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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말없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 만들어가는 기라”

새봄 맞은 삼천포수산시장, 꺾인 경기 탓 스산한 풍경

글  김재홍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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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바다. 거제에서 남해, 여수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남해안 절경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을 터전으로 생선과 해물을 잡아 팔며 대(代)를 이어 살아온 주민들은 새봄을 맞아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평일 초저녁, 수산시장과 인근 상가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고, 사람들로 붐벼야 할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새봄과 활력을 체감하기에 어둑한 뒷골목 같은 느낌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기자가 찾은 평일 초저녁, 삼천포수산시장과 인근 상가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경기? 안 좋고말고요."

 

시장기를 면하려 찾은 식당에서 만난 한 손님의 일성(一聲)이다. 삼천포수산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다는 중년의 식객(食客) 노 모씨는 “손님이 없이 일찍 가게 문 닫고 밥 먹으러 왔다"며 “체감경기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팍팍하다"고 말했다.
   
“좋을 때는 하루에 수천만 원어치도 팔아 봤다"는 그는 “아침 일찍 경매로 물건 떼서 하루 종일 팔아도 몇 십만 원을 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옛날부터 우리 장사하는 하층민들은 좌파 우파가 어디 있겠소. 그냥 말없이 꿋꿋하게 살아갈 뿐인 기라. 그래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나라 살리고 세상 만들어 간 거 아닌교."
수산시장 상인 특유의 끈기가 보였다.
  
 

 

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고, 사람들로 붐벼야 할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터미널도 마찬가지였다. 주차장도 텅 비어있었다.

 

이튿날 아침 삼천포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식당 여주인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어 칼국수를 팔고 있다"며 "장사하면서 제일 힘든 게 푹 가라앉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평일인 데다 12시 전에는 장사 준비하는 사람 말고는 손님이 많지 않아예.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잘 모르는데 여기 어른들 다들 경기 벨로라케요."
 
옆에서 꽃돔을 건조대에 널던 팔순(84)의 건어물상 노주인장은 "송아지 들다 보마 난중엔 황소도 들어 올린다 안 카나. 장사 안 된다꼬 접지 말고 하다보면 좋은 때도 올 거 아이가"라며 푸념 섞어 말했다.
   
삼천포수산시장 내부 전경. 오가는 손님이 없어 좌판 고기들이 졸고 있었다.
팔순의 건어물상 노주인장은 "송아지 들다 보마 난중엔 황소도 들어 올린다 안 카나. 장사 안 된다꼬 접지 말고 하다보면 좋은 때도 올 거 아이가"라며 푸념 섞어 말했다.

 

삼천포 바다사람들은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천포항은 아름다운 바다풍경은 물론 어업과 수산업, 소규모 조선업까지 잘돼 흥성대는 주민들로 넘쳤다고 한다.
 
2019년 새봄을 맞는 삼천포 사람들의 마음에는 아직도 한겨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입력 : 2019-03-01]   김재홍 기자·시인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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