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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에서 똘똘 뭉친다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책임 지도록 요구받으면 엄청난 일 해낼 수 있어”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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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상황에서 군중 속의 개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이웃을 돕는 이유는 여러 각도로 설명될 수 있다. 영국 사회심리학자인 서섹스대 존 드러리와 세인트앤드루스대 스티븐 레이허는 '사회정체성 공유(shared social identity)'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사회적 정체성 이론'과 맞닿아 있다. 1979년 영국 브리스톨대 사회심리학자 존 터너가 제안한 이 이론은 개인들이 가령 "우리 모두는 한국인이다"고 말할 때처럼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느낄 때, 서로를 신뢰하며 힘을 합친다고 설명했다. 집단 안에서 정체성을 확인한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이해보다 집단의 목표를 위해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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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레이허는 2010년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11·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생존이 위협받는 비상 상황에서 정체성을 공유하게 되므로 똘똘 뭉치고 서로 돕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사진=뉴시스DB

2001년 9월 11일 테러집단에 의해 납치된 민간 여객기가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충돌했을 때 무너져 내리는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겁먹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했다. 발 디딜 틈이 없는 계단을 통해 탈출을 서두르면서도 서로 밀치거나 새치기를 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여 대부분 살아서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9·11 테러의 생존자들이 보여준 차분한 행동은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나 텔레비전 뉴스 보도에서 죽음의 공포에 직면한 군중이 허둥대는 모습을 자주 보아온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비상사태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연구과제가 되었다. 자연재해나 대형 참사 같은 공황적인 상황에서 군중은 이성을 잃고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전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향력 있는 심리학 교과서에도 가령 1942년 11월 미국 보스턴의 나이트클럽 화재로 492명이 불에 타 죽은 이유를 손님들이 미친 듯이 발버둥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화재 사건을 심층 분석한 미국 인디애나대 사회심리학자 제롬 처트코프는 손님 대부분이 출구의 위치를 몰라 우왕좌왕하다 짓밟혀 죽거나 질식사한 것을 밝혀냈다. 1999년 펴낸 '침착해라(Don't Panic)'에서 손님들이 떼죽음을 당한 까닭은 결코 그들이 공포에 질려 허둥댔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해안 지역을 초토화시킨 뒤 주민의 행동을 분석한 연구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캐슬린 티어니는 1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앙으로 먹을 것이 모자란 사람들이 절도나 약탈 행위를 저질렀는지 조사했으나 그런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구태여 약탈이라고 할 만한 행동은 가게의 요금 계산기가 고장 나서 돈을 내지 못하고 가족과 이웃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가져간 것뿐이었다. 모든 주민은 치안체제가 붕괴된 상태에서도 스스로 질서를 지키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상 상황에서 군중 속의 개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이웃을 돕는 이유는 여러 각도로 설명될 수 있다. 영국 사회심리학자인 서섹스대 존 드러리와 세인트앤드루스대 스티븐 레이허는 '사회정체성 공유(shared social identity)'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사회적 정체성 이론'과 맞닿아 있다. 1979년 영국 브리스톨대 사회심리학자 존 터너가 제안한 이 이론은 개인들이 가령 "우리 모두는 한국인이다"고 말할 때처럼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느낄 때, 서로를 신뢰하며 힘을 합친다고 설명했다. 집단 안에서 정체성을 확인한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이해보다 집단의 목표를 위해 행동한다.
 
스티븐 레이허는 2010년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11·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생존이 위협받는 비상 상황에서 정체성을 공유하게 되므로 똘똘 뭉치고 서로 돕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허는 기고문의 끝에서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요구받으면,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적었다. 3·11 대지진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본 국민이 보여준 특유의 질서의식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되지 않을는지. 출처=《마음의 지도》, 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11년 4월 9일자

 

 

[입력 : 2020-03-25]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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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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