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확장적 재정 의지는 내년도 예산안에 이미 반영돼 있다. 정부는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인 513조5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총지출 증가율은 9.3%로, 2년 연속 9%대에 머문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건전성 확보를 위한 긴축 재정을 펼치면 오히려 미래 세대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경제가 먼저 활력을 되찾아야 세수 증가세가 회복되면서 점진적으로 재정 건전성도 확보될 것이란 설명이다. 즉, 현재의 지출은 미래의 경제 선순환 구조를 가져 올 '투자'라는 시각이다.
정부의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는 2.2~2.3%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전망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성장률은 2.0~2.1% 부근으로 기존 전망치(2.4~2.5%)에 미치지 못할 것임을 이미 공식화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가야 할 성장 경로를 가지 못하고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나타냈던 점이 가장 아쉽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적자 살림'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다. 당초 정부는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1조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도 시사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재정의 이·불용 최소화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균형(even)을 다소 밑도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단기적으로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폭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통합재정수지는 당해연도 정부가 거둬들인 돈(총수입)에서 사용한 돈(총지출)을 차감한 수치로, 정부 재정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누적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월별 지표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크다. 연말께 쓰고 남은 돈(이·불용)이 생기면 적자 규모를 일부 보전할 수 있는데, 정부는 제2, 제3의 추경 효과를 내기 위해 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이·불용액은 16조5000억원에 이른다.
과거 통합재정수지가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19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세수 불황이 나타났던 2015년 등이 전부다. 올해 적자 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내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 -1.6%, 2021년 -2.0%, 2022년 -2.1%, 2023년 -2.2%로 지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관리 목표인 -3%를 당장 내년부터 넘어선다.
쓸 돈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들어온 돈은 적다. 올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 수입은 당초 세입 예산안인 294조8000억원에 못 미칠 전망이다. 올해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기업 실적이 부진하면서 법인세 수입이 줄었고, 증권거래세 인하, 유류세·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세수 규모를 1조3000억원 줄였다. 9월까지 세수가 걷히는 속도(세수 진도율)는 77.4%로 3년 평균값(78.5%)에 못 미쳤다.
부족한 세수를 위해 정부가 지는 빚의 규모도 커진다. 내년 적자 국채 규모는 올해(33조8000억원)의 2배가량인 6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44.2%까지 오른다. 정부는 2017~2018년 초과세수가 발생하면서 28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 여력이 비축돼 있다고 설명한다. 채무의 절대 규모보다는 불어나는 속도에 초점을 둬 강력한 재정 혁신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준칙을 설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수출을 비롯해 소비, 투자 등 민간 부문에서의 활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 재정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의욕을 꺾는 정책들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다. 정부 재정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적자를 기록할 것이며 적자 폭은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내내 더 커질 것이다. 무능한 정부의 바보같은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