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전염병이 발생 때와는 사뭇 다른 조치다.
북측 상황이 어떤지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으나 북한 대표단은 이번 뮌헨안보회의에 불참했다. 북한은 당초 이번 뮌헨안보회의에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파견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돌연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 역시 북한의 의료 수준을 평가 절하하며 북한이 코로나19에 겁을 먹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14일(현지시각) 북한이 코로나19를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과 남한 정착을 지원하는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해 국경을 봉쇄하는 등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만약 발병할 경우 자신들의 열악한 의료 상황으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우리나라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북한은 5~6월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같은 해 7월 11일 북한군 10여명이 강원도 철원 인근 군사분계선을 넘는 도발을 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공교롭게도 다음 달인 8월4일 우리 육군 제1보병사단 수색대대 부사관 2명이 비무장지대 철책 통로에서 북한군의 목함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는 'DMZ 목함 지뢰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에볼라 바이러스와 메르스가 물러간 이듬해인 2016년에는 북한이 1월 4차 핵실험, 9월 5차 핵실험이라는 고강도 도발까지 벌였다. 이 때문에 북한은 전염병보다는 자체적인 전략과 계획에 따라 도발을 해왔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한해서는 북한이 군사 도발보다는 내부 결속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바이러스 유입 차단과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국면 전환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변수가 동시에 북한 경제를 압박하면서 지난해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경제분야에서의 정면돌파 전략 수행도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