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51) 박사와 미국의 제니퍼 두드나(56) 박사가 공동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월 7일 생물체의 게놈(유전체)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는 편집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공로로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원 교수와 두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여성 과학자는 2011년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게놈 편집의 최신 기술로 인정받는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가위 방식을 개발했다. 노벨위원회는 "두 수상자가 개발한 새 유전자 가위 기술이 생명과학에 혁명적 충격을 가했으며, 새 암치료법에 기여하고 나아가 유전 질병을 고친다는 '꿈'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게놈 편집은 변형된 핵산분해효소를 사용하여 게놈 내 특정부위의 DNA를 제거·첨가·수정하는 기술이다.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인식하는 '서열 인식 기능(특이성)'과 표적위치를 정확하게 절단하는 '절단 기능(절단 효율성)'으로 구성돼 있다.
게놈 편집과 유전자 가위는 유전 정보의 핵심인 DNA 염기서열의 특정부위를 인식하고 자르는 방식에 따라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뉘는데 이번 노벨 수상자들이 개발한 크리스퍼(CRISPRs: clustered regularly-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유전자 가위 기술은 3세대 최신 방식이다. 크리스퍼 방식은 카스9라는 박테리아 내 핵산분해효소를 활용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자에만 달라붙는 가이드 리보핵산(gRNA)만 교체하고 실제 유전자를 잘라내는 효소인 Cas9 단백질을 세포로 전달하면 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유전자 가위 비용이 개당 수천 만원 수준에서 수 만원 수준으로 낮아졌고 수 개월이 걸리던 제작기간도 하루 이틀로 줄었으며 정확도도 높아 활용 범위가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2015년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올해의 가장 혁신적 기술로 선정했다.
유전자 편집은 유전법 치료 외에 동식물의 개량 및 새 품종 개발과 해충박멸 등에도 활용된다. 특히 외래 유전자의 삽입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유전자변형생물(GMO)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새 유전자 가위 기술로 어느 게놈이나 유전적 손상을 수선할 수 있게 됐지만 이날 노벨위원회가 지적했듯이 이 기술의 엄청난 힘은 악용될 수 있어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만 한다.
2018년 중국의 과학자가 수상자들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베이비'들이 태어나는 데 일조했다고 밝혀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