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체 발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 개정안을 두고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반발이 생겨나고 있다.
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검찰의 수사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수사 지휘권마저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검찰 수사권이 되레 늘어나는 독소조항이 있어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일선 경찰들 주장이다.
3월 31일 경찰에 따르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검사의 수사 지휘를 삭제하고 대신 경찰에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한 검찰청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검찰청법 제196조(사법경찰관리) 중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대목을 삭제한다고 돼있다.
검사의 수사지휘 조항을 삭제해 검찰과 경찰을 상호협력 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게 개정안 취지다.
개정안은 이 조항을 없애는 대신 검찰이 경찰에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했다. '검사는 (중략) 사법경찰관리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사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송치 요구 등 기타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개정안에서 명시했다.
그런데 이 조항을 들여다보면 검찰이 경찰에 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기존의 모든 사건들이라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 사건 규정이 다소 애매하고 수사 요구가 가능한 시점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다보니,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검사가 경찰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 지휘를 없앤다고 하지만 '수사 요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사실상 수사 지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특히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 요구를 경찰이 불응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조항까지 신설했다. 기존 검찰청법엔 없던 내용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선 경찰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휘'라는 단어만 없어졌을 뿐, 오히려 검찰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선 경찰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휘'라는 단어만 없어졌을 뿐, 오히려 검찰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 수사과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우리는 지휘권 용어 자체만 없으면 된다는 식으로 떡 하나 주듯 말하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면서 "경찰 내에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지휘권을 수사요구권으로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교체요구권, 징계요구권이 있다"며 "그런 걸 같은 정부기관끼리 주장한다는 건 우월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 말하는 건 검찰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자는 것"이라면서 "검찰이 수사를 받지 않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김학의를 수사할 수 있을까. 수사를 받지 않는 조직은 특권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경찰서 수사과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경찰관은 "얼핏 보기에는 좋은 방향으로 보이지만, 말만 좀 바꿔 놓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사 요구 불이행시 징계나 부서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과 관련해선 "사례가 하나라도 있으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경찰 조직 자체가 위축된다"면서 "검찰에서는 경찰을 휘하에 두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대등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