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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조은누리양 구조, 5800명이 만든 기적

민관군경 합동작전, 35도 폭염 속 11일간 수색...육군 32사단 박상진 상사와 軍수색견 ‘달관이’ 맹활약

글  백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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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열흘 만인 8월 2일 충북 보은의 한 야산에서 구조된 조은누리(14)양의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의료진 소견이 나왔다.
 
조양을 치료 중인 김존수 충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팔 다리 찰과상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라며 "혈액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혈당 수치는 정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수 증상은 심하지 않았을 뿐더러 입마름 상태로 봤을 때 10일 동안 못 먹은 것 치고는 괜찮은 편"이라면서도 "외부 물(계곡물이나 빗물)을 마신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밤 사이 경과가 중요하다"며 "혈액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곧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견해를 내놨다.
 
지적장애 2급에 자폐 증상을 앓고 있는 조양은 지난달 23일 오전 10시30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주변에서 일행과 산책하던 중 실종됐다.
 
이후 열흘 만인 2일 오후 2시40분께 최초 실종지점과 도보거리로 1.5㎞가량 떨어진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야산 정산 부근에서 군 수색대에 의해 구조됐다. 조양은 119구급차로 충북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충북 청주의 한 야산에서 가족과 헤어진 조은누리(14) 양이 실종 열흘(244시간) 만에 구조됐다. 조양의 체취를 처음 탐색해낸 육군 32사단 수색견 달관이(7살·수컷·셰퍼드).

   
조은누리의 ‘발견’은 수색대원 5799명이 만든 기적으로 불린다. 수색 11일째인 8월 2일. 대원들은 지쳐갔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뙤약볕 아래서 도시락과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래도 일어나야 했다. 숲 속 어디에선가 애타게 엄마를 찾고 있을 14살 소녀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지난달 23일 조은누리양이 실종된 지 11일째인 이날 오후 2시40분께.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산 35번지 야산 정상 부근에서 군 수색견이 풀숲을 향해 짖었다.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상사가 서둘러 뛰어갔다. 우거진 풀숲 사이로 누워있는 조양이 보였다.
 
박 상사는 급히 군복을 벗어 조양을 감싼 뒤 물부터 먹였다. 조양은 탈진 상태였으나 의식과 호흡은 비교적 정상이었다. 119구급차를 타고 오후 5시께 충북대병원에 도착한 조양은 엄마의 손을 다시 잡았다. 한 번도 엄마와 떨어진 적 없는 조양에겐 너무나 멀고 기나긴 시간이었다.
 
지난 7월 23일 조양이 실종된 뒤 경찰과 군, 소방, 민간 수색대는 11일간 누적인원 5799명을 투입해 산을 샅샅이 뒤졌다. 경찰은 곧바로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군(軍)부대 협조를 요청했다. 육군은 충북에 주둔하는 37사단에 이어 타 지역 사단과 산악 지형에 특화된 특공부대, 기동부대까지 투입했다.
 
충북도교육청과 청주시청, 보은군청 등 유관기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31일에는 충북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등 발달심리 전문가 3명을 투입, 조양의 평소 행동 습성을 토대로 수색 작전을 펼쳤다.
 
이달 1일에는 조양이 최초 실종된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에서 능선을 따라 이동했을 곳으로 예상되는 보은지역 야산으로 수색 범위를 넓혔고, 그 다음 날인 2일 오후 2시 40분께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야산에서 조양을 구조했다.
 
 
37사단 장병들이 지난 23일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양을 찾는 수색작전을 위해 지난 7월 25일 폭우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동안 수색에 투입된 누적인원은 경찰 2678명, 군 장병 2366명, 소방 특수구조대 469명, 기타 286명 등 5799명. 이들은 조양이 실종된 지난달 23일부터 실종지역 22차례, 드론(열화상 카메라 포함) 25차례, 마을 및 공가 7차례씩 수색했다.
 
경찰은 조양이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일대 진·출입 차량 50여대의 행적을 쫓는 등 수색과 수사를 병행했다. 그 결과, 지적장애 2급에 자폐 증상을 앓고 있는 조양은 무사히 어머니 품에 돌아오게 됐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5799명이 만든 기적이었다. 조양의 어머니는 "딸을 찾아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조양을 구출하는 데 1등 공신은 육군 32사단 소속 수색견 '달관이'(7살·수컷 셰퍼드)다. 이날 오후 2시 40분께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에서 달관이와 수색 활동을 벌이던 박상진 상사는 개가 주저앉는 행동을 하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수색 현장에서 사람의 체취를 맡았을 때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박 상사는 직감적으로 주변에 조 양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풀숲을 샅샅이 뒤진 박 상사는 개가 앉은 자리에서 3~4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쓰러져 있는 조 양을 발견했다.
 
조양이 발견된 장소는 실종된 무심천 발원지 뒤편으로 직선거리 920m, 도보이동거리 1.5㎞ 떨어진 지점이었다. 발견 당시 조양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탈진한 상태였다. 김 양이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에 달관이가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것이다.
 
달관이는 군견 교육대에 입소해 강도 높은 정찰견 훈련을 받았다.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아 각종 기동 훈련과 군견 경연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군견 보수교육에 참여해 2014년부터 2차례 상을 받았다.
 
박 상사는 "고온다습한 날씨에 탈진한 조양을 조금이라도 더 늦게 발견했다면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었다"면서 "일주일 동안 달관이와 산속을 헤매면서 힘도 많이 들지만, 조양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입력 : 2019-08-03]   백두원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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