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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전파자는 누구인가

‘작은 세계’ 이론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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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註: 코로나19로 국가 기능이 마비되는 형국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신천지 대구교회를 ‘슈퍼 전파지’로 규정했다. 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2차 접촉자가 특별히 많이 발생한 장소를 말한다. 신천지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이 열렸던 청도 대남병원도 ‘슈퍼 전파지’ 역할을 했다. 현재 전체 확진자 중에서 대구·경북지역 신천지 교인들과 관련된 환자는 절반이 넘는다. 서울, 경기 등 광역자치단체는 지역내 신천지 시설을 폐쇄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구·경북지역을 '최대한 봉쇄'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큰 파문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유입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차단하지 않기로 했다. ‘창문 열어놓고 모기 잡는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호주의 바이러스 전문가는 코로나19의 글로벌 대유행을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과연 언제쯤 진정될까.

2002년 6월 전남 여수에서 에이즈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에이즈 보균자로 판명된 20대 후반의 여성이 18개월 동안 여수역 부근 집창촌에서 수백 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여인이 상대한 손님의 절반 정도가 콘돔을 쓰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에이즈 감염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여수시 보건소에 빗발쳤다.
 
이 사건은 ‘작은 세계’(Small World) 이론을 유감없이 뒷받침하는 사례이다. 서양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다섯 다리만 건너면 어느 누구와도 안면을 틀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서로 모르는 두 사람, 가령 서울의 미녀와 뉴욕의 백만장자도 다섯 다리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인류 모두가 긴밀하게 연결될 정도로 지구가 비좁다는 의미에서 작은 세계 현상이라 불린다.
 
2004년 1월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한국사회의 연결망(네트워크)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 3.6명만 거치면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이 기승을 부리는 까닭도 유권자들이 자기 고향 출신을 뽑아놓으면 두세 다리만 건너도 청와대에 줄을 댈 수 있다고 막연히 기대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작은 세계 현상은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어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이라는 새 학문을 태동시켰다. 네트워크 과학은 인체, 인터넷, 인간관계 등 세상의 모든 것을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로 보기 때문에 연구 주제는 끝이 없다. 예컨대 전염병 연구에 작은 세계 이론을 적용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1년 6월 ‘네이처’에 성관계의 네트워크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사회학자들이 미국 보스턴대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작은 세계 개념으로 성관계의 연결고리를 분석하고 에이즈, 음부포진, 매독과 같은 성매개 질병이 전파되는 양태를 밝혀낸 것이다. 이들은 2,810명의 스웨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상대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조사하고, 스웨덴 사회에서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몇 다리를 건너 연결돼 있는지를 알아냈다. 결론적으로 스웨덴 사람들은 성적 관계에서 어느 누구도 두세 다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요컨대 성적으로 아무리 모범적인 시민일지라도 에이즈 보균자 등 성매개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안심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임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몇몇 사람이 성관계 연결고리의 많은 부분을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환자 제로’(Patient Zero)에 의해 뒷받침된다. 전염병의 최초 발병자이자 전파자를 환자 제로라고 일컫는다. 미국에서 에이즈 확산 속도를 빠르게 한 장본인이 환자 제로이다. 그는 국제항공 노선의 남자 승무원이었는데, 전 세계의 사우나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문란한 성관계를 가졌다. 미국 최초로 에이즈 환자로 진단 받은 남자 248명 중에서 적어도 40명이 그 승무원 또는 그의 예전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제로의 에이즈 확산 사건은 에이즈 예방대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에이즈 퇴치 운동을 펼치기 보다는 성적으로 난잡한 남녀를 집중 관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내 에이즈 감염자는 약 4600명이다. 대부분 성행위를 통해 감염됐다. 젊은이 여러분, 콘돔을 손수건처럼 준비하고 다니시길.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07년 5월 19일자
 
 

 

[입력 : 2020-02-26]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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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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