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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흡혈귀가 될 수 있다!

죽음에 대한 무지, 흡혈귀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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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웜바디스'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DB

서양에서 흡혈귀만큼 잠들지 않는 전설도 드물다. 1993년 프랑스 영문학자 장 마리니가 펴낸 '흡혈귀'를 보면 흡혈귀는 사람이 죽은 뒤에 원래의 육체 안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 영혼을 뜻한다.
 
흡혈귀의 첫 무대는 영국이다. 1196년 영국 역사학자가 펴낸 책에 시체가 밤마다 무덤에서 나와 사람을 괴롭히는 이야기가 나온다. 14세기에는 흑사병으로 떼죽음을 당한 유럽 대륙에 흡혈귀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갔다.
 
1486년 로마 교황이 망령 현상에 관한 논문의 출판을 허용함에 따라 교회가 공식적으로 산 송장의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1693년 루이 14세의 궁정에서 인기가 높았던 프랑스 월간지에 송장이 사람 피를 빨아먹는 사건에 관한 기사가 연재되기도 했다.
 
18세기 초부터 계몽주의 시대가 무르익어 합리주의가 승리를 구가하면서 대부분의 미신은 타격을 받았음에도 흡혈귀에 대한 관심만은 더욱 폭발했다. 특이한 사건이 두 차례 발생하여 흡혈귀에 대한 공포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1725년 헝가리 농부가 매장된 뒤에 무덤에서 나와 8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기록에는 시체가 거의 상하지 않은 채 온전하고 입술에는 싱싱한 피가 묻어 있었다고 적혀 있다. 1726년 세르비아 지방의 농부가 건초 마차에서 떨어져 죽었다가 흡혈귀가 되어 이웃주민 17명 이상을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1731년 공식 조사가 시작되어 이듬해 군의관과 장교들의 연대 서명이 빽빽하게 나열된 보고서가 출간되었다. 1732년 3월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 프랑스와 영국의 잡지에 흡혈귀를 가리키는 어휘가 처음 등장했다.
 
영어권 사람에게 뱀파이어(vampire)라는 단어가 최초로 소개된 것이다. 뱀파이어는 매장한 지 몇 주가 지나도 부패하지 않은 시체를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는 누구나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
 
18세기 초에는 뱀파이어가 세 가지 특징으로 정의되었다. 첫째 육신으로 돌아온 망령이며 유령이나 악마는 아니다. 둘째 밤이면 무덤에서 나와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 셋째 그 희생자 역시 죽은 뒤에 뱀파이어가 된다. 뱀파이어 현상을 놓고 의사·성직자·철학자 사이에 논쟁과 토론이 끝없이 전개되고 엄청난 양의 책자가 쏟아져 나왔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19세기에 유럽이 산업화되면서 마침내 흡혈귀의 황금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영국 주간 '뉴 사이언티스트' 1월 29일자 기사는 뱀파이어에 대한 믿음이 생긴 이유는 유럽인들이 사람이 죽은 뒤 시체가 분해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숨을 거둔 뒤 이틀만 지나도 배 안의 세균이 뿜어내는 기체가 주검을 팽창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몸 안의 피를 입 밖으로 밀어낸다. 피 묻은 입을 보고 시체가 살아 있다는 착각을 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흡혈귀의 존재를 믿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쨌거나 1897년 뱀파이어는 화려하게 부활한다.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1847~1912)의 소설 '드라큘라'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드라큘라 백작이 걸친 야회복과 검은 망토는 현대 흡혈귀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 밤에도 어디선가 뱀파이어가 아름다운 여인의 피를 노리고 있지나 않을는지. 출처=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 과학 2011년 3월 5일자
 

 

[입력 : 2020-01-15]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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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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