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7월말~8월초 통화정책국과 국제국, 금융시장국 등 주요 부서에 기존 컨틴전시 플랜을 점검·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해당 부서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과 업무 연관성이 높은 부서로, 현재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확실성 요소가 어떤 형태의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와 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대응방안 등에 대해 정밀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가 위기 대응에 고삐를 죄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깜짝 인하' 전후다. 시장에서는 동결을 예상한 상황에서 선제적인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총재가 6월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비롯해 각종 국제 회의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랐다.
공식석상에서의 발언도 이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성장률 달성과 경기전망 등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시각을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기둔화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향후 경기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보는 발언이 많았다. 지난 8월 30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소위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부쩍 늘어나는 게 작금의 상황"이라고 했고, 한 달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더 강화될 경우를 가정, 성장률 전망치와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통화정책의 여력'을 강조하며 경기대응 의지를 보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 비해서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경제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면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력은 갖고 있다"고 말해, 시장에서는 10월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한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가 최근 경기상황에 대해 상당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라며 "한은의 컨틴전시 플랜은 금융경제상황에 변화를 미칠 만한 요소가 있을 때 수정·보완을 해 왔는데 지금도 그런 상황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