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따르면, 미국 아치미션재단의 창시자인 노바 스피박은 지난 8월 5일(현지시각) 미국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에 "이스라엘 탐사선 베레시트(창세기라는 의미의 히브리語)에 수천 마리의 물곰을 담아 보냈다"며 "이번 탐사의 유일한 생존자일 것"이라고 공개했다. 아치미션재단은 인류의 유산을 태양계의 다른 곳에도 전파하겠다는 목표로 2015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탐사선 베레시트는 당시 달 착륙을 시도하다가 고도 7㎞ 지점에서 엔진이 고장 나 표면에 추락했다. 베레시트는 회수되지 않은 채 달 표면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물곰은 몸길이가 1.5㎜를 넘지 않는 작은 동물이다.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산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과학자들은 왜 물곰을 달에 보냈을까. 이유는 바로 물곰의 강력한 생존 능력 때문이다. 물곰은 30년 넘게 물과 먹이 없이도 살 수 있다. 1948년 한 이탈리아 동물학자는 박물관에서 보관하던 120년 된 이끼 표본에 물을 붓자 그곳에 있던 물곰들이 다시 살아났다고 보고했다. 섭씨 영하 273도의 극저온이나 물이 끓고도 남을 151도 고열에도 끄떡없다.
이런 이유로 물곰은 우주에서도 충분히 생존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의 동물은 10~20Gy(그레이) 정도의 방사선량에 목숨을 잃는데 물곰은 무려 5700그레이의 방사선도 견딘다.
유럽우주국(ESA)은 2007년 무인(無人)우주선에 물곰을 실어 우주로 발사했는데 2주 후 지구로 귀환한 물곰에게 수분을 제공하자 일부가 살아났음을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물곰은 극한 환경을 만나면 몸을 공처럼 말고 일종의 가사(假死) 상태에 빠진다. 신체 대사는 평소의 0.01%로 떨어지고 특수 물질로 단백질 등 주요 부분을 감싸 보호한다. DNA 손상을 막는 항산화 물질도 대량으로 분비한다. 다시 말해 물곰은 생존환경이 나빠지면 씨앗 상태로 변한 후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활동하는 특성을 보인다. 과학자들은 달에 간 물곰도 지구로 돌아오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한편 NASA는 화성 탐사선을 보낼 때 지구 생명체가 외계 생태계를 오염시킬 가능성에 대비해 우주선을 철저히 소독한다. 하지만 달은 예외다. 이미 생명체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폴로 우주인들이 장내 세균이 들어 있는 배설물 봉지 96개를 달에 두고 온 것도 세균에 의한 감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