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속 정해식·김미곤·여유진·김성근·류연규·우선희·김근혜 연구팀이 작성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사회갈등과 사회통합’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계층갈등이 소득, 경제활동상태, 직종과 같은 단일 차원의 지위 변수보다는 다차원으로 인식되는 다양한 요인의 총합으로서의 주관적 계층에 의해 더 잘 설명된다.
연구팀은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지위, 즉 계층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며 “계층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소득격차뿐 아니라 다차원적 격차와 편견을 감소하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집행의 불평등 수준이 부(富·재산)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며, 사법·행정에 대한 불신을 보여 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며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인식은 마지노선을 넘어서면 사회의 아노미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흔히 세대내(內) 또는 세대간 계층이동은 열린사회로서의 공정성을 보장해 주는 최후의 보루다. 이는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기회의 평등과 공정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현재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희망에 기대어 열정과 노력을 담보해 내는 수단인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가 다소 불평등하더라도 과거 1970~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 시기처럼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열려 있거나,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상당히 닫혀 있더라도 서구 복지국가처럼 전반적으로 평등한 사회인 경우애는 사회의 불안과 사람들의 불만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회가 불평등하고 불공평하며 계층이동의 사다리조차 닫혀 있는 사회에서 사회의 불안과 사람들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면서 “너무 늦지 않게 교육, 노동시장, 가구소득 전반의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이동의 통로를 재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중간층이 자신의 위치를 좀 더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며 “중간계층의 경우 복지를 확대할 경우 세금을 더 낼 확률이 높은 반면, 취약계층 위주로 복지가 확대될 경우 자신이 복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점점 더 인지하게 됐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잔여적 복지국가일수록 중산층의 반(反)복지 성향이 강하고 제도적 혹은 보편적 복지국가일수록 친(親)복지 성향이 강한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복지수준이 낮은 현 상황에서 중산층의 반복지 성향이 확대되는 것은 중장기적 복지 확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편적 복지 확대와 복지에 대한 체계적인 시민 교육을 통해 친복지적 인식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