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의 맛집과 골목기행

우리나라에도 상륙한 것으로 알려진 딘타이펑은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유명 맛 집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라서 그런지 종업원들이 한국말로 인사하고 메뉴도 선정해 준다. 그러나 유명 맛 집이라고 해서 모든 메뉴가 다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딤섬으로 유명한 딘타이펑 본점에 가보기로 했다. 한가한 시간이어서 인지 대기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미식가로 소문난 음식점을 찾으러 다니지는 않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웬만큼 유명하다는 음식은 섭렵해 보아서 나름대로 맛의 기준을 갖고 있다.

딘타이펑은 한국 관광객들이 입소문으로 자주 찾는 곳이다. 타이베이를 가면 삼미 식당과 함께 한 번쯤 들르는 명소이다. 간단한 한국말로 인사하고 메뉴도 골라준다. 10여 분 지나 그 유명하다는 딤섬을 만났다. 외피가 얇아서인지 속살이 터질 것만 같다. 입안에선 육즙이 터져 깊은 향이 퍼진다.

“그래 이 맛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다섯 개를 홀랑 먹어 치웠다. 그다음에 나온 것은 돼지고기와 새우 살이 들어간 꽃무늬 딤섬이다. 그 맛은 별로였다. 조금 역한 느낌도 났다. 유명 음식점이라고 해서 모든 메뉴가 다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 밖으로 나오니 대기 줄어 길어졌다. 길가로 관광버스가 정차하고 수십 명씩이 집의 딤섬을 맛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딘타이펑의 딤섬은 톡 터지는 육즙이 입안에 가득 고여 그윽한 맛을 남긴다.

딤성을 먹을 때는 간장 양념에 듬뿍 찍어 간을 한 다음 먹어야 제맛이 난다.

돼지고기와 새우로 속을 채운 꽃무늬 딤섬은 역한 느낌이 났다.

꽃무늬 딤섬도 식성에 따라 간장 양념을 찍어 먹는다.

딘타이펑의 딤섬과 맛 집의 진실

전방에 타이베이 101 건물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에 가면 타이베이 시내를 조망하고 편의시설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주변에 많은 명소들을 둘러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큰 길을 돌아 골목을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여행지에 가면 빼놓지 않고 골목 기행을 즐긴다. 골목은 그 도시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단면이다. 주민들의 생활상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주민들과 한마디 대화라도 나눠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전방에 보이는 타이베이 101빌딩은 관광명소이자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이다.

타이베이의 골목은 어떨까? 타이베이 골목은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우선 깨끗했다. 담배꽁초 하나 보이질 않았다. 그동안 중화권에 가져왔던 선입감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도대체 뭐지? 대만의 문화 수준이 이렇게 높았단 말인가..." 골목은 조용하고 그나마 다니는 주민들은 질서를 지켰다. 일본 도쿄의 골목을 걷는 것 같았다.

오히려 일본보다 더 정갈해 보였다. 건물은 낡고 볼품이 없었지만 집 앞에는 쓰레기통 대신 집 안에 있어야 할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누구를 위한 화분일까? 한 시간 넘게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차이점을 찾았지만 한결같았다. 반전은 없었다.

등 면역 부근은 맛 집들이 몰려 있는 융캉제를 비롯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드러그 스토어들이 즐비하다. 해가 지면서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고 이 동네는 새로운 분위기의 무대가 되었다.

일식집 간판과 메뉴는 일본어 그대로 표기

이곳은 음식점마다 특색이 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은 가격이 1인당 보통 4000~5000원 선,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곳은 보통 7000~1만원 선이다.

메뉴에 따라 가격차이는 나겠지만 한 끼 해결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회사 근처에서 먹는 한 끼 식사 비용이면 꽤나 알려진 분위기 있는 맛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이곳 일식집의 간판이나 메뉴 등을 들여다보면 중국어가 아니라 모두 일본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판을 일본어 그대로 쓰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지만 메뉴까지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이곳 일식집들은 일본어로 된 메뉴를 밖에 내 걸고 영업을 한다. “이건 도대체 무슨 베짱인가. 먹고 싶으면 소비자인 네가 일본어를 배워 오라는 것인가?" 우리나라 같으면 그런 일식집이 문을 열고 계속 장사할 수 있을까?

대만에서는 “괜찮다"이다. 대만의 일본관은 우리와는 상반된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더 긴 50년간 일본 지배를 받았다. 그런데 대만의 기성세대들은 지금도 일본 식민 시절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젊은이들도 일본 만화와 게임에 빠져 러브 저팬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말살하고 지배한 일본 식민시절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정육점 식당 같은 곳으로 값싸게 원하는 고기의 부위를 먹을 수 있다.

현지인들이 찾는 식당은 가격도 저렴하고 메뉴도 풍부하다.

대만 거리를 다녀보면 택시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자동차가 일본산 일색이다. 우리나라의 현대나 기아자동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만을 떠나기 전날 그 유명하다는 스린 야시장을 다녀 호텔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대우자동차 버스를 만났다. 외지에서 동포를 만난 것 이상으로 기뻤다.

"와 대우 차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대우자동차가 단종된 것이 언제인가. 지금은 GM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달리고 있지만 엔진에 힘이 달려 안타깝다.

타이베이의 일식당들은 간판은 물론 메뉴까지 일본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타이베이 주민들은 집 앞에 화분을 놓아 행인들의 시선을 즐겁게 한다.

한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골목에도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좁은 도로지만 주차질서가 잘되어 있다.

집 앞에 내놓은 화분을 손질하고 있다.

가정의 달에 어머님들을 위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 동네 미용실

자녀의 자전거 안장을 보호하기 위해 복이라 쓰인 종이상자를 씌어놓고 있다.

동네 공원은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공유하는 휴식처이다.

작은 아파트의 베란다에 세탁물이 가득 걸려있다.

주민들은 공용 자전거를 주로 이용한다.

소소한 상품을 파는 드러그 스토어에는 젊은 여성들로 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