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한 경기의 실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10월15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서 남과 북은 0-0으로 비겼다. 그런데 이날 경기 도중 남북 선수들이 집단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의 SNS 계정에 올랐다.
경기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생중계 없이, 일반 관중 없이 진행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 일행과 북한 주재 외교관들만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현지서 문자 중계를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중계가 안 되다 보니 국내외 취재진과 축구 팬들은 경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요아힘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SNS에 이날 경기 영상 일부를 찍어 올렸다. 남북 선수들이 서로 맞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는 SNS에 "애들 앞에서 싸우면 안된다! 아 그런데 아무도 없다.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린다"라고 적었다.
경기 후 인판티노 회장은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FIFA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역사적인 매치를 위해 꽉 찬 경기장을 볼 수 있길 기대했지만 관중이 전혀 없어서 실망했다"며 “경기 생중계, 비자발급, 해외 언론의 접근권과 관련한 문제들도 놀라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에겐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당연히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한편으론 한순간에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다면 순진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역 협회에 해당 문제들을 제기했으며 축구가 북한과 세계 다른 나라들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북한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우리에겐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당연히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말로 북한 정권을 비판했다.
스포츠 경기 구경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북한이다. 그런 억압·강압 통치를 자행하는 김정은과 비핵화를 추진하고, 경협을 논의하고, 평화회담 및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삶은 소가 웃을 일’이다.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문재인 정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10월16일 ‘파렴치 위선자의 피해자 시늉, 역겹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를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퇴한 다음 날 그를 칭송하고 '피해자'로 만들려는 발언들이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 그리고 정권 지지층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10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장관 가족 지켜주십사 두손을 모았지만 아주 오랜만에 지기 싫다 생각했다"며 “우린 맨날 지고 맞고...그리고 나중에 이겼다 이번엔 나중에 말고 지금 이기고 싶었다 저 비열한 군상들을"이라고 썼다. 친여 지지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국은 이 나라의 영웅"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런 ‘조국’을 극찬하고 옹호한 ‘유시민류(類)’의 인사들이 문재인 정권에서 북한 김정은과 대화·화해·협력을 주장한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