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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를 알아보는 법

“사이코패스에 대한 세 가지 오해”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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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註 : 정치권의 '막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오가는 ‘말’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는 것 같다. 상대의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 참석을 두고 나온 말도 그렇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5월 14일 tbs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반적인 진상규명이 다시 돼야 하고 그러려면 5·18 특별법이 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되는데 국회에서 전혀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면서 "황 대표가 다시 광주를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본다"고 했다. 사회자가 '사이코패스 발언은 세다'고 언급하자 이 대표는 "의학적 용어를 쓴 것"이라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가혹한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현아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5월 16일 YTN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센병'을 인용했다. 그는 "한센병은 상처가 났는데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해 방치해서 그것(상처)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고 하면 저는 그러한 의학적 용어(한센병)들을 쓸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는 황교안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라고 비판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정치권이 한국당을 집중 공격하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편파적인 '극우 막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도를 넘어도 지나치게 넘었다"라며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며 표현의 자유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테드 번디, 존 웨인 게이시, 데니스 레이더는 1970년대에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범들이다. 번디는 젊은 여성 30명을 곤봉으로 때리고 능욕해서 죽였다고 자백했으나 실제 희생자는 100명이 넘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게이시는 10대 여성 위주로 33명을 살해하고 27명은 집 마루 밑에 매장했다. 레이더는 10명을 묶어놓고 괴롭히며 교살한 뒤에 경찰에 편지를 보내 범행을 자랑했다. 이들은 전형적인 정신병질자, 곧 사이코패스(psychopath)이다.
 
1941년 미국의 정신병 의사인 허비 클렉클리는 처음으로 사이코패스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사이코패스는 외모가 호감이 가고 첫인상이 좋기 때문에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중심적이며 부정직하고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때때로 아무런 이유 없이 무책임한 행동을 저지른다.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크게 결핍되어 이성과 사귈 때 냉정하고 변덕스럽다. 잘못을 저질러놓고 버릇처럼 핑계를 대거나 남의 탓으로 돌린다.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곧잘 말썽을 부린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남성이다.
   
사이코패스의 성격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해어가 창안한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이다. 이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사이코패스는 최소한 세 가지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 사람을 대할 때 건방지거나 속인다. 둘째, 죄의식이나 배려심이 부족하다. 셋째, 충동적이고 법을 어기는 행동을 한다. 가령 성적으로 난잡하고 절도를 한다.
 
2007년 미국 에머리대의 심리학자인 스콧 릴리엔펠드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12월호의 고정 칼럼에서 사이코패스에 대해 널리 퍼져있는 세 가지 오해를 분석했다.
 
첫째, 모든 사이코패스는 폭력적이라는 오해. 물론 테드 번디나 데니스 레이더 같은 사이코패스는 연약한 여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연쇄살인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이코패스는 폭력적이지 않다, 또한 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대부분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해 32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조승희가 좋은 예이다. 사건 직후 세계 언론은 그를 사이코패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사이코패스가 갖고 있는 성격 장애를 거의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단지 지나치게 소심하고 수줍은 청년일 따름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폭력적인 범죄를 저질렀지만 결코 사이코패스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 모든 사이코패스는 정신병 환자라는 오해. 가령 정신분열증 환자는 평소에 병마에 시달리지만 사이코패스는 대부분 항상 정신이 말짱하다. 자신의 불법적인 행동이 반사회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놀라울 정도로 냉담하게 무시하고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다. 사이코패스가 눈 하나 까딱 않고 연쇄살인을 하는 것은 정신 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셋째, 사이코패스는 치료 불가능하다는 오해. 사이코패스가 자신의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치료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이코패스가 여느 사람들 못지않게 심리 요법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비록 사이코패스의 핵심적인 인격 장애는 쉽게 치료될 리 만무하지만, 냉혹한 범죄 성향은 어느 정도 치유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사이코패스는 전체 인구의 1%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그들은 대부분 교도소에 갇혀있다. 죄수의 25% 가량이 사이코패스처럼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이코패스가 날마다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정계, 기업, 법조계, 언론, 연예계 등에서 성공한 사람 중에 사이코패스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출처=《마음의 지도》, 조선일보 '이인식의 멋진과학' 2008년 4월 12일자

 

 

 

 

 

[입력 : 2019-05-17]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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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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