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서울 중구 부영빌딩 16층은 IT 기업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VR(가상현실) 기기나 최신 스마트폰 등 IT 제품을 책상 바로 옆에 배치해 언제든 새 서비스를 실험해볼 수 있게 했다. 또 본부장 이상 임원 방은 크기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고 부서장들도 칸막이가 없는 평평한 책상에서 직원들과 나란히 앉아 일한다고 한다.
씨티은행의 경우 내년 4월 서울 종로구 씨티뱅크센터 빌딩으로 본점을 옮기면서 이 건물 전체를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같은 스마트 오피스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은행장이나 임원들이 별도의 방을 갖지 않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이미 은행장실이 따로 없다.
이에 대해 "공간만 바꾼다고 보수적인 은행 직원들이 갑자기 혁신가가 되는 건 아니다"라는 지적도 많다. 임원들 사이에서는 "직원들이 매일 옮겨다니니 같은 건물에 있어도 얼굴 보기 어렵고, 지시나 보고를 메신저나 메일로만 해야 하는 게 영 불편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사이좋은 직원들끼리만 모여 앉거나, 아이디어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직원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은 "대단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공간 혁신이 아니라 보수적인 은행들이 관행을 바꿔가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개인 사무실을 가졌다는 직원들은 14%만이 현재 업무 환경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답했다. 업무 공간으로 개인 지정석을 선호한다는 직원 비율은 60%를 차지했다.
세빌스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이 유연한 근무 환경에 더 익숙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모든 연령대에서 자신만의 업무 공간을 갖고 싶어했다"며 "최근 칸막이를 걷어낸 열린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소음을 민감하게 여기는 직원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열린 사무실이 도리어 직원 간 대면(對面) 접촉을 줄어들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7월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이선 번스타인 교수 등이 집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칸막이 구조에서 개방형으로 사무 환경을 바꾼 회사에서 직원들 간 대면 접촉 시간이 70% 줄었고, 인스턴트 메시지로 대화하는 횟수도 67% 늘어났다.
이 같은 부작용을 인식해 열린 사무실에 다시 칸막이를 설치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이케아의 미래생활연구소 '스페이스10'은 올해 덴마크 코펜하겐 사무실에 언제든 설치와 제거가 가능한 칸막이를 두는 내부 공사를 했다. 직원들이 평소엔 칸막이가 쳐진 곳에서 일하다가 필요에 따라서 개방된 회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