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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속에서

"새봄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 모두 힘을 내자"

글  김재홍 문화부장 겸 문화사업본부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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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도 종종 눈이 온다는 횡성 예버덩문학의집에 어제오늘 꽤 날선 눈이 내렸다. 사진=김재홍

오늘 아침 634분 횡성의 기온은 영하 6도였다. 뭐 그 정도 기온은 얼마 전까지 한겨울이었으므로 아무 것도 아니다. 4월에도 온다는 그 눈이 어제오늘 좀 휘날린 것도 별 것 아니다. 소용돌이까지 일으키는 세찬 바람도 까짓 별것 아니다. 바깥에서 요동치는 그 어떤 외부적인 것도 내면의 우울과 불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눈을 보고 영화 러브스토리’(1970)를 떠올리며 청춘의 열정을 얘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몰아치는 바람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클락 게이블과 비비안 리를 연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새봄의 눈과 바람을 긍정적 시그널로 인식하지 못하는가. 무엇 때문에 황무지의 먼지바람 속에서 고개를 파묻은 채 걷는 것처럼 답답하고 무거운 것인가.

      

확실하지 않은 미래나 과거에 대한 관념에서 생기는 불안정한 기쁨을 희망이라고 한 스피노자(1632-1677)의 뜻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불안정한 존재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안정된 존재에게는 희망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언제나 자신을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그 조건 위에서 기쁨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희망의 상대 개념을 공포로 상정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공포는 불안정한 슬픔이다. 희망도 공포도 불안정한 데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예버덩에서 나는 불안정한 기쁨을 추구했다. 작품 정리와 논문 작성이라는 불안정한 작업을 통해 기쁨을 얻고자 했다. 또 이러한 과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가지 못하는 불안정한 슬픔을 두려워했다. 문인들의 작업 공간 예버덩문학의집은 그런 점에서 물리적 시설이라기보다는 영혼의 격자에 가깝다. 동일한 공간에서도 영혼의 희망과 공포는 교차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impotentia)을 인식할 때 슬픔에 빠진다. 스스로 짊어진 과제이지만 나는 그것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결핍된 자신을 수시로 발견하며 그것으로 인해 슬픔에 빠진다. 이것은 매우 본질적이다. 대체할 수 없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나의 무능은 노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찌 할 수 없는 근본적 무능은 사람을 항상적인 슬픔으로 인도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자. 대체할 수 없는 바로 그 근본적 무능 때문에 인간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슬프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불안정한 기쁨과 슬픔 속에서 희망과 공포를 누리며 사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인간은 언제나 근심을 쌓아놓고 살지만, 동시에 그 틈새로 희망과 기쁨을 열망하는 존재이다. 힘을 내자. 새봄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 모두 힘을 내자.

  

  

  

 

 

 

[입력 : 2019-03-13]   김재홍 문화부장 겸 문화사업본부장, 시인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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