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인신매매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정했다. 특히 아무런 법적 보호 없이 강제로 송환되는 북한 주민들의 실태와 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책임을 지적했다.
6월 21일 'RFA'(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20일 발표한 '2019 인신매매 보고서'(2019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는 17년째 북한을 인신매매 실태가 최악인 3등급(Tier 3)에 포함시켰다. 미국 정부는 2001년부터 의회가 제정한 '인신매매 폭력 피해자 보호법'(Trafficking Victims Protection Act, TVPA)에 따라 관련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의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매년 전 세계 국가의 인신매매 실태와 정부의 인신매매 방지노력 등을 평가해 크게 3개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3등급은 해당 국가가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신매매 보호법을 따르지 않을 뿐 아니라 인신매매 피해 방지나 개선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국가들에게 주어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중국 등지에서 강제 노동을 시키면서 인신매매 문제를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정부는 주민들에게 국내외 노동을 강요하고 그 수익금을 불법적인 활동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성인과 아동을 동원한 강제 노역, 수용소 훈련, 해외 기업으로 강제 노역 수출 등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인신매매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 정권이 중국에서 강제 송환되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기는 커녕 탈북에 대한 처벌로 수용소나 노동 교화소에 보내거나 처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또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인신매매에 취약한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는 중국 당국에 책임을 물었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불법 체류하고 있는 많은 탈북자들이 인신매매업자들에게 넘겨져 매춘업소나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서 강제로 일을 하거나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을 하는 등 인신매매에 매우 취약한 환경에 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강제 북송 후 피해자들이 당하는 처벌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에게 중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북한과 같이 본국 송환 시 보복에 직면하는 국가의 피해자들에게는 법적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인신매매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정치적 억압의 수단이자 수입원으로 이용되는 강제 노동과 강제 송환되는 주민들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북한 정권이 성매매 및 노동 착취를 범죄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인신매매 사건과 인신매매범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들과 협력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에 나서는 한편 국제 인권 감시단이 국내외 북한 노동자의 생활 및 근로 조건을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3등급 국가에는 북한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이란 등 18개국이 지정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무부의 이번 보고서 발표 시점을 두고 북한과 중국에 외교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인 상황에서 북중 정상회담 당일 발표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