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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반처럼 향후 2년 반 보내면 외교·남북관계서 커다란 어려움 봉착할 것”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여시재 인터뷰서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巨人 어깨 위 올라서야”

글  백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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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한본도정세와 관련해 “지난 2년 반처럼 이대로 2년 반을 보내면 외교와 남북한 관계에서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하 원장은 최근 국가미래전략 전문 민간싱크탱크 ‘여시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분야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루빨리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구축하고 단순한 자기편의적 정보에 의존한 외교를 넘어서서 실용적이고 현실성 있는 아태 전략 구상에 따른 새로운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미중일 역량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되어야 하며 남북문제는 그 다음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진영 논리를 넘어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최대한 발굴해서 중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30년 넘게 국제정치학을 가르친 하 원장은 국내 대표적인 안보전략 전문가이다. 그는 신년 기념 직격인터뷰에서 남북문제는 물론 북핵(北核), 한미동맹, 한일관계, 미중갈등 등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 있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 원장은 미북관계와 관련해 “미국이나 북한 모두 전략적 차원의 위협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 도박’과 ‘돈 도박’에서 여전히 돈을 건 도박을 하지 생명을 건 군사적 도박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유훈 통치적 한계 내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아보려고 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은 3단계의 완전 비핵화를 위해서는 완전한 생존권과 발전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 “완전한 생존권은 미국의 대북(對北)적대시 정책의 폐기, 구체적으로는 주한미군이나 전략물자의 한반도 배치와 전개 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완전히 바꾸기 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수는 미국 대선"이라며 “트럼프가 현재 탄핵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재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트럼프가 북한 변수를 선거에 쓰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대선에 활용하려 해도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생존권과 발전권 보장’의 교환은 어렵다. 따라서 한 번 더 정상회담을 하고 합의가 나온다 해도 어설픈 내용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 원장은 ‘어설픈 내용’에 대해 “북이 요구하는 생존권과 발전권도 적당한 선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북한이 이행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있다는 조건을 단 ‘부분 해제’ 같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잠정적으로 동결하더라도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 원장은 ‘지소미아’와 관련해 “일본 문제의 키는 역사 문제다. 일본이 투 트랙을 원 트랙으로 바꿔 역사문제를 경제로 해결하려 할 때는 그 자체로 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악수를 악수로 받다 보니 바둑으로 치면 선수가 후수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21세기 세계질서를 인도-태평양을 기축으로 재건축하면서 가장 중요한 무대가 어디겠는가. 기술정보 무대와 군사 무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러한 두 무대가 결합한 정보군사 무대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며 지소미아 문제는 한일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세계안보전략과 직결돼 있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간의 협정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전략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적 상징물의 하나"라며 “우리가 그것을 뽑겠다고 나선 것이다. 나는 우리 정부가 아직도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지소미아와 미국이 생각하는 지소미아는 너무나 다르다"며 “일본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지소미아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것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자꾸 만지작거리고 있을수록 미국은 자신들의 기본 질서를 왜 자꾸 건드리냐고 할 것이다. 제국을 경영해보지 않은 중진국으로서 주변 제국들의 마인드를 미리 읽어 내고 선수를 두지 않으면 생존 바둑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 원장은 ‘제국적 마인드’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스스로 제국(帝國)이 돼 봐야 한다고도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좋은 의미에서 제국적 마인드는 오랜 시·공간 경험 속에서 체현되는 것인데 1972년에 키신저와 주은래가 협상할 때 키신저가 ‘우리는 협상이 10년 정도 걸려도 좋다’고 하니까 주은래가 ‘우리는 역사를 그렇게 짧게 보지 않는다. 100년 후를 본다’고 대꾸하는 대목이 나온다. 중국이라는 제국을 수천 년 겪어 온 우리 역사도 길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 원장은 “우리는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한 번도 그런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을 기회가 없었다"며 “오늘날 한반도라는 좁은 시·공간을 끊임없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상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원장은 상상력 트레이닝은 국제정치학자뿐만 아니라 대법관들에게도 필요했다고 봤다. 대법관들이 우리가 처한 시·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있었더라면 한인징용자 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확보하면서도 일본 사람들의 대응까지 예상해 최선의 판결(묘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국적 안목을 역사적으로 키우지 못한 우리가 공간을 넓게 읽는 훈련도 안 되어 있지만 시간을 길게 보는 훈련도 없다"면서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보면 18세기 말 동아시아 관계를 그렇게 예민하게 보고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암 선생에 대해 “중국을 바로 보고 제대로 다루는데 가장 탁월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는 “21세기 한국 생존전략의 백년대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21세기의 연암 박지원의 안목이 최우선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그것(글로벌시각)을 주변 강대국에서 빌어올 수는 없다"고 했다.
 
하 원장은 ‘국제관계 변화 속에서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대목’에 대해서는 “시각을 뒤집어보아야 한다. 남북문제만 해도 미국이나 중국 모두 미중(美中)문제로 보지 순수하게 남북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의 지역 전문가나 국제경제 같은 기능 전문가들에게서 지혜를 얻으려고 한다"며 “지역전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전략가다. 중진국은 큰 나라들보다 한 수 위의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경쟁할 수 있다. 지역 전문가들의 사고는 시·공간의 한계에 잡혀 짧을 수밖에 없다. 지구 전략가를 하루빨리 키웠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하 원장은 미중(美中) 갈등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우위관계를 잘 살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중관계의 바둑판은 포석이 상당히 전개되어서 넓게 보면 경제, 기술, 에너지, 군사의 네  무대에서 복합적 경연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무역 금융 분야 등에서 미중 갈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중 경제의 상호 보완성 때문에 미중이 전면적 경제전쟁을 치르기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14조 GDP의 중국 경제가 약화되면 21조 GDP의 미국 경제도 흔들린다"며 “가장 중요한 결전 무대는 기술이 될 것이다. 첨단 기술의 변혁 분야에선 미국이 여전히 무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용적 상업화 분야에선 전력투구하고 있는 중국의 추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남방정책에 대해 “큰 흐름을 보되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 무대에서 직접적으로 충돌할 생각이 없으므로 우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 원장에 따르면, 미중 경제는 경쟁과 협력이 불가피하게 공존하고 있으므로 한국도 그 범위 안에서 운신의 폭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입장을 미국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에너지 무대는 상대적으로 어려운데 미중의 에너지 무대가 협력보다는 갈등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국인 일본은 아태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냉전에서 확실하게 미일 협력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에너지 빈국인 한국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 정책은 용어 자체도 21세기적이지 못하므로 새로운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며 “아세안도 미중의 바둑 속에서 봐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독자적 남방정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복합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내놓은 국무부와 국방부 보고서들을 보면 첫 번째 항목이 아세안"이라며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중국의 어느 한편에 줄을 서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대신 미국은 ‘보편적 가치’를 얘기하는데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규범 외교의 현장을 잘 보여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중간에서 눈치껏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품자고 하는 관념적 제안은 이미 빛바랜 얘기가 됐으며 따라서 4대 무대별 중장기 복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 전문가와 21세기 지구 전략가가 함께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집단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우리는 중견국으로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 원장은 전환기적 한미관계에 대해 “한미 관계는 지난 2년 반 동안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졌다"면서 “최종적으로 국가이익과 아태지역 이익을 위해 대통령이 중심을 잡아 운영해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입력 : 2020-01-09]   백두원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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