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아기를 기다리는 예비엄마이자, 저출산이라는 필드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2라운드 선수입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시험관 2차 난자채취를 했고, 내일은 이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메시지가 저출산 고령화사회 위원장이신 대통령님께도 닿기를 희망하며 그동안 마음만 졸였던 난임 가족들을 대신하여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아기를 기다리는 당사자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현재 저출산대책의 문제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어야 할 난임정책 개선 방향입니다.
우리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현재 저출산 대책의 문제점
정부가 만든 저출산대책 시행 후 많은 언론들이 그 실적에 대해 ‘예산이 엉뚱한 곳에 사용됐다’는 쓴 소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19년 저출산 예산 23조4000억 원 가운데 저출산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대책에 대한 예산도 300억, 500억이 배정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아기를 갖기 위해 직접 고군분투하는 난임 당사자들에 대한 지원은 184억 원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난임 지원 받기가 이리 어려운데, 길 잃은 대책들은 넘쳐나는 것을 보니 목소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 가임기에 수정이 이루어지는 직접 효과가 일어나야 출산율이 당장 10달 뒤라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저출산대책 핵심은 바로 사회변화에 맞게 ‘가임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가임기에 자연히 임신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등 보조생식술을 통해야 임신을 할 수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것이 난임입니다. 자연임신은 부부 둘이 아기를 만드는 것이지만, 보조생식술은 부부뿐만 아니라 난임병원의 조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나이제한 폐지
만44세를 넘어가면 시험관아기 성공률도 낮아지고, 여성의 건강에도 안 좋으니 나이제한을 두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47세에 임신을 성공한 사람도 있고, 19번 만에 성공한 사람도 있습니다. 정부가 여성의 건강을 생각해서 지원에 제한을 둔다면, 출산이야말로 여성건강에 제일 위험하니 출산자체를 못하게 해야 합니다. 만44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불임이라고 낙인찍지 마시고, 시험관 시술제한은 의사의 진단을 통해서 임신을 할 수 없는 경우로만 한정지어 주십시오.
횟수차감기준은 ‘채취’에서 ‘이식’으로의 시술별 교차지원 필요
현재 시험관시술시 횟수를 차감하는 기준은 실제 임신이라 볼 수 있는 ‘이식’이 아니라 몸에서 난자 채취를 한 행위인 ‘채취’를 1회라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시술의 한 싸이클이 끝나는 ‘이식’으로 변경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난임시술대상자 1인당 신선배아시술4회, 냉동배아시술3회, 인공시술3회로 총 10번을 시술받을 수 있다며 안내되고 있으나 당사자 건강상태에 따라 특정 시술이 어려울 때는 다른 시술로 선택하여 시술받을 수 있도록 교차시술을 허용해 주십시오.
난임정책 테두리 안에서는 건강보험적용시 1회당 150만원내외이나, 횟수나 나이초과로 지원받지 못하는 건강보험 비대상자는 자기부담으로 시험관아기시술 1회당 500만 원 이상이 듭니다. 또 어렵게 착상에 성공해도 습관성 유산일 경우 유전자가 문제인지 검사가 필요한데 유산을 3번 해야만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질환이 있어서 습관성 유산으로 이어질때에는 배아당 25~30만원정도, 배아 10개명 최소 300만원이 기본검사비 외에 추가로 듭니다. 이 검사가 비급여항목이어서 많은 난임부부들은 유산을 계속 반복하며 육체적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작년 노동법 개정으로 난임 휴가라고 1년에 유급1일 무급2일 휴일이 생겼습니다. 공무원들은 좀 더 휴가일수가 늘어 난임 치료시마다 채취 1일, 이식 1일의 휴가가 지원되도록 지난 12월에 복무규정이 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반회사에서는 난임휴가마저 눈치를 보며 못쓰기 마련이고, 난임치료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 인사고과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난임휴가도 출산휴가처럼 당연히 쓰는거라 인식되도록 정부에서 적극 권장해주십시오.
우리나라 난임진단자가 22만명입니다. 초기에 본인의 가임력을 알고 더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가임력 검사 같은 예방조치가 활성화되어야합니다. 임신해야 할 시기가 다 되어서야 난임임을 발견하게 된다면 초기비용보다 몇 배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인구소멸국가예상 1위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난임담당 조직을 신설하여 난임 전반의 예방부터 치료까지 지속관리가 필요합니다. 추가로 난임휴가가 제대로 근로자에게 제공되는지 알기위한 신고센터 개설, 난임정책 사각지대 해소노력 등 총체적인 관리가 수행되어야합니다.
초저출생으로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정부는 예산, 형평성 원칙만 고수하지 말고 적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켜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저출산해결책으로 임신지원 방안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여느 평범한 가정처럼 난임 부부들이 아기를 품에 안고 행복한 가정과 미래를 꿈 꿀 수 있도록 나이제한 폐지, 횟수제한 폐지, 첫아이는 무제한 지원하는 난임정책을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