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멋진 실버’를 위하여

세상에는 중요한 것이 참 많습니다. 일도 중요하고, 사랑도 중요하고, 건강도 중요하고, 공부도 중요하고, 가족도 중요하고, 친구도 중요하고....

이렇게 많은 중요한 것에 똑같이 에너지를 투입할 수 없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공을 들인다 함은 거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과 돈은 보완재라기보다는 대체재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와 영화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갑자기 급한 사정이 생겨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가정을 해보지요.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겠지만, 그 대신 아내가 평소에 갖고 싶어 하던 것을 선물한다면
아내의 화는 어느 정도 풀릴 겁니다. 물론 남편과 아내의 상황이 반대인 경우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돈으로 해결될 때가 많습니다.
당연히 완벽하게 대체되지는 않겠지만요.

사람들의 대화에서 보통 ‘~가 문제가 아니라’라는 말이 나오면 바로 그 ‘~’가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친구는 참 밥을 안 사. 내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며느리는 애들한테는 돈 아까운 줄 모르면서 나한테는 안 그래. 내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들에게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돈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돈이 문제가 아닌 경우가 별로 없지요.

은퇴설계에서도 재무적인 플랜과 비재무적인 플랜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생활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의료비와 간병비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것을 고민해서 세우는 것이 재무적인 플랜이라면 ‘은퇴 후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여가 디자인)' ‘은퇴 후 더욱 중요해지는 부부관계와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관계 디자인)'와 같은 것은 비재무적 플랜에 속합니다.

그러나 비재무적 플랜이라는 여가 디자인, 관계 디자인 같은 것도 넓게 보면 재무적 플랜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바로 돈이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보통은 밥을 잘 사주면(지갑을 잘 열면)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관계 디자인을 잘 하려면 ‘밥 잘 사주는 멋진 실버’가 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사실은 실버가 되기 전에 이미 밥을 많이 사줬으면 더 좋겠구요.

또 여가를 디자인할 때도 재무적인 것이 해결되어 있으면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지요. 돈이 되는 일(취업, 창업)이건 안 되는 일(자원봉사)이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입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얼마 이상의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완전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지면에 쓰게 될 내용은 주로 재무적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은퇴를 코앞에 두었거나 이미 은퇴를 한 50대, 60대 이상에게만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닌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부터 모든 세대가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사람들이 보통 서른 즈음에 취업해 60살 안팎으로 은퇴를 하는데, 백세시대인 요즘에는 30년동안 번 돈으로 은퇴후 30-40년을 보내야 합니다. 예전에는 금리가 높고 투자할 곳이 많아서 40대 이후에 은퇴를 생각해도 충분했는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안정적인 투자처는 금리가 낮고 나이가 들어서는 위험스러운 투자를 하기 어렵지요. 따라서 젊어서부터 은퇴자금 마련을 병행하면서 재무계획을 짜는 것이 꼭 필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은퇴설계는 다른 무엇보다도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 아니라 돈이 문제인 것입니다.

이 칼럼을 꾸준히 읽다보면 여러분이 지금 몇 살이든 재무적, 비재무적 은퇴설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밥 잘 사주는 멋진 실버’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