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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의 ‘끝난 사람’ 이야기...“임원이 됐든 은행장이 됐든 떨어진 ‘벚꽃 신세’였을 것을”

우치다테 마사키의 소설 <끝난 사람>

글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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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고용으로 알려진 일본도 과거와 다르게 조기 퇴직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끝난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청년 실업도 문제지만 ‘끝난 사람’이 일본보다 더 빠르게 불어나고 있으니 더욱 큰일이다"
  
“이제 백수입니다. 후련합니다.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까요. 다 끝났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 놀려고 합니다."
  
며칠 전, 지난 연말에 대기업의 고위직 임원을 마친 사람의 말이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으면 속이 후련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본의 유명 소설 우치다테 마사키(內館牧子·71) <끝난 사람>의 한 대목을 떠올려봤다.
  
“나라는 인간, 무엇하나 특별히 사회에 영향을 끼칠만한 일도 없이 그저 가족이나 부양하다가 ‘끝나버린’ 하찮은 인생인가? 설사 본부 임원이 되었던들, 은행장이 되었던들, ‘떨어진 벚꽃’ 신세였을 것이다."
   
2015년에 발간된 이 소설은 지난 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소설에는 샐러리맨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일본 명문대 출신의 주인공
  
소설의 주인공은 명문대를 졸업한 후 일본 굴지의 은행에 취직했다. 오로지 일에 매달리면서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나 임원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밀려나서 30여명의 자회사(子會社)에서 정년을 맞았다.
   
“정년퇴직이라...이건 뭐? 생전(生前)의 장례식이다."
   
그래도 주인공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실컷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불안했다.
   
“아아! 나는 ‘끝난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던 것이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펑펑 폭죽이 터지고, 남녀 직원 둘이 앞으로 나와 꽃다발과 기념품 같이 생긴 것을 내밀었다. 전 직원이 승용차에 둘러서서 큰 소리로 인사하고 손을 흔들고 난리다. 차가 움직이고 나서 조금 있다 돌아보니 개미 새끼 한 마리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들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 자기 업무를 시작했겠지? 내가 없어졌는데도 말이다. 누구 한 사람, 아무것도 곤란할 일이 없이..."
      
  
대낮에 개와 함께 산책하며 소일하는 일본인들. 일본의 유명 소설 우치다테 마사키의 <끝난 사람>은 샐러리맨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15년 발간된 소설은 지난 해 영화로 만들어지도 했다.
  
 
냉엄한 현실

  
소설이지만 현실적 상황이기도 하다. 연말연시 인사철을 맞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년이라는 ‘시계의 축’이 과거와 달리 더욱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니 우리 모두의 일이기도 하다.  소설의 또 다른 반전이다.
  
“정년퇴직이라는 것은 남편도 아내도 불행하게 만든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리기만 하면 따끈따끈 해지는 흰 쌀밥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된장국을 먹으며 ‘마누라 없이도 얼마든지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남편이 반갑지 않은 마누라들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사람마다 각기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흐르는 강물처럼>에 이러한 글이 있다.
  
“노동은 축복이라네. 그것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일에만 매달려 삶의 의미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저주야."
  
무엇이 정답일까?
   
종신고용으로 알려진 일본도 과거와 다르게 조기 퇴직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끝난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청년 실업도 문제지만 ‘끝난 사람’이 일본보다 더 빠르게 불어나고 있으니 더욱 큰일이다.

 
 

[입력 : 2019-02-17]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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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30년 넘게 현해탄을 넘나들며 일본인들과 교류하고 있는 홍보컨설팅회사 JSI파트너스의 대표다. 일본비즈니스 전문가로도 정평이 나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육군 제2훈련소 교관(ROTC11기)으로 군(軍) 복무했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대우에서 보냈다. 대우건설 재직시절 철옹성 일본 건설시장의 문을 열었다. 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에 이어 팬택계열 기획홍보실장(전무)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지금의 JSI 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있다. 일본의 정계·관계·업계·언론계 등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한편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칼럼니스트로 여러 매체에 일본 관련 글을 쓰고 있다. 특히 일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현장을 직접 보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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