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조치가 이어지고, 미·중 무역갈등의 경우 1단계 합의가 있었으나 향후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북은 정부가 지금의 경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지난 4~5월까지는 '광공업 생산·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에 대해 부진하다고 평가했다가 6~10월에는 '수출·투자'가 부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9월호와 달리 이번 10월호에는 '글로벌 교역 위축'이란 문구가 따로 추가됐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글로벌 교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1.2%까지 하향 조정하는 등 보다 엄중해진 상황 인식이 반영된 평가로 보인다.
기재부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집행을 가속화하고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투자·내수·수출 활성화를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최근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미리 계획을 해두고 열린 자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다른 일정상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미국 출장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불참했다. 총리실에서는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기재부에서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대리 참석했다.
청와대는 최근 경제 여건이 엄중해 대통령이 상황을 직접 챙기기 위해 이번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도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4%)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부처 장관들에게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지시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경제와 민생에 힘을 모을 때"라며 "무엇보다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해 민간 부문의 활력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기, 통상분쟁, 반도체 가격 등 대외여건 악화가 수출·투자 등 우리 경제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벤처투자 확대, 수출증대, 신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