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먼저 해야겠다. 위 사진은 파르테논 신전이다. 이른 아침부터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꼭 와보고 싶었던 그리스에 온 것이다.
터키 이즈미르 공항에서 그리스 아테네 공항까지는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불과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 공항 주변은 어둠이 짙게 내렸다. 아테네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는 시간대 별로 정액제 요금을 받았다. 평소에는 35유로지만 시간이 10시를 넘어 40유로라고 했다.
숙소는 모나스티라키 광장 부근으로 택시를 타지 않고서는 찾을 수 없는 깊숙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11시가 넘는 시간이었지만 좁은 골목 안은 카페와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담배연기, 남녀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클럽 안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주소를 들고 찾은 곳은 리셉션이 있는 사무실이었다. 매력적인 30대의 청년이 미소로 반겼다. 이곳에서 체크인을 하고 5분 정도 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니 아담한 이층 주택이 숙소로 제공되었다. 간판도 없었다. 간단한 취사도구와 거실이 있는 레지던트형 숙소였다. 숙소 주변은 작은 카페와 바들이 몰려있는 전형적인 유럽의 뒷골목 풍경이었다. 분위기만 보아서는 멋스럽고 흥이 절로 나는 곳이었다.
파르테논 신전은 기원전 479년에 페르시아인이 파괴한 옛 신전 자리에 아테네의 수호 여신인 아테나에게 바친 고대 건축물이다.
기둥과 지붕 사이에 있는 점토판에는 전쟁을 주제로 한 부조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아테나 여신의 탄생을 표현한 조각 중 디오니소스의 조각이다.
아침 햇살이 하얀 블라인드를 헤집고 방안에 내려앉았다. 어제 시끌벅적했던 골목 안은 의외로 한적했다.
숙소 앞 카페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스에서 유명하다는 그릭 샐러드도 주문했다. 토마토와 양파 위에 커다랗고 두툼한 페다 치즈가 먹음직스러웠다. 치즈 위에는 노란색이 선명한 올리브유가 흘러내렸다. 느끼하지 않은 치즈의 맛과 토마토와 양파의 신선함이 입안을 촉촉이 적셔 주었다.
"늦은 시간에 음악을 시끄럽게 틀어 놓고 영업을 해도 괜찮나요?" 어제 본 골목 안의 풍경이 궁금했다. 수염이 멋들어진 주인이 서빙을 하다 말고 웃으며 말했다. "아테네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해요. 주말에 한해 자정까지 그렇게 영업할 수 있지요."
파르테논 신전은 원형은 찾아볼 수 없고 복원을 하고 있다지만 군데군데 땜질식 처방이 전부인 것 같았다.
신들의 도시인 아크로폴리스까지는 걸어서 20여 분. 일요일 아침이어서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아테네의 명소는 대부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구글맵을 이용해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니 아크로폴리스 입구가 보였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길을 잃거나 헤맬 염려가 없었다.
아크로폴리스 입구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입구에서부터 파르테논 신전까지 사람들에 떠밀려 입장하다시피 했다. 아크로폴리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테네라는 고대 도시 국가의 거점이자 서구 문명의 발상지로서 수천 년 동안 누려온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고 있을까?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아크로폴리스는 도시라기 보다 박물관이라고 해야 더 적합한 규모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잠실운동장 정도의 크기의 아크로폴리스에 파르테논 신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테네의 수호 여신인 아테나에 바쳤다는 그 신전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이다. 기원전 448년부터 16년 동안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조각가 등이 설계하고 만들었다. 파르테논 신전은 고대 건축물의 원형이자 상징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신축할 당시만 해도 최고급 백색 대리석에 건축물을 모두 곡선으로 설계해 건축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건축물이다. 기둥과 기단부의 바닥 부분도 미묘한 굴곡이 있는 컵 형태로 만들어졌다. 파르테논신전처럼 곡선을 주조로 한 건축물은 현대에서도 구현하기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라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은 오랜 세월 숱한 전쟁의 참화를 견뎌 왔지만 약탈에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이다. 1799년 영국의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그리스를 통치하고 있던 오스만제국의 영국대사로 부임해 온다. 그는 오스만 제국의 허락을 받았다며 그리스의 예술품과 파르테논 신전의 건축 조각상을 절반 가까이 해체해 영국으로 가져간다.
그것이 소위 엘긴 마블이다. 엘긴 백작은 영국 정부에 자신이 가져온 엘긴마블을 3만 5000파운드(현재 가치 약 6억 원)에 팔아넘긴다. 이후 파르테논 신전 대부분의 조각품이나 부조물 등은 현재 대영박물관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소장 있다고 한다. 훗날 시인 바이런은 엘긴 백작을 가리켜 '약탈자'로 매도했다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은 이후에도 지진과 산성비로 인해 아름다운 대리석이 누렇게 변해 가고 있다. 그리스 정부와 유네스코는 인류의 유산인 파르테논 신전의 보호를 위해 한창 복구를 진행 중이지만 옛 모습을 찾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또 하나의 신전 에레크테이온의 모습이다. 이 신전은 처음에는 아테나, 포세이돈, 헤파이스토 등 3개의 신전을 하나로 모았다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 건너편에는 6명의 여인상이 돋보이는 에레크테이온 신전이 눈길을 끈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아테네의 전설적인 왕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그리스의 다른 신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6개의 여인상이다. 이 여인상은 '카리아티드'라고 한다.
학설에 의하면 이 여인들은 노예의 딸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진품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있고 신전에 세워진 것은 복원할 때 모조품을 세웠다고 한다.
3개의 신전을 하나로 짓다 보니 기둥을 비롯 문간 창문 신전의 크기 등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처음에는 동쪽에 아테나 신을 서쪽에는 포세이돈과 헤파이스토스 신을 위한 신전을 세울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전을 다 짓고 보니 하나의 신전처럼 보여서 신전을 분리하지 않고 아테네의 전설적인 왕인 에레크테이우스의 이름을 따서 에레크테이온이라고 했다고 한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암벽 지형을 활용해 지어졌고 기둥을 비롯해 문간, 창문, 신전의 크기도 제각각이다. 3개의 신전을 하나로 모으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오히려 자유로우면서도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그리스 문화의 뿌리인 포용성과 융합성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은 기원전 161년에 고대 아테네의 귀족인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죽은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아테네 시민들에게 기증했다.
파르테논 신전 뒤편 아래에는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이 있다. 현지인들은 '이로디온'이란 애칭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고대 아테네의 귀족인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죽은 아내를 추모하여 아테네 시민들에게 기증한 음악당이라고 한다. 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매년 7~9월의 주말에는 아테네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그리스 고전극, 콘서트, 오페라 등을 공연한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방어 요새이자 신전을 지어 수호신에게 받쳤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바라본 아테네 시가지 전경이다. 폴리스는 도시이고 아크로는 높다는 어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디오니소스 극장은 기원전 6세기 무렵에 지어진 고대 아테네 극장이다. 예술의 근원지였다가 소실된 것을 로마시대에 복구해으나 현재는 흔적만 있을 뿐이다.
니케의 신전은 고대 아테네인들이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세운 신전이다.
아크로폴리스의 신전들을 지탱하고 있는 석축들은 대부분이 파괴되어 원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은 기원전 437년에 건설된 플로필라이아이다. '대문' 또는 '정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요새화한 아크로폴리스의 전경이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오면 아톨로스 주랑이 나온다. 기원전 150년 전에 페르가몬 왕국의 왕 아탈로스 2세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아톨로스 주랑에는 신들의 깨진 대리석상들이 세워져 있다. 아톨로스 주랑에는 고대 그리스의 유물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유물 가운데는 현재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아톨로스 주랑에 전시되어 있는 신들의 두상이 몸통이 잘린 채 전시되어 있다. 아톨로스 주랑에서 신들의 의상도 엿볼 수 있다.
아톨로스 주랑에서 고대 아고라 뜰이 내려다보인다. 아고라 언덕 위에 있는 헤파이스토스 신전은 파르테논 신전보다 더 이전에 세워졌다. 현존하는 그리스 신전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원래 제우스와헤라의 자식인데 불과 금속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다고 한다. 아톨로스 주랑과 헤파이스토스 신전 사이에 고대 아고라의 넓은 뜰이 자리 잡고 있다.
고대에는 관람석이 없었으나 로마시대에 대부호인 헤르데스 아티쿠스가 대리석으로 만들어 기증했다고 한다. 역대 올림픽의 개최지가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도 선명하게 보인다.
아테네 시내에 자리 잡은 정교회 성모 희보 대성당이다. 메트로폴리스 성당이라고도 한다. 성모 희보 대성당의 뒷모습이다. 이 성당은 아테네의 주요 명소로서 국가 행사나 사회 유명 인사나 부유층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열리기도 한다.
아크로폴리스의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오면 색다른 풍경의 맛 집들이 몰려있는 폴라카 지구를 만난다.
아테네는 아크로폴리스와 주변 유적지를 돌아보면 대부분 관광을 마치게 된다. 아크롤폴리스 입구에서 30유로 하는 통합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면 웬만한 곳은 대부분 돌아볼 수 있다. (올림픽경기장은 별도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
하루 정도면 시간도 충분하다. 그다음에 할 일은 아테네 시내를 어슬렁거리는 일이다. 나는 유적지보다 이곳의 골목 풍경이 더욱 흥미로웠다.
아네네는 대부분의 길이 일방통행식이다. 길이 좁고 골목이 대부분이다. 이런 길을 어슬렁거리며 걷고 또 걷는다. 아테네 시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물 외벽의 그래비티이다. 아테네는 그래비티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래비티는 허름한 건물의 흉물스러움을 감추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시내 중심가의 멀정한 건물에도 덕지덕지 스프레이를 뿌려 놓은 것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아테네를 가면 유적지를 빼고 두 군데의 명소는 둘러보아야 한다. 아테네의 중심 거리인 신타그마 광장과 모나스티라키 광장이다. 신타그마 광장은 아테네의 중심거리이다.
이곳에는 고급 쇼핑몰과 맛 집들이 몰려 있고 국회의사당이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매시간마다 10여 분 정도 근위병 교대식이 열린다. 한국전쟁 때 파병한 그리스 군의 무명용사에 대한 묵념도 잠시 보여준다. 신타그마 광장 부근에는 '도시락'이라는 한국 식당이 성업 중이다. 여행에 입맛을 잃은 한국인들이 한 번씩 들려가는 곳이다.
산타그마 광장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모나스티라키 광장이 나온다. 서민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만남의 장소인지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1,3호선 지하철역이 광장 앞에 있고 주변은 온통 식당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웬만한 숙소도 이곳에 밀집해 있으니 여행자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머무는 숙소도 이곳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면 재래시장과 벼룩시장이 길게 이어진다. 웬만한 브랜드 매장과 편집숍이 몰려 있어 쇼핑하기에도 제격이다.
이곳의 웬만한 식당에서는 라이브를 공연한다. 주로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데 솜씨들이 보통이 아니다. 이곳 식당들은 가격도 저렴하다. 한국 블로거들이 소개하는 맛 집들이 대부분 이곳에 몰려 있다. 나는 아테네 하면 떠오른 라이브 레스토랑이 있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에서 10 정도 거리에 있는 규모가 제법 큰 레스토랑이었다. 하늘이 훤히 보이는 공간 외벽에는 50~60년대 아테네 시내 흑백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 있는 클래식한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에 들어오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 시절에나 어울릴 것 같은 50대는 돼 보이는 여가수가 허스키한 목소리에 애절함을 실어 노래를 부른다. 마음을 흔들 정도의 강렬함이 배어있다.
이어서 부르는 노래도 그다음 노래도 마음에 사무쳤다. 칸초네와 샹송을 혼합해 놓은 것만 같은 그리스 음악과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아 이렇게 슬픈 멜로디도 있었구나" 나는 환호했고 그 여가수는 손을 모아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나는 그 다음날도 그 카페를 찾았다.
그리고 아테네를 떠나는 날 레코드 가게를 찾아 휴대폰에 어렵게 녹음해온 음악을 들려주며 시디를 한 장 구입했다. 나에게 바치는 아네테 여행의 소중한 선물이었다.
모나스티라키 광장은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이다. 주변에는 맛집 벼룩시장 숙소 등이 밀집되어 여행자 거리로도 불린다. 아테네는 가죽 제품이 주요 쇼핑 품목으로 인기이다.
아테네 벼룩시장은 모나스티라키 광장 인근에 있다. 이곳에서 서적, 가구, 골동품 등 생활용품 등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도로 주변에는 거리의 화가들이 그리스의 명소를 소재롤 한 그림들을 걸어놓고 판다. 아테네는 골목길이 미로처럼 뻗어 있어 자칫 길을 잃기 쉽다.
아테네는 자전거 대신 전동스쿠터를 공용 운송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테네의 골목은 주민 이웃 간의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아테네는 그래비티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도로 곳곳에 낙서투성이다. 카페 앞을 화려하게 장식해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한가한 골목이지만 토요일 저녁이면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클럽을 온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산타그마 광장에 가면 아테네의 주요 명소를 돌아보는 열차 모형을 한 관광버스를 탈 수 있다. 모나스티라키 주변에는 크고 작은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다. 모나스티라키 주변의 음식점을 돌며 음악을 들려주는 거리 악사들도 눈에 띈다.
그리스의 명물인 그릭 샐러드는 토마토 양파 오이 위에 페다 치즈를 올려 올리브오일에 버무려 나온다. 그리스는 신선한 해산물이로 만든 요리가 풍성하다.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무사카는 다진 소고기나 양고기에 양파와 토마토를 넣고 만든 그리스 전통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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