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연구원장을 지낸 김진형 중앙대학교 석좌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이 운영하는 정책플랫폼 ‘ifsPOST’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인공지능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의 유연성과 교육혁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석좌교수에 따르면, 직원들만 원격근무로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회사들도 직원들이 매일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아도 사업이 번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무실 비용의 절약은 회사에 충분한 인센티브가 된다고 한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서는 원격근무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분야가 있으며 회사들이 서둘러 원격근무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고 김 석좌교수는 전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프리랜서, 즉 비정규 계약직 형태의 일자리가 인력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며 “회사는 원격 근무하는 프리랜서를 잘 활용하는 관리기법을 개발할 것이고, 숙련된 프리랜서들의 가치와 급여는 급등할 것"이라고 했다. 포브스 등 일부 미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2027년까지 미국 노동력의 50% 이상이 프리랜서 형태로 구성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한 직장에서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승진하는 모델은 산업사회의 유물이 돼가고 있다. 김 석좌교수는 “한국 사회의 첨예한 고용 경직성과 정규직-비정규직 논란도 시대 조류에 맞지 않는다"며 “모든 노동자는 능력 있는 프리랜서가 되도록 노력하여 하고, 정부는 프리랜서의 교육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프리랜서가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또 회사는 쉽게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약 시 노사간 힘의 균형이 맞도록 표준 계약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김 석좌교수는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하면 웬만한 업무는 자동화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맥킨지에서는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되어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최대 8억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는 정규직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특수한 능력을 갖은 프리랜서의 직업만이 사람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김 석좌교수에 따르면,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유토피아적 인공지능 시대를 꿈꾸고 있지만 ‘인간소외’라는 어두운 사회적 단면이 등장하게 된다. 이미 이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는데 채용을 위한 면접 시험의 판단을 인공지능이 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어떤 관점에서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지 지원자들은 모르며 아마도 회사도 잘 모를 것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김 석좌교수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고 프리랜서들이 많아지면 교육이 더욱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며 “정규 교육에서는 신규 진입 노동자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능력을 보장해야 하고, 기존의 노동자들에게는 부단히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그 책임을 노동자, 기업, 정부가 고루 나누었다면 인공지능과 프리랜서 업무 형태가 활성화되는 지금부터는 정부가 더욱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인공지능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의 유연성과 교육혁신에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