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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다"

어미 새와 가장 새는 언제나 앞서야 하고, 앞서기 때문에 가장 힘든 삶을 겪는다

글  김재홍 문화부장 겸 문화사업본부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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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저 새다. 그날 아침 성당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게 만든 바로 그 짐승이다.

     

일주일 전 나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식사도 거른 채 안흥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봄 영하의 기온은 부실한 외투를 날카롭게 타박했고 주천강 물줄기는 무심하게 흘러 흘러가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오직 버스만 집중해서 기다려야 할 것을, 나는 그날 그 순간 저 새를 카메라로 찍겠노라며 한순간 정신을 팔았다가 하루 세 대밖에 다니지 않는 그 버스를 그만 놓치고 말았었다. 다행히도 문학의집 대표의 승용차를 얻어 타고 우여곡절 끝에 고해성사를 바치고 미사를 드렸지만, 저 새의 그 뻔한 V자 집단 비행을 나는 너무 주목했었다.

      

새들의 비행 대형이 V자를 그리는 이유야 상승기류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초대형 공중 추돌사고 방지를 위해서다 등 과학과 개그 사이를 오가며 많은 주장들이 있다. 우두머리와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위계라는 다분히 신분제적 이해도 있고, 대형의 선두와 후미는 수시로 교대하여 서로 체력 소모를 줄여준다는 공동체주의적 해석도 있다. 또한 다른 장치의 도움 없이는 결코 지상으로부터 이탈할 수 없는 인간에게 진정한 고공의 자유를 선사한다는 심미적 인식도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이미지를 더한다. V자 대형의 꼭짓점에서 집단 비행을 이끄는 새는 다름 아닌 지치고 배고픈 어미 새라는 이미지다. 가장 앞서서 찬바람을 맞고, 제일 먼저 힘이 빠지는 가장(家長)의 이미지다. 어미 새와 가장 새는 언제나 앞서야 하고, 앞서기 때문에 가장 힘든 삶을 겪는다. 너무 가족주의적인 이미지인가.

     

아무튼 두 번씩이나 낭패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 다시는 버스를 놓치지 않겠다며 전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처음 든 생각도 이번에는 사진일랑 작파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아침 일찍 문상을 가야 하니 시간이 맞으면 성당까지 데려다 드리겠다."는 문학의집 대표의 문자가 와 있었다. 그리하여 '저 뻔한' 새들의 V자 활공은 나의 심미적 이미지에서 물리적 이미지로 정착될 수 있었다.

     

물론 성당 주변에서도 아침 새들은 고공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저들이 철새여서 장거리 비행을 위한 예비 활공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텃새여서 식사를 위한 탐조 비행을 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가부장적으로 해석한다. 지금 저 어미 새는 평생의 지혜를 모두 부려 가장 맛있는 아침을 가장 편히 먹을 수 있도록 식솔들을 이끌고 있노라고.

     

교중미사를 마치자 서둘러 안흥 시가지로 갔다. 횡성 만세공원에서 11:40에 출발하는 농어촌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서둘러 장칼국수 한 그릇을 시켜 깨끗이 비웠다. 아직 연탄난로를 때는 국수집은 따뜻했고, 배불리 먹고 나온 뒤 안흥 시가지의 찐빵 조형물들은 오동통하니 넉넉하게들 생겼다.

  

  

  

[입력 : 2019-03-17]   김재홍 문화부장 겸 문화사업본부장, 시인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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