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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펜 민주주의

“진정한 청춘은 자유주의자, 자연주의자, 현실주의자다”

글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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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그와 싸우는 룸펜은 장미의 가시와 같고, 새끼를 보살피는 판다와 같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긴 하루를 살며, 언제나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이다. 룸펜은 아름다운 허무한 장식을 거부할 줄 알며, 쓸쓸해도 빈 거리를 당당하게 걸을 수 있고, 차가운 의자라도 기쁘게 앉을 수 있다. 사진=김재홍

룸펜(Lumpen·獨逸語·부랑자 또는 실업자)은 말한다, “나를 건드리지 말라. 내 세상은 내가 알아서 한다!". 진정한 룸펜은 건달이 아니며 쓰레기가 아니며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룸펜은 자신을 바쳐 자신의 자유를 구가하는 자, 속박과 굴레를 벗어난 참다운 유목민이다. 그가 만일 한 끼 식사를 위해 몸을 일으킨다면, 그 자유가 한 걸음 내딛은 땅은 그만큼 자유의 진보다. 그런 진보는 예측되지 않고 부끄럽지 않고 어둡지 않으며 직선적이지 않다. 룸펜은 완고한 자유주의자다.

     

룸펜은 우발적이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는 예측되지 않지만 ‘스스로 그러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다. 자연 안에서 모든 것을 긍정하는 룸펜의 자연주의는 현실의 간난 속에서도 자신을 루저(loser)가 아니라 가능성의 존재로 만든다. 그러므로 룸펜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우발성을 거스르지 않는 대긍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자유를 구가하는 사람이다. 그는 진정한 자연주의자다.

  

룸펜은 생활인이다. 그는 먹고 마시고 싸는 생활인이며, 노래 부르고 영화 보고 춤을 추는 현실주의자다.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룸펜은 우리 일상의 모든 틈새에 기거하는 너무나 우리와 닮은 존재이다. 만일 청춘이 꿈을 꾸는 존재라면 그는 룸펜이며, 자유를 열망하는 존재라면 그 또한 룸펜이다. 청춘은 언제나 현실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룸펜은 결코 건달이 아니며 쓰레기가 아니며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진정한 청춘은 자유주의자이자 자연주의자이며 현실주의자다.

   

 

     엿 먹어라!
     너의 아픔이 결단코 나의 아픔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값싼 분노와 함성은 단 1mm도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

  

     - 중략 -

  

     너의 민주주의를 피터지게 외치면서 깃발이 되지 못 하는 너의 시여
     가서 너의 민주주의나 외쳐라
     - 졸시, 「명퇴 민주주의」 중에서

   

 

룸펜의 맞은편에 이데올로그가 있다. 현실 속에서도 현실이 아니라 이념과 주장에 갇혀 있는 자가 이데올로그다. 이념과 주장은 본질상 편향적이므로 그는 결코 리얼리스트가 될 수 없다. 이데올로그는 밥을 먹지 않고도 배부를 수 있으며,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데올로그는 반현실주의자다. 그는 현실의 바깥에서 권위를 찾고 거기서 위안을 얻는 맹목적 인간이다.

  

룸펜이 청춘의 유목이라면, 이데올로그는 권위주의의 코드다. 혼돈과 결핍과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긍정하고 인간적 자긍심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청춘이라고 할 수 있다면, 진정한 룸펜이야말로 청춘의 유목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그는 한 때 얻은 기준을 절대시하여 시간과 차원의 변화를 애써 외면한 채 변치 않는 자기만의 기준을 고집하는 권위주의자다. 우리는 고집불통의 권위주의가 과거 어떤 폭력을 행사해 왔는지 똑똑히 보았다.

  

룸펜은 민주주의를 외친다.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도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삶을 현실 속에서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도 룸펜에게는 민주주의가 필수적이다. 룸펜 민주주의는 루저가 아닌 루저들을 위한 기반 시설이다. 때문에 이데올로그의 반현실주의와 권위주의와는 공존할 수 없다. 룸펜은 자신의 민주주의를 위해 이데올로그와 싸운다. 그는 눈을 뜨고도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이데올로그와 싸우며, 이데올로그의 불통의 보수주의와 싸운다.

  

이데올로그와 싸우는 룸펜은 장미의 가시와 같고, 새끼를 보살피는 판다와 같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긴 하루를 살며, 언제나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이다. 룸펜은 아름다운 허무한 장식을 거부할 줄 알며, 쓸쓸해도 빈 거리를 당당하게 걸을 수 있고, 차가운 의자라도 기쁘게 앉을 수 있다. 룸펜의 생명력은 이데올로그와의 끈질긴 싸움을 통해 단련되고 강화되어 마침내 자신의 민주주의를 관철시켜 낸다.

  

룸펜 민주주의에 희망이 있다면, 세상은 언제나 이데올로그를 거부해 왔다는 사실이다. 룸펜 민주주의 바로 곁에서 살을 맞대고 있는 모든 반현실주의와 권위주의와 보수주의는 청춘의 자유주의와 자연주의와 현실주의를 결코 이길 수 없다. 오직 싸움을 위해 세력 구축을 위해 이데올로그가 된 자들에 맞서 이제 룸펜은 세계 도처에서 자신들의 참다운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입력 : 2019-06-12]   김재홍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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