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주요 다자·양자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제사회 공감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산업부 측은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석하기 위해 오늘 출국한다"며 "지난달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와 마찬가지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코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RCEP 회의에서 한국이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청한 데 대해 얼마 전 "RCEP 협상은 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관계없는 장소에서 발언을 계속하면 한국은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서도 "안전보장을 위한 수출관리 재검토"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배제되면 국내 기업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일본산 제품을 수입할 때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제시하는 수출통제 목록은 15개 항목, 218개 품목이며 총 1100여개로 추정된다. 지금까지는 3년 포괄허가를 통해 개별 수출 품목 심사를 면제받아왔다.
캐치올 규제도 지금보다 더 까다롭게 적용할 수 있다. 캐치올 제도는 비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결국 국내 기업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1100여개 품목 외에도 캐치올 규제에 속할 수 있는 비전략물자까지 일일이 확인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원칙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 무기 개발, 제조 등에 활용하지 않는 품목이라면 통상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준다는 입장이다. 캐치올 규제는 일본 정부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사실상 원활한 수입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의 캐치올 규제는 객관(Know·客?) 요건과 인폼(Inform)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허가 신청을 받도록 돼있다. 객관요건은 수출자가 해당 물품이 WMD 등으로 전용될 의도를 알았거나 의심이 될 경우를 뜻한다. 인폼 요건은 정부가 상황허가 대상 품목을 지정해 수출자에게 개별 통보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치올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곤란하다"며 "전략물자 리스트처럼 따로 정리된 것이 없어 직접 겪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참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를 앞두고 마지막 담판에 나섰으나 기존 입장만을 재확인한 채 합의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