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만 사세요! 집안에 책만 쌓이잖아요."
그러나 필자는 한 권도 못 버린다. 하나 하나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최근 구입한 신간 『난 심연수다』를 소개한다. 출판사측 자료를 인용한다.
“윤동주와 동시대를 살다 간 또 한 명의 불운한 남자가 있습니다.
윤동주보다 6개월 늦게 태어났고, 윤동주보다 6개월 뒤에 죽은 남자.
중국 용정의 부유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윤동주와 달리, 강원도 강릉의 가난한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나 연해주와 북간도를 떠돌며 청소년기를 보낸 남자.
윤동주와 같은 시기에 용정에서 학교를 다니며, 나라 잃은 설움을 시 창작으로 달랬던 남자.
학창 시절 신문에 시를 발표하면서 ‘미남 시인’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남자.
일본으로 유학 떠나 윤동주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시를 쓰며 일제 만행에 울분을 토했던 남자.
해방되기 6개월 전 교도소에서 숨진 29살의 윤동주와 달리, 해방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중국 땅에서 일제의 총에 맞아 객사한 28살의 남자.
그 남자는 당시 결혼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이었고, 신혼의 아내 배 속에는 이 남자의 아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심연수입니다."
사후 55년 만에 발굴된 민족 항일 시인 심연수의 치열했지만 불운했던 핏빛 삶!
-일제 강점기, 조선어 신문에 창작시가 실려 윤동주와 함께 ‘용정 시인’으로 소문난 남 자!
-일본 유학 시절 몽양 여운형이 도쿄로 직접 찾아와 시국토론을 청했던 대학생!
-평생을 통일 운동에 몸 바친 민족 시인이자 통일 운동가 이기형의 절친 이었던 문학청 년!
-일제에 저항하다 두 번의 옥살이 끝에 결국 주검이 되고 만 저항 시인!
-신혼 4개월의 아내와 유복자를 남겨두고 일제의 총에 맞아 길바닥에서 죽어간 28살의 남자!
-그 남자의 차갑고도 뜨거웠던 28년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자화상 같은 기록이다.
-심연수 사후 그의 유품 속에서 윤동주 시인의 애장품이 발견된 사연 추적.
윤동주와 닮은 듯 다른 삶의 행보, 그러나 사뭇 다른 심연수의 문학세계 조명!
-발굴된 심연수의 육필 원고는 1939년부터 1943년까지 5년 치가 전부다. 그러 나 5년 동안 심연수가 썼던 작품의 양은 엄청나게 방대하다. 시조를 포함하면 시 작품만 무려 300여 편에 이른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시 외에 소설, 희곡, 수필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글쓰기를 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심연수가 쓴 영화평론까지 신문에 여러 번 실렸다. 또한 1940년에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쓴 1년치의 일기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부모와 동생들에게 보낸 편지도 무려 2백여 통이 있다. 게다가 중학교 졸업 여행을 다녀와 쓴 기행문은 읽는 사람이 1930년대 말 당시의 우리 한반도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독자들은 마치 그 당시를 시간 여행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그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아마도 시대극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나라 잃은 국민의 팍팍한 삶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80여 년 전의 시공간을 살았던 스무 살 청년의 고민과 방황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할 것이다. 또한 자기와의 싸움에 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20대 청춘의 치열함에 감동받을 지도 모른다.
-심연수가 활발하게 글을 쓰기 시작한 1939년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말에 대한 억압이 본격화 되던 때였다. 국어 과목 폐지, 신문?잡지 폐간 등 우리말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어의 일상화를 강요하였다. 1940년에 ≪조선일보≫ 와 ≪동아일보≫ 등의 신문사가 폐간되었으며, 국내의 문인들은 우리말로 글을 쓸 수도 발표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이 시기는 ‘우리 문학의 암흑기’ 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엄혹한 시기에 우리말로 글을 쓰고 신문에 발표했던 심연수의 유고 작품이 사후 55년만에 세상에 나왔으니 문학계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시인 윤동주와 심연수의 가깝고도 멀었던 관계, 비슷하지만 달랐던 시 세계도 들여다봤다.
누가, 언제 심연수를 지하 무덤에서 끌어냈을까…심연수 발굴 추적기!
-심연수를 최초로 발굴한 소정 이상규 시인을 직접 인터뷰해서 들어보는 발굴 비하인드 스토리!
-심연수 일가는 해방 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에 남았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복잡한 현대사에 휘말려 고초를 당하는 중에도 심연수의 육필 원고를 항아리에 담아 땅 속에 파묻어 보존했던 사람은 심연수의 친동생 심호수다. 따라서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혈육은 심연수의 친 조카 심상만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귀화하여 강릉에 정착한 심호수의 아들 심상만을 만나 심연수가 죽고 난 후 남은 가족들의 사연을 들었다.
-일제 강점기,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혁명의 기운이 불타올랐던 1930년∼1940년대. 그리고 1945년에 찾아온 해방. 그 시기를 치열하게 살았지만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일찍 삶을 마감한 ‘젊은 죽음’은 무수히 많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소설을 심심치 않게 만나는데, 거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메시지를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황금 같은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걸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인생에 무늬가 다르게 새겨진다."
-또 이 책을 통해 치열했지만 억세게 불운했던 한 남자의 인생과 마주한 독자들은, 그의 인생을 관통했던 시대의 불행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심연수가 살았던 시대를 함께 시간여행을 하면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유명 인물과의 만남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이 책은 ‘불온의 시대’에 총칼이 아닌 말과 글로 혼신을 다해 싸운 심연수란 청년이,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격정의 함성이다.
“오늘을 죽음처럼 살라! 헛되이 보낸 시간은 죽어버린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