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사건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만으로, 그동안 친인척 자택이 압수수색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조 장관 자택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9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조 장관이 자택을 나선 직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조 장관 자녀들의 입시 의혹 관련 이화여대 입학처와 연세대 교학팀, 아주대·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들을 각 장소에 보내 조 장관 가족 의혹에 관련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서류 및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조 장관 처남과 동생 전처 등 친인척들의 자택은 압수수색됐지만, 조 장관 자택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압수수색 대상이 되면서, 검찰이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추가로 자택에 남아있는 하드디스크 확보 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교수의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함께 조 장관의 관여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 자녀들의 입시 관련 의혹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들이 다니거나 지원한 학교들을 상대로도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은 조 장관 아들이 재학 중인 연세대 교학팀과 그가 지원했던 아주대·충북대 로스쿨 입학과 등에서 입학 지원 서류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조 장관 딸이 지원했던 이화여대 입학처도 대상이다.
조 장관 딸과 아들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관련 허위로 활동 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조 장관 딸은 어머니 정 교수가 재직 중인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인턴 활동 및 증명서 허위 여부를 수사 중이며 증명서를 진학 자료로 제출해 활용했는지 여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이날 법무부 출근길에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직접 자녀들의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줬다는 보도는 악의적이라며 반박했다.
조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관련 서류를 제가 만들었다는 보도는 정말 악의적"이라며 "공인으로서 여러 과장 보도를 감수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참기 어렵다.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조 장관 의혹과 연루된 장소들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본격 나섰다. 당시 딸 입시 의혹 관련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고려대, 단국대, 공주대 등을 비롯해 사모펀드 의혹 관련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관련 업체,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 등 수십여곳이 압수수색됐다.
검찰은 이후에도 딸 입시 및 사모펀드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되는 정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과 자산 관리를 도운 한국투자증권 직원이 근무한 영등포PB센터 등도 압수수색했다. 또 최근에는 코링크PE의 사모펀드 투자를 받은 익성과 자회사 IFM 전·현직 임원들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한편 자유한국·바른미래당이 이날 조국 장관의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이 명명백백 밝혀내길 바란다"고 당부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조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검찰이 면밀한 검토와 분석 후에 판단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말에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관해 "많은 숫자로 검찰의 수사 의지를 꺾으려고 한다면 이것은 정말 우리가 해서는 안될 비민주적 작태다. 검찰이 공정하고 바르게 수사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성원해주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제 조국 부부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는 불가피하다고 여러번 말씀드렸다"며 "이 사건 수사에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 어떨까 상상해본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운운하면서 기소되어도 그 자리에 놔둘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 순간 이 정권은 끝장과 막장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시기상 늦었다는 우려는 있지만 자택 내 추가적인 증거인멸과 은닉 시도를 중단시킨 점은 다행"이라며 "대통령은 조국 파면의 결단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촉구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인턴증명서 허위발급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학원비리, 입시부정, 위증 등 수없는 조국 일가의 범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압수수색 자료를 근거로 일가 범죄에 대한 조국의 방조와 협력, 더 나아가 게이트의 몸통이 바로 조국이란 점을 검찰이 명명백백 밝혀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바른미래당도 "장관의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했는데 그 장관이 어떻게 검찰을 지휘한단 말인가"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조 장관에 대한 수사 기소가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정말 나라가 나라 꼴이 되기 위해선 장관이 그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조국 스스로 내려놓을 마음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지키고 국민들의 자존심을 생각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손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한 게 무엇인가.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아닌가. 그 명목으로 집권하지 않았나"라며 "조국 사태는 다름 아닌 특권과 반칙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다. 게다가 거짓말하는 장관도 법무부 장관에 맞지 않않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품에 안으신 조국이란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아간다. 시한폭탄이 터지면 분명히 다 박살난다. 국민을 살려달라"라고 요구했다.
임재훈 사무총장도 "압수수색이면 검찰 수사 막바지다. 통상적으로 집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도 잘 발부하지 않는다. 조국 장관이나 가족이 위법 행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며 "더 이상 문 대통령이 고집 부려서는 안 된다. 미국에 있는 동안이라도 조 장관의 파면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은 언론에 공개되는 최고위원회의 직전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 도중에 언론 속보를 통해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감 속에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과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 없이 일단 검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식 대변인은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견들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 교수가 구속될 경우 당도 더 이상 조 장관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 장관 임명 여파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가는 등 여론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위기감에서다.
그러나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조 장관이 관련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만큼 정 교수가 구속 여부와는 무관하게 '조국 지키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해찬 대표도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검찰 수사관행상 가장 나쁜 것이 먼지털기식 수사, 별건 수사인데 한 달 동안을 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수사가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확실하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아무쪼록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총력수사가 아니라 국민 관심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진실 밝히기 수사'가 되길 바란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는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이전에 미리 준비됐던 메시지이지만 최근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전체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날 최고위에서도 "자택 압수수색은 그동안의 수사에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검찰도 고민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일단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로 한 만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한 별도의 긴급회의는 열지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