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관광 활성화와 부품·소재 분야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冒頭)발언에서 "더 많은 외국 관광객이 한국으로 오도록 하고 더 많은 국민들이 국내에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지난 한 해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 관광객 수는 3000만 명에 가까웠던 반면 방한 관광객 수는 그 절반 수준으로 관광수지 적자가 132억 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 관광을 즐기는 국민 수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도 한류 붐과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등 좋은 관광 상품이 많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성장 동력에서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은 국내 소비와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휴가철 국내관광 활성화에 집중적인 노력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여건이 악화되고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더해져 우리 경제에 대해 국민들께서 걱정이 많으실 것"이라며 "정부는 외교적 해결 노력과 함께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부품·소재 기업들의 혁신 창업으로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기술 패권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 있어서도 신기술의 혁신 창업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부품·소재 분야의 혁신 창업과 기존 부품·소재 기업의 과감한 혁신을 더욱 촉진하고자 한다. 이 분야에서도 유니콘 기업과 강소기업들이 출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분업 체계 속에서 평등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선 산업의 경쟁력 우위 확보가 필수적이란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전자·반도체·조선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일본의 절대 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2 벤처붐이 현실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정부는 '주마가편'의 자세로 초일류 창업국가를 통한 혁신성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규제혁신, 혁신금융, 인재육성 등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이미 발표한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펀드 조성, 5조원 규모의 신규벤처투자 달성 등 '제2 벤처붐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한편 이날 아시아 4국 순방에서 돌아온 이낙연 국무총리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계 장관을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귀국한 후 공항에서 정부서울청사로 곧바로 이동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관련 대책을 이 총리에게 보고했다.
중앙부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별 사안에 대해 국무총리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은 흔치 않다. 이 때문에 이 총리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측근 참모와 각료들을 내세워 수출 규제 공세에 나선 만큼, 문 대통령은 이 총리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총리는 현 정부 인사 중에서 일본을 잘 아는 인사로 꼽히는 점도 그의 역할이 커진 배경으로 꼽힌다. 이 총리는 신문 기자를 할 때 일본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의원 시절에도 한일의원연맹에서 오래 활동했다. 이 총리는 개인적 인연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일본의 정계와 재계, 관가와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