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고령사회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구 고령화가 금융업권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특히 보험사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줘 금융회사와 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혁 예금보험공사 연구센터 박사와 박진우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는 6월 28일 발간된 '금융안정연구'에 '고령화가 금융기관의 경영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예보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금융기관의 경영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2003~2017년 일반은행, 저축은행,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증권회사의 패널자료를 이용해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선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일반은행의 부보예금(은행 등에 예치한 예금 가운데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은 증가하고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보험회사의 수입보험료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인 자산포트폴리오를 원하는 고령인구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건전성이 양호한 일반은행의 예금으로 이어지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는 보험수요의 감소를 유발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령화는 저축은행을 제외한 금융업권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손해보험업권의 경우 경영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업권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저축은행을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금융회사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총자산순이익률(ROA)에 대한 영향은 없었고 순이자마진(NIM)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저축은행이 일반은행에 비해 위험이 높지만 상대적인 고금리 제공과 동일한 예금보험제도 적용을 통해 자금을 쉽게 조달해 고금리 대출 등으로 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 고령화가 업권별 경영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일반은행, 저축은행, 생명보험사, 증권회사는 인구 고령화의 진행으로 부실위험이 낮아지고 ROA 변동성도 낮아지며 전반적인 경영위험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저금리와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저하는 일반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와 증권사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러한 금융사의 성장가능성 저하, 수익성 악화 등이 전반적으로는 금융회사의 부실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손해보험사는 이익변동성이 크고 이익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개별 금융사의 준비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를 포함한 금융감독기구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예보는 저출산, 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가 가져올 수 있는 금융사의 부실 및 금융시장 위기에 대해 미시건전성 감독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감독 차원의 상시감시 강화, 금융안전망 기구로서의 대응체계 보완, 차등보험료율제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