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내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남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평화와 경제 공동체 구축을 통해 종국적으로 번영의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천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김정은 합의문 ‘불발’이 문 대통령의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당초 문 대통령이 그렸던 신한반도 체제의 전제는 '제재 완화'를 단초로 한 남북경제협력 사업 추진이었다. 경제협력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이끌고, 짙어진 평화 분위기가 또다시 남북 간 협력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도를 통해 ‘평화경제공동체’를 만든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러나 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이 이번 결렬의 원인으로 떠오르면서 신한반도 체제 구상도 힘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3·1절 100주년 기념사에 담길 신한반도 체제 구상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제시하려 했던 ‘평화경제 구상’을 일부 수정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톤다운' 시킨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교착 상태에 이른 미북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중재자 역할을 부각해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이끄는 구도로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이 또 한번 언급될 전망이다.
미북이 또다시 서로 간의 상응 조처를 두고 교착상태에 이르면서 한반도 비핵화 시계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향후 문 대통령의 역할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