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만에 사퇴했다. 그는 10월 14일 오전 검찰 개혁방안을 발표한 지 3시간 후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측은 조 장관의 결심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사퇴로 현재 상황이 일단락될 것 같지는 않다. 야당을 중심으로 벌써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주문하고 있다. 검찰의 칼날도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조국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어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 질주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밝혔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을 의미한 것이다.
그러면서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장관은 취임 한 달을 앞둔 지난 8일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날에는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검찰 개혁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조 장관은 "이제 검찰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며 "어느 정권도 못 한 일"이라고 평했다.
조 장관은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며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 덕분이다. 국민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검찰 수사 등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조 장관은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검찰 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허허벌판에서도 검찰 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조 장관의 사의 배경에 대해 "장관의 결심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를 만난 직후 '(조 장관 사퇴가) 청와대의 뜻이냐, 장관의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치권도 이날 입장을 즉각 내놓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금 늦었지만 예상대로 그만두게 됐다. 사필귀정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조국 전 민정수석으로 촉발된 조국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그동안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우습게 여겼던 정권은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 부분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고 거듭 말하며 "결국 이 조국 사태 이후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다.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국정이 흐트러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논란 이전부터 청와대가 너무 강한 그립으로 모든 것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등 불행한 역사가 계속됐다"며 "이제 헝클어진 국정의 모든 난맥상을 정상화해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움직였던 부분들이 제자리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생경제 부분을 회복시키고 외교 안보에 있어서도 헝클어진 것을 바로잡는 산적한 과제들에 대해 이제 국회는 국회에서 국회의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국 사퇴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분위기 감지는 하고 있었다"며 "실질적으로 제가 어제부터 검찰 개혁 운운하는 게 조국 사퇴 명분쌓기용이라고 말했었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아쉬운 건 지금 조국 전 민정수석 사퇴로 인해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사건의 본질은 사모펀드에 대해 좀 더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관련해서는 정권과 관련된 부분이 있지 않느냐는 강한 의심도 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전 민정수석의 사퇴는 국민의 승리이고 민심의 승리다. 늦었지만 국민들께서 승리하신 것"이라며 "다만 사퇴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며 이후의 수습에서 첫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결국 조국 장관이 물러났다"며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겨우 35일간 장관 자리에 있으려고 온 나라와 국민을 이렇게 분열시켰나"라며 "처음부터 이 문제는 조국 개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였다"며 "문 대통령은 조국 임명에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아예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의 그 지독한 오기와 오만이 나라를 두 동강으로 분열시키고 국민과 청년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요구한다. 대통령 스스로 저지른 이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며 "검찰에게 요구한다. 이 문제는 장관직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끝까지 불법과 부정을 파헤쳐 진실을 밝히고 민주공화국의 법을 수호하라. 그리하여 정의와 공정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라"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은 "늦었지만 존중하고 결단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이제 진정한 개혁이 시작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이 한 치의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경제개혁과 민생개혁도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특히 헬조선에서 신음하는 청년들을 좌절하게 만든 금수저 전형과 입시비리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른바 '조국 정국'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이 양쪽으로 갈라진 현실을 지적하며 "더 이상 분열의 정치가 계속 돼선 안 된다. 통합과 분권의 정치가 시작돼야 한다"며 "선거법 개정과 동시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 즉시 추진돼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 광화문집회와 서초동집회에서 확인된 승자독식을 위한 진영정치, 싸움질 정치를 끝낼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조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