외에서 수정된 수정란 개수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해요. 또 어떤 배아는 체외에서 오랜 노출보다는 체내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안전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수정된 지 2~4일 만에 자궁으로 이식을 합니다. 실제로 2일 배양했든 4일을 배양했든 이식 후에 임신율 차이는 없더라구요.”

 

 

 

 

   
▲ 좋은 배아와 좋지 않은 배아



배양 인큐베이터 자주 열지 말아야
▶수정란을 배양하는 배양기계를 인큐베이터라고 합니까.
“네. 배양 인큐베이터예요. 자궁환경과 비슷한 환경이죠. 인큐베이터는 전국 어느 병원이라도 비슷한 걸 쓸 겁니다. . 문제는 인큐베이터 안쪽 환경입니다. (좋은 인큐베이터 환경에는) 정답은 없습니다. (인큐베이터 안 환경을) (이산화탄소)랑 (산소)랑 조절해서 배양해야 하는데, (어떤 배양실에서는) 를 낮추기도 하고, (또 다른 배양실에서는) 랑 일반대기랑 같이 조성해 놓기도 해요. 전체적인 트랜드는 좀 더 랑 가 컨트롤 될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낫다고 생각들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배양 인큐베이터 안 공기도 중요하지만 배양기로 들어가는 가스도 중요해요. 가스에 필터를 장착을 많이 합니다. (필터에 의해) 공기 중에 안 좋은 물질들이 걸러지도록 하는 거죠. 미국의 경우도 시내 중심가에 불임병원이 있으면 공기 필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해가 안 되는데, 배양이라는 것이 결국 배양 인큐베이터 안에 배아(수정란)를 넣어놓고 문 닫고 가만히 놔둔다는 건가요?
“이렇게 이해하면 되어요. 정자와 난자를 배양접시에 올려놓고 자연수정이나 미세수정을 시킵니다. 그리고 배양접시를 배양 인큐베이터에 넣어놓아요. 첫날은 밤새 그냥 놔둡니다. (배양연구원이) 다음날 출근해서 수정 확인을 한답니다. 불임병원 배양실마다 차이가 있는데, 매일 인큐베이터를 열어서 배아상태를 확인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해요.”

▶배아 상태를 보기 위해 자주 열어보시나요.
“제 경우는 자주 열어보지는 않아요. 배아가 관찰을 위해 자주 밖에 노출하는 것도 좋지 않고, 배양기 문을 자주 열수록 인큐베이터 안 환경이 바깥 공기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거든요. (저는) 배양액을 교체할 때만 여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밖에서도 배아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장치들이 개발되고 있어요. 타임랩스 장치라고 하는데, (타임랩스는) 배양기내에 작은 현미경장치 위에 배아를 놓고, 5-20분 간격으로 배아사진을 촬영해서 동영상처럼 볼 수 있는 장치입니다. (타임랩스가 없었던 때에는) 배아를 이식할 때까지 두세 번 봤다면, (타임랩스가 있다면) ) 배아를 좀 더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어요. 하루에 한번만 배아를 관찰할 땐 알기 어려웠던 걸 알 수 있겠더군요. 배아의 세포분열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서 착상확률이 높은 배아를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타임랩스는 배아의 세포분열을 시간적 간격을 두고 촬영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다. 장점은 수정란이 배양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서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이식 당일까지 배양기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유해한 영향 등으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는 것. 국내 불임병원들에서 작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불임병원마다 배양기술력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무슨 기준인가요.
“병원마다의 기술력을 비교 할 수는 없습니다. (배양을 해 보는) 경력이 짧으면 모든 것이 미숙할 수 있어요. (배양연구원이라면) 정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 수정이 되었을 때 어떤 배아가 좋은지, 난할이 되었을 때 배아 상태, 미세수정 등을 할 때 어떤 정자를 골라야 할지 등을 빠르게 판단해야 해요. (배양하는) 경험이 부족하면 빠른 판단이 힘들고 미숙할 수 있어요. 또 순간적으로 어떤 걸 처리할 때 긴장할 수 있습니다. (저희 일이) 한 포인트만 늦어도 안 되어요. 정자만 해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움직이는 것에서 아주 빨리 골라내야 합니다. (정자 난자가 수정된) 수정란을 놓고도 배아의 질을 판단해 내야 해요. (시험관아기 시술에선) 시간을 딱딱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면 곤란하거든요. (수정란을) 배양할 때 사용하는 배양액도 무엇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배아의 질 달라질 수 있으니까 배양액 결정도 해야 하잖아요. (배양액은) 자체에서 만들 수도 있고, 상품화되어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어요. 제가 느끼는 것은 상품화 되어 나온 것들이 비교적 정도관리 시스템 잘되어 있어 믿을 만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정 소장님께서는 어떤 배양액을 선호하나요?
“비밀이죠. (웃음) 각자의 환경에 따라 불임병원마다 선호하는 제품들이 있을 겁니다.”

 

 

 

 

 

 

   
▲ 좋은 난자와 좋지 않은 난자

 

 

 


태양을 닮은 난자
정 소장님은 “시험관아기 시술에 있어서 의사의 역할과 연구실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며, “요즘 고령여성이 많이 늘어나서 긴장감이 더 돌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배아가) 배양조건 때문에 안 좋아질 수도 있고, 그 자체 때문에 (고령으로 인해) 안 좋아질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고령자라면 정자도 난자도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난자를 수도 없이 많이 본 정 소장의 설명이다.
“썬 버스트(sunburst)라고 표현해요. 좋은 난자는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 모양처럼 세포가 펼쳐져 있고, 가운데가 맑아요. 반면, 난자도 안 좋으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나요. 물론 40대에도 정말 상태가 좋은 난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20대인데도 난자가 안 좋은 분들도 있습니다.
간혹 이런 경우도 있어요. 난자를 키워서 채취했는데, 공난포가 나왔다고 하면 정말 공난포일 수 있겠지만, 그 경우는 난포 내 성숙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거든요. (난자를) 그 다음날 다시 뽑아보면 정상적인 난자가 채취가 되기도 합니다. (공난포라는 것이) 미성숙인 채로 뽑으면 물만 나오고 난자가 안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또 퇴화난자라고 해서 난자가 거의 죽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원래 발달이 잘되지 않을 난포가 호르몬 주사로 키워지거나, 황체화 호르몬 등이 일찍 작용할 경우에 주로 나타납니다. 그 안에 있는 난자가 거의 죽어서 나오는 경우가 있지요. 고령 여성일수록 좀 많은 편이랍니다..”

기자에게 20년 이상 난자를 바라보고 있는 연구원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여자 나이 45세 이상이라면 난자 입장에서 환갑에 가까운 거라고. 또한 40대 이상 여성이라면 겉으로 질 좋은 난자일지라도 염색체 이상인 경우가 꽤 있다.

▶최상급 수정란을 잘 골라서 이식했음에도 임신 성공을 하지 않을 때도 있지요.
“배아의 질도 중요하지만 자궁내막도 중요하니까 그럴 수 있어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세포분열이 느리고 놀라울 정도로 절편화가 되어 있어서 배아 등급을 좋게 매기지 않았었는데… 임신이 된 경우도 있었어요. 좀 이해가 안 간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타임랩스 장치를 이용한 배양관련 연속 관찰 결과들을 보니까 분절이 된 세포가 세포분열이 되면서 사라지기도 하더군요. (수정란이) 나쁘다고 해도 ‘자궁 내 이식 못 한다’라는 결정을 아끼게 되었어요. 사실 착상에 대한 답이 수정란 질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수정란도) 좋아야겠지만 자궁내막도 좋아야 합니다. 불임분야에서 수정란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되어 있는데, 자궁내막 연구가 아직 많이 안 되어 있습니다. ”

배양연구원 25년차 그녀에게 생명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나에게 생명이란) 존귀입니다. 아무리 경험이 많고 노하우가 풍부해도 배아(수정란)를 놓고 그 미래를 속단하는 건 금물 같아요. 한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환자를 만났어요. 너무 많이 우시더라고요. 그때 저는 반성을 했습니다. ‘(내가)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이라며 매너리즘에 빠지진 않았었나. 저 분은 자신의 인생의 전체인데, 나는 매일 하는 일이라고, 좀 안다고 해서 속단하는 게 아닐까’ 반성이 되더라고요. 의학에서도 이 분야에서도 10년 20년이 지나고 나서 다른 결론을 내는 것들이 많거든요. 지금 ‘맞다’고 한 것들이 미래에 많이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답이고 싶어요.”

기자에게 정 소장은 이런 경험을 고백했다. 강남 C병원에 근무할 때였다. 한번은 시험관아기시술 15주년 행사에 참석했는데, 그 행사에는 C병원을 통해 태어나서 자란 청소년 (시험관아기 시술로 태어난) 까지 왔다고 한다.

그녀는 유심히 바라보았다고 한다. ‘건강하게 별 문제 없이 잘 자랐나?’ ‘성격은 어떨까?’라며. 불임병원 배양실에 근무하는 한, 태어날 아기의 미래에 대해 한시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입력 : 2016-11-01]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 블로그
  • sns 공유
    • 메일보내기
Copyright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독자댓글
스팸방지 [필수입력] 왼쪽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포토뉴스

Future Society & Special Section

  • 미래희망전략
  • 핫뉴스브리핑
  • 생명이 미래다
  • 정책정보뉴스
  • 지역이 희망이다
  • 미래환경전략
  • 클릭 한 컷
  • 경제산업전략
  • 한반도정세
뉴시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