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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와 칼국수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것을..."

글  김재홍 문화부장 겸 문화사업본부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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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일에는 괜히 헛심만 쓰고 꼭 해야 할 일은 하지도 못했다. 예버덩에서 강림삼거리까지 왕복 6km, 도합 2시간을 쓰고도 교중미사는커녕 성당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어쩌면 애초부터 농어촌버스의 자연주의 운행을 인간주의적 산수로는 맞힐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거리와 시간을 가늠하는 나의 기준은 승용차의 속도였고, 그렇게 계산한 시간과 거리로 나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주일미사를 빠뜨렸으니 나는 이미 고해성사를 바쳐야 한다. 죄를 지었으니 그 죄를 사하지 않고서는 성체를 모실 수 없다. 그러니 이번에는 반드시 버스를 타야 한다. 달고개(月峴)에서 08:05에 출발하는 32번 농어촌버스를 타려면 새벽 6시쯤 일어나 씻고 먹고 닦고 입고 나서면 될 것이었다. 지난 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가 출발한 시간은 07:10, 버스 정류장에는 그 10분 후 도착했다. 아직도 45분은 더 있어야 버스는 월현을 출발할 것이었다.

      

날씨는 영하 4, 강 물결을 타고 날아오는 찬바람은 아직 매서웠다. 습관처럼 귀에서는 음악이, 이렇게 찬 하늘과 맑은 물길 옆에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처럼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버스가 올 방향을 틈틈이 주시했다. 절대 놓치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바라본 하늘에는 까마귀 떼가 유려한 V자를 그리며 날고 있었다. 너무 많이 본 모습 이미 전형적인 그림이었지만 갑자기 사진으로 찍고 싶어졌다.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는데, 아 그 순간 쌩하며 버스가 지나가고 말았다. 무턱대고 뛰어가면서 목이 터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매정한 버스 기사는 추호도 멈춤이 없었다. 외려 직선주로를 만나 더 가속하는 느낌만 들었다.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벼르고 서둘렀건만 까마귀의 그 뻔한 V자 때문에 코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한동안 혼돈에 빠졌다. 다음 버스는 무려 10시에 출발하기 때문이었고 그 시각은 정확히 교중미사 시작 시간이었다. 암담했다. 그 시점에 내게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하나는 예버덩문학의집으로 돌아가 거기 대표의 차를 잠시 빌리거나 데려다 달라고 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강림삼거리 방향으로 무작정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는 방법.

      

,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불현 듯 눈앞에 대표의 흰색 승용차가 나타난 게 아닌가. 심지어 나를 지나쳐 강림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또 다시 소리를 쳤다. 대표님, 대표님, 아무리 소리를 쳐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이고. 이제는 오직 하나. 무작정 걷는 수밖에 없었다. 그냥 걷기 시작했다. 주일 아침이라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았다.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이렇게 강림삼거리까지 걸어가다가 차를 얻어 탈 수 있으면 성당에 갈 수 있는 것이었고, 그렇지 않다면 미사 시간을 댈 수는 없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죄는 또 쌓이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흰 색 그 차가 다시 보였다. 분명 대표의 차였다. 길에서 마구 손을 흔들었다. 껑충껑충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겨우겨우 안흥면에 도착한 것은 08:30. 거기서 또 걸어 성당에 도착했고,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바쳤고, 교중미사를 통해 성체도 모셨다. ‘이제 다 이루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침도 먹지 않고 새벽 710분에 출발해 미사까지 마치니 벌써 11시를 넘겼다. 갑자기 몹시 배가 고팠다. 다시 걸어서 찐빵 가게와 복지센터와 농협이 있는 도심으로 갔다.

      

식당은 몇 군데 있었으나 한 눈에 칼국수라는 글자가 들어왔다. 곧장 들어가서 국수 한 그릇과 밥을 시켰다. 그 엄청난 양이라니! 공기 밥은 괜히 시킨 거였다. 주인장과 대화도 해가며 그 많은 양을 다 먹었다. 아침과는 달리 시간도 넉넉했다. 급할 게 없었다. 그렇게 느긋하게 시장기를 다 채웠는데도 시각은 11;55.

      

느긋하게 나와서 유명한 안흥 찐빵도 한 상자 샀다. 신세진 대표랑 나눠 먹을 작정이었다. 한산한 주일 도심 풍경도 구경하며 왠지 의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으로 기분은 상쾌하기만 했다.

  

그런데 아, 글쎄 이게 웬일인가. 농협 앞에 바로 그 농어촌 버스가 떡하니 서 있는 게 아닌가.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횡성 만세공원에서 11:40에 출발한 버스를 단 1분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다는 거였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다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거였다.

  

  

  

 

 

 

 

[입력 : 2019-03-10]   김재홍 문화부장 겸 문화사업본부장, 시인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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