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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死生觀...人生은 벚꽃처럼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누나

“벚꽃처럼 권력에도, 연애에도 盛衰가 있기 마련”

글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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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우리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실제인가, 가짜인가? 종이로 만든 허구? 신(神)의 모습을 닮은 허상? 재로 만든 팬터마임? 무대에 등장한 실재하지 않는 존재? 적의를 품은 마술사가 빨대로 불어대는 비눗방울?”

1985년 8월12일 오후 6시56분 하네다발(發) 오사카행(行) 일본항공 123편이 군마(群馬)현의 산중에 추락해 승무원과 승객 등 520여 명이 사망했던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에서 갈기갈기 찢겨진 시신들의 수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시신 수색작업 종료까지 반년이 걸렸고, 보상 교섭은 10년을 훌쩍 넘겼다. 교섭이 난항을 겪은 이유는 일본인의 사생관(死生觀) 때문이었다. 어느 일본인의 말이다.
   
“가족들은 사고 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손가락 한 개, 이(齒) 한 조각이라도 더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일본인들은 ‘사람이 죽은 후에도 산 사람과 같이 취급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농경민족적 의식이 자리한 일본인의 사생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세상이 있으니까 현세에서 미움을 사는 무모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질서를 잘 지키고 매너가 좋은 것은 ‘죽은 후가 편안하려면 현세에서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우리의 극장가를 달궜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과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의 소설 <포르투나의 눈동자>도 내세(來世)를 다루고 있다. 포르투나(Fortuna)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운명과 행운의 여신’을 일컫는다.
   
“인정을 베푸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일본인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는 속담이다. 이 속담은 ‘남에게 인정을 베풀면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는 의미다. 人情換人情(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과도 유사하다.
    
우리의 ‘가는 떡이 커야 오는 떡이 크다’는 속담과 ‘내가 남에게 베풀면 상대방도 나에게 보답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평소 남에게 베풀지 않으면서 ‘자기에게 돌아올 이익만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제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각각의 문화와 습관, 이익 등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 쌓기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관계는 오래도록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벚꽃은 ‘삶의 기쁨과 무상(無常)의 상징’으로 비유
 
“안개서린 봄의 산 저만큼 멀리 있건만 /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꽃향기를 전하는 구나."
“매미 허물같이 무상한 이 세상 같도다 / 사쿠라꽃(벚꽃)은 피었다 했더니 / 어느새 지고 말았으니."
   
일본의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에 들어있는 벚꽃에 대한 노래다. 벚꽃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너무나 빨리 지는 것이 흠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벚꽃을 ‘삶의 기쁨과 무상(無常)의 상징’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오오누키 에미코(大寬惠美子)는 저서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에서, 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권력과 연애의 성쇠(盛衰)’로 결론지었다. 글 속으로 들어가 본다.
 
“벚꽃은 대개 1~2주정도 피어있으나, 거센 바람과 비를 만나면 단지 몇 분 만에 떨어지고 만다. 이 짧은 시간에 전개되는 드라마가 은유(隱喩)로서의 벚꽃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강하게 호소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인생을 생각해 보면 벚꽃처럼 권력에도 연애에도 성쇠(盛衰)가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여의도의 강둑을 화려하게 뒤덮던 벚꽃이 비바람을 만나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던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그렇다고 해서 어찌 비바람을 탓하랴’
 
계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주요 인사들의 ‘낙마(落馬)’가 마치 벚꽃 같다. 짧은 기간 동안에 여러 명이 피고 졌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거센 비바람을 만난 인사는 꽃을 피우기도 전에 떨어지고 말았으니 무상(無常)하기 그지없다.
         
“벚꽃의 애상(哀想)은 지고(至高)의 권력·부(富)·사랑 같은 것으로 표현된 현란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그 덧없음을 통감하는 것"이라는 ‘오오누키(大寬)’ 박사의 말이 백번 옳다. 고위 공직자라면 거센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력(耐力)이 있어야 할 것이며, 스스로를 뒤돌아 봐야한다.
     
그런 가운데 화살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야당은 “인사 검증팀을 문책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검증(檢證) 시스템을 도마 위에 올린다.
    
검증(檢證)의 사전적 의미는 ‘가설이나 사실, 이론 등을 검사하여 '참인지, 거짓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 검증 팀이 사실에 대해 ‘참인지, 거짓인지’를 사전에 철저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다.
  
검증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검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해 본인만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실제인가, 가짜인가? 종이로 만든 허구? 신(神)의 모습을 닮은 허상? 재로 만든 팬터마임? 무대에 등장한 실재하지 않는 존재? 적의를 품은 마술사가 빨대로 불어대는 비눗방울?"
   
이태리의 유명작가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소설 <그날 밤의 거짓말>속에 들어있는 한 구절(句節)을 다시 한 번 떠올려봤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을 보면서.
 
 
 
 

[입력 : 2019-04-03]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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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30년 넘게 현해탄을 넘나들며 일본인들과 교류하고 있는 홍보컨설팅회사 JSI파트너스의 대표다. 일본비즈니스 전문가로도 정평이 나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육군 제2훈련소 교관(ROTC11기)으로 군(軍) 복무했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대우에서 보냈다. 대우건설 재직시절 철옹성 일본 건설시장의 문을 열었다. 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에 이어 팬택계열 기획홍보실장(전무)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지금의 JSI 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있다. 일본의 정계·관계·업계·언론계 등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한편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칼럼니스트로 여러 매체에 일본 관련 글을 쓰고 있다. 특히 일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현장을 직접 보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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