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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태아였다”

한국사회를 가르는 또 하나의 갈등, 낙태죄...憲裁 소수의견 "태아 생명권과 여성 자기결정권, 근본적 비교대상될 수 없어"

글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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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이 결정되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를 비롯한 전북지역 20여개의 단체 관계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리 사회가 또 다른 분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성계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임신중지 기간 제한 없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페)는 4월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간담회를 열어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뤄질 입법에 대한 요구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태아가 독자적 생명체가 되는 기준을 임신 22주로 제시한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관련해 “22주 이후 임신중지를 규제해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여성의 건강에 위해가 있는지여야 한다"며 "22주 이후 시술을 결정한 당사자는 그 만큼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규제가 아닌 존중과 지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지 여성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없어야 한다" "자연유산 유도약인 미프진(Mifegyne)을 도입하고 피임·임신중지에 보험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일부 연예인들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지지했다. 그룹 'f(X)' 출신 설리는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19_4_11_낙태죄는 폐지된다. 영광스러운 날이네요. 모든 여성에게 선택권을"이라고 썼다. 탤런트 손수현도 "당연한 거 이제 됐다. 낙태죄는 위헌이다. 만만세!"라며 "모든 여성분들 축하하고 고생 많으셨어요! #임신중단합법화"라고 남겼다.
     
그러나 낙태죄 폐지를 놓고 우리 사회에 찬반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대립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종교계는 헌재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향후 입법 절차에 적극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헌재의 판단을 뒤집지는 못했지만 소수의견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낙태죄 관련 소수의견을 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지금 우리가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합헌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 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라며 “우리 모두 태아였다"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반대했다. 조 재판관은 오는 4월 19일 퇴임한다.
 
조 재판관과 함께 낙태죄 합헌을 주장한 이로는 이종석 재판관이 있다. 두 재판관이 제시한 낙태죄 합헌 근거는 이렇다.
  
먼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헌법 10조와 함께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고유한 가치를 가지며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임신한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태아는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니다. 두 재판관은 태아와 임신한 여성 사이를 '미묘한 관계'로 표현했다. 태아와 임신한 여성은 명백히 '한 사람'이라거나 또는 '두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없고, 모두 존중돼야 하는 생명이라는 것이다. 서로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적대자라 칭할 수 없는 특수한 관계에 있다.
    
두 재판관에 따르면 태아는 인간으로서 형성돼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다른 누구로 대체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인격체로 발전할 수 있는 자연적인 성장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다. 아울러 출생 전 생성 중인 생명이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생명권의 보호가 불완전한 것에 그친다. 적어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된 때부터 출생까지의 태아는 그 기간의 구분 없이 내재적 인간의 가치를 지닌 '생성 중인 생명'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향유해야 한다.
 
한편 두 재판관은 낙태의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태아가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라면 그 생명을 적극적으로 소멸시킬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며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에 어긋나는 생명침해행위"라고 명시했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며 그 목적 또한 정당하다.
  
두 재판관은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 균형에 대해 "국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로 태아를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결단은 입법자의 과제"라면서도 "임신한 여성에게 신체의 자유 또는 자기결정권을 주기 위해 태아의 생명권을 희생하는 것은 동등한 배려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국가는 이를 보호해야 하는 정당한 공익이 있다"며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우리 헌법질서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수호한다는 규범적 목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입력 : 2019-04-12]   이승주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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