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관세 부과가 한국의 중간재 수출을 직접 제약하는 한편 미중의 내수 둔화가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무역 경로를 통한 영향'으로 0.2%p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 심화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주체의 관망 행태 경향이 증가하고 투자·소비 등 기업 및 가계의 경제 활동이 둔화하는 '불확실성 경로를 통한 영향'이 나머지 0.2%p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18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 회의 및 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참석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미중 양국 수출 비중이 워낙 커 두 나라가 붙은 분쟁에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면서 "0.4%p는 결코 작지 않다. 미국과 중국 양 당사국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여기에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 부진까지 가세했다. 한국 기업의 설비 투자도 반도체와 연관이 큰데 반도체 경기가 나쁘니 수출도 부진하다"면서 "올 한 해 성장률 둔화는 미중 무역 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대외 요인 악화 탓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내년에는 미-중 무역 분쟁이 에스컬레이트(Escalate·악화)하지 않는다는 기대는 있다"면서도 미중 분쟁으로 인한 악영향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양국이 취한 관세 인상 등 조치가 상당 기간 이어져 내년에도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되면 내년에 갑자기 좋아지는 게 아니다"라면서 "내년 경제에도 계속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수출 규제는 아직 큰 영향이 없었다"면서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내년 전망을 아직 안 내놔 (아직 모르겠다). 그것(내년 전망)은 다음 달에 하면서 일본 영향을 어떻게 볼지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을 지닌 직면 과제로 '대외 불확실성'을 꼽았다. 미중 무역 분쟁과 반도체 경기 모두 올해보다 내년이 낫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지만 실제 긍정적으로 내다보기는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까지 전망해왔던 것이 예상을 벗어나서 안 좋은 쪽으로 갔다"면서 "현재로서는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며 어떻게든 잘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 총재는 "지금도 물가 수준과 경기 상황을 보면 금리를 낮출 상황이 됐다. 그런데 과연 한국이 긴축적이냐. 지금이 긴축적인 수준이라면 곤란하다"면서 "현재 금리도 1.25%로 아주 낮은데 제로 금리까지 갈 수 있느냐(는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들 리세션(Recession·경기 침체)을 얘기한다. 막상 리세션이 왔을 때 제일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중앙은행이 정책 수단(금리 인하 여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진짜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하므로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내년 경제가 잠재 성장률(2.5%)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현재의) 저금리를 빨리 정상화해놔야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정말 어려울 때 다시 대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과거 두 차례의 금리 인상(2017년 11월·2018년 11월)과 관련한 일각의 비판을 두고서는 "그때 올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 싶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재는 ‘통화 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펼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경기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 부작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소수 의견도 나오는 것이고 (섣불리 추진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0%의 물가 상승률은 한두 달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저물가에 크게 기여했던 기조 효과가 12월부터 약해진다는 판단에서다. 근원물가는 내년에 들어서야 1%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