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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미국을 먹여살릴 6大 기술...생물노화기술, 에너지 저장소재, 생물연료·생물기반화학, 청정석탄기술, 서비스로봇, 만물인터넷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발간한 <2025년 세계적 추세(Global Trends 2025)>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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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일독해야 할 보고서 목록 중에는 <2025년 세계적 추세(Global Trends 2025)>가 들어 있었다. 이 보고서는 CIA·FBI 등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위원회(NIC)가 펴냈다. 1979년 설립된 NIC는 미국의 중·장기 전략을 예측하는 정보기구로서 주기적으로 세계 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 2025년 세계적 추세>에는 2025년의 세계 정치·경제·과학기술 등에 대한 예측이 실려 있다. 이를테면 2025년쯤 미국의 독점적 패권주의가 무너지고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등이 미국과 대등한 힘을 갖는 다극화 체제가 구축되면서 세계는 불안정한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인해 자원 부족 현상이 심화되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짐에 따라 핵무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2025년 무렵이면 한반도가 하나의 통일 국가는 아니라 해도 느슨한 형태의 연방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인구 고령화, 에너지·물·식량의 부족, 기후 변화 등 2025년의 지구촌에 영향을 미칠 핵심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런 여건에서 미국의 국가 경쟁력에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보이는 ‘현상파괴적 민간 기술(disruptive civil technology)’을 선정했다.
  
현상파괴적 기술은 1995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그는 기업의 혁신을 존속성 혁신과 현상파괴성 혁신으로 구분한다. 
  
존속성 혁신은 기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지는 혁신인 반면, 현상파괴성 혁신은 기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은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전혀 다른 성능을 요구하는 새로운 고객이 요구하는 혁신이다. 말하자면 현상파괴적 기술은 기존의 기술을 일거에 몰아내고 시장을 지배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금속 인쇄술, 증기기관, 자동차, 전화, 나일론, 컴퓨터, 인터넷 등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꾼 기술은 본질적으로 현상파괴적 기술에 해당한다.   
      
이 보고서는 현상파괴적 기술을 ‘정치, 경제, 군사 및 사회적 측면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에 현저한 위협이 되거나 혹은 국력 신장에 기여할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여섯 가지를 선정했다. 생물노화기술, 에너지 저장 소재, 생물 연료 및 생물기반화학, 청정석탄 기술, 서비스 로봇, 만물의 인터넷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생물노화기술]
  
생물노화기술(biogerontechnology)은 인간의 생물학적 노화과정을 연구해 평균 수명을 연장하고 노인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질병과 노화의 원인을 분자 및 세포 차원에서 연구하기 때문에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의 핵심 기술에 기반을 둔다. 
  
생물학적 노화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은 다양하지만 생물노화기술에서는 세포가 재생능력을 상실할 때 발생하는 노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주력한다.
  
생명 연장 연구는 주로 線蟲(선충), 효모(이스트), 초파리 같은 유기체를 대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인체에 대한 연구로 확장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 노화 연구에서 문화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생활 양식, 교육 수준, 인종이나 성별 같은 요소가 노화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화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결국 노화의 요인을 제거하는 기술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노화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칼로리 섭취량을 감소시키거나 손상된 유전자를 수리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신약도 개발될 전망이다.
  
▲2010년: 미국 정부는 노화의 생물학적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향후 10년간 해마다 1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임을 밝힌다.
  
▲2013년: 미국 정부의 정책에 자극받아 유럽연합·일본·중국·인도·러시아에서 경쟁적으로 정부 차원의 정책을 발표한다.
 
▲2015년: 생물학적 과정의 이해를 통해 인간의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처음으로 확보된다.
  
▲2018년: 여러 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노화에 관련된 연구 성과가 나타난다.
  
▲2020년: 노화를 방지하는 신약 개발이 임상 실험 단계에 들어간다.
 
▲2025년: 인간의 줄기세포 기반 치료의 상용화를 위해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 승인 신청이 들어간다.
  
▲2027년: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2025년 81세였으나 생물노화기술에 의해 2050년까지 89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 노화 억제 치료의 상용화 승인을 FDA에 최초로 요청하는 역사적 순간이 찾아온다.
    
노화를 저지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미국인의 수명이 연장되고 노인의 건강상태가 현저히 개선되기 때문에 생물노화기술은 미국의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이기 때문에 생물노화기술은 현상파괴적 기술로 여겨진다.
    
평균 수명 증가로 새로운 현상 속출
  
무엇보다 생물노화기술은 미국 정부의 보건 관련 예산을 결정적으로 감소시킨다. 보건 예산은 미국 국내 총생산(GDP)의 16%를 점유하므로 생물노화기술로 이 예산이 상당 부분 절감되면 그만큼 다른 분야에 투입할 여력이 생긴다. 때문에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또 수명이 연장되고 질병으로부터 해방된 건강한 노인 인구가 급증해 미국 경제에 활력소가 된다. 이들은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인 노동자의 증가로 고용 형태나 은퇴 제도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노인들이 기득권을 누리며 일터를 점령하면 노동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은퇴의 개념도 바뀌어 의무퇴직 연령도 더 높아진다. 은퇴는 경제 활동 능력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는 계기로 여겨진다. 말하자면 은퇴가 없는 사회가 되므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교육·결혼·가족 등에 대한 고정관념에 엄청난 변화가 발생한다. 노인 계층의 심리구조와 행동양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문화 규범이 형성된다. 특히 세대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노화기술의 혜택을 모든 미국인이 누리지 못할 경우 사회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富者(부자)나 백인은 물론 貧者(빈자)나 흑인도 오래 살 수 있는 권리를 공유하는 無病長壽(무병장수) 사회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에너지 저장 소재]
  
에너지 저장 소재는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소재 및 관련 기술을 포괄한다. 배터리(전지) 기술과 함께 초고용량 축전지(ultracapacitor), 수소 저장 소재 등 3대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를 사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기술이 기대를 모은다.
 
  이 세 가지 에너지 저장 소재 기술은 모두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나노물질)을 사용한다. 특히 탄소 나노튜브(CNT)는 세 가지 기술에서 공통적으로 전극용 물질로 활용될 전망이다. 탄소 나노튜브는 수소를 저장하는 데 긴요하게 사용된다.
  
▲2009년: 초고용량 축전지가 기존의 배터리와 함께 판매된다.
  
▲2010년: 배터리, 연료전지, 초고용량 축전지가 일부 휴대용 전자장치 시장에서 경쟁하기 시작한다.
  
▲2010~2015년: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의 판매량이 수백만 대에 이르고, 최초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가 나타난다.
 
▲2015~2020년: 초고용량 축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출현한다.
  
▲2020~2025년: 대다수의 신형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해도 크게 빗나갈 것 같지 않다.
  
세 가지 에너지 저장 소재 기술은 두 종류의 산업 분야, 곧 수송과 휴대전자장치 부문에서 에너지가 저장되고 유통되는 방법을 바꿔놓는다는 측면에서 현상파괴적 기술의 잠재력을 갖는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기술이 궤도에 오르면 미국 경제구조는 화석연료 중심 패러다임에서 수소기반 경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저장 소재 기술은 네 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정치적으로 에너지 저장 소재 기술은 원유를 둘러싼 국제적 힘의 균형에 변화를 초래한다. 새로운 에너지 기술 덕분에 석유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미국은 중동 국가와 원유 공급을 둘러싼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수소 경제로 전환되면 경제적으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된다. 연료전지, 연료전지 자동차, 수소 생산 및 저장을 위한 하부구조, 첨단 배터리, 초고용량 축전지 소재 등 새로운 시장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휘발유를 판매하던 주유소는 수소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체제로 탈바꿈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으로도 에너지 저장 소재 기술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휴대용 군사장비에 사용하면 군사작전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초고용량 축전지의 특성을 활용할 경우 새로운 성능의 병기를 개발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도 에너지 저장 소재 기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수소 경제로 바뀌면 석유에의 의존도가 감소하면서 개선되는 무역수지가 사회를 결속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게다가 새로운 에너지 저장 소재 기술은 일종의 녹색 기술로서 비교적 환경 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게 된다. 
  
궁극적으로 수소 경제는 석유 매장량의 감소로 미래의 세계가 직면할 고통과 공포를 완화시킬 것이므로 인류 사회 결속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임에 틀림없다.
  
   
[생물연료 및 생물기반 화학]
   
태양열을 이용한 가로등. 미래에도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물연료 및 생물기반 화학은 동식물로부터 연료를 추출하는 분야이다. 1세대 생물연료에는 바이오알코올(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 있다. 에탄올은 옥수수와 사탕수수에서, 바이오디젤은 평지의 씨(rapeseed)와 같은 식물성 기름에서 나온다. 
  
생물연료의 미래는 2세대 기술에 달려 있다. 2세대 생물연료는 리그노셀룰로오스(lignocellulose) 물질을 이용한다. 리그노셀룰로오스는 가장 풍부한 바이오매스(biomass)다. 열자원으로서의 식물과 동물 폐기물을 바이오매스라 한다. 리그노셀룰로오스로 만든 에탄올은 셀룰로오스 에탄올(cellulosic ethanol)이라 불린다. 셀룰로오스 에탄올의 효율적 생산을 위해서는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이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합성 생물학은 문자 그대로 새로운 유기체를 만들어 내는 분야다.
  
▲2007년: 미국 부시 행정부는 2017년까지 10년 동안 해마다 에탄올 350억 갤런에 해당하는 생물연료를 소비(현재는 50억 갤런)해 운수용 휘발유 사용량을 20%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2010년: 셀룰로오스 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이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리그노셀룰로오스를 사용해 생물연료를 생산하는 시설도 확산된다.
  
▲2010~2015년: 조류(algae)에서 도출된 생물연료 기술이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2012년: 생물연료를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체제가 실현된다.
 
▲2012~2020년: 합성생물학에 의해 만들어진 미생물을 사용해 바이오매스를 여러 특성을 지닌 연료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생물연료가 선보인다.
  
▲2025년: 미국의 생물연료 사용 규모는 석유 기반 연료의 25% 이상을 대체하게 된다. 이산화탄소 방출량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된다. 결국 석유화학 제품이 생물기반 제품으로 대부분 바뀌는 변화가 일어난다.
  
생물연료와 생물기반 화학은 단기간에 석유에의 의존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미에서 현상파괴적 기술로 여겨진다. 이런 맥락에서 생물연료는 미국의 국가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이 대규모로 생물연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면 무엇보다 원유 수급을 놓고 중동 산유국과 협상을 벌일 때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온실효과 기체 방출량이 적은 생물기반 경제를 강력하게 추진하면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서 발언권이 강력해진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최대의 화석연료 소비 국가로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미국이 생물기반 경제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입을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연료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6년 205억 달러에서 2016년 800억 달러로 성장한다. 게다가 생물연료가 석유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이 시장을 결코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2025년 이전에 결정적인 석유 위기가 발생해 원유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생물연료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미국의 강력한 생물기반 경제는 농업 부문에 경제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므로 사회 통합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생물연료를 만들기 위해 바이오매스의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농작물 가격이 급등하고 토지나 용수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청정석탄 기술]
  
청정석탄(clean coal) 기술은 석유나 천연가스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훨씬 많은 석탄을 환경 친화적인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석탄 청정화 기술로는 CCS(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 곧 ‘탄소 포획 및 격리’ 기법이 손꼽힌다. CCS를 통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오염물질의 배출을 억제해 청정석탄을 만든다.
  
세계 에너지 사용량에서 석탄의 비율은 2004년 26%에서 2030년 2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전기 사용량의 50% 가량이 석탄을 사용한 화력발전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석탄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석탄 청정화 기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석탄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며 러시아, 중국, 인도가 그 뒤를 잇는다. 4개국은 전 세계 매장량의 67%를 점유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에너지부(DOE)는 CCS 기술의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2010년: 중국의 한 석탄 액화 업체가 석탄으로부터 10만 배럴의 액체 연료를 생산한다.
  
▲2015년: 천연가스 가격이 인상되어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문제를 검토하게 된다.
  
▲2020년: CCS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를 포획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한국석유공사가 개발 중인 베트남 롱도이 가스전의 夜景.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해 생물연료, 청정석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CCS로 청정석탄이 개발되면 세계 1위의 석탄 매장량 보유 국가인 미국으로서는 석탄을 에너지 공급원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청정석탄은 현상파괴적 기술로 자리매김된다. 
  
청정석탄 기술은 미국의 국가 경쟁력에 여러 측면에서 보탬이 된다. 풍부한 석탄을 사용하므로 석유 수입량을 줄이게 되어 산유국과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와 중국도 석탄 매장량이 많아서 미국처럼 원유 확보를 위해 중동 지역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줄어든다.
  
경제적으로 얻는 이익도 만만치 않다. 청정석탄을 사용할수록 석유 수입에 소요되는 달러를 아끼게 되므로 그만큼 미국 경제에 보탬이 된다. 청정석탄 기술은 기존의 탄소기반경제를 1~2세기 더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석탄 기술은 재생에너지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경제성이 있는 재생에너지가 상용화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정석탄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임시방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CCS 기술이 완성되어야 한다.
  
미국인들은 경제 발전과 환경 문제는 양립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청정석탄 기술로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소에도 기여하면서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미국 시민에게 긍지를 심어줌과 아울러 사회의 결속력도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청정석탄 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실용화되면 미국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서비스 로봇]
 
인체 속에 들어가 질병을 퇴치하는 나노봇.
서비스 로봇은 제조 현장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집안, 병원 또는 전쟁터에서 사람과 공존하며 사람을 도와주거나 사람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데 도구로 이용되는 로봇이다. 서비스 로봇에는 가사 로봇, 의료 복지 로봇, 군사용 로봇이 포함된다. 가사 로봇은 집안에서 청소·세탁·요리·설거지·세차·잔디 깎기 등을 수행해 가사 노동의 부담을 줄여 줄 뿐만 아니라 주인 대신 집을 보는 일까지 척척 해낸다.
  
의료 복지 로봇의 핵심은 수술 로봇과 재활 로봇이다. 수술 로봇은 의사의 첨단 수술 방법을 지원하며, 재활 로봇은 고령자와 신체 장애인의 재활 치료와 일상생활을 도와준다. 장애인에게 다리 노릇을 해주는 휠체어 로봇의 경우, 손을 쓰지 못하더라도 뇌파를 사용하여 조종할 수 있다. 
 
뇌파 조종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BMI(brain-machine interface), 곧 ‘뇌-기계 인터페이스’다. 뇌파를 활용하는 BMI는 머릿속에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여 휠체어 등 각종 장치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손 대신 생각 신호로 로봇이나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군사용 로봇 역시 BMI 기술이 채택되면 작전과 정찰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전투 자동화를 꿈꾸는 미국 국방부(펜타곤)는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 정찰 임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장애물을 피해 나가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무인지상차량의 개발을 겨냥한다. 자율적인 로봇 자동차가 출현하면 싸움터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감정이 없는 무자비한 살인 로봇이 격돌하게 된다.
  
▲2007년: 펜타곤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도시 도전(Urban Challenge)’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려 로봇 자동차들이 거리를 누볐다.
  
▲2009년: 펜타곤의 미래 전투 시스템, 곧 FCS(Future Combat Systems)의 성능 시험이 시작된다.
  
▲2010년: 중국 육군이 군사용 로봇을 선보인다.
  
▲2011년: 사람처럼 생긴 장난감 로봇인 로보사피엔(RoboSapien)의 새 모델이 나온다. 2004년 홍콩 회사가 내놓은 이 로봇은 수백만 대가 팔렸다.
  
▲2012년: BMI 기술을 채택한 첨단장치가 개발된다.
  
▲2014년: 로봇이 전투 상황에서 군인과 함께 싸운다(무인전투차량, 곧 로봇 병사가 적에게 사격을 가한다).
  
▲2015년: 서비스 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는 150억 달러에 이른다.
  
▲2019년: 일본과 한국의 연구진이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는 半(반) 자율 로봇을 내놓는다.
  
▲2020년: 생각 신호만으로 조종되는 무인차량이 군사작전에 투입된다.
  
▲2025년: 완전 자율 로봇이 처음으로 현장에서 활약한다.
  
서비스 로봇이 미국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현상파괴적 기술의 하나로 선정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펜타곤이 무인병기를 개발하기 위해 무인지상차량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용 로봇의 경우 미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살인 로봇은 군사 작전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와의 전투에서도 용맹을 떨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비스 로봇은 일상생활에서 그 쓰임새가 극대화된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을 도와주는 로봇이 각 가정에 필수품이 되면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 2025년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재활로봇이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가사 로봇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운동량이 부족해서 비만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다. 게다가 집안 일을 로봇에 맡김에 따라 저소득 여성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은 군사용 로봇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방 국가에 관련 기술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연구진은 일본과 한국에 추월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 역시 2025년까지 가사용 로봇과 오락용 로봇 시장에서 미국, 한국, 유럽, 특히 일본 업체와 괄목할 만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군사용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만물의 인터넷]
 
현대문명의 기반인 인터넷은 역설적으로 사이버 전쟁을 통해 인류의 삶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다.
만물의 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은 일상생활의 모든 사물을 인터넷 또는 이와 유사한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인지·감시·제어하는 정보통신망이다. 만물의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자 장치뿐만 아니라 식품·의류·신발·장신구 따위의 모든 물건이 포함된다. 이를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만물의 인터넷에 연결되기 때문에 두 가지 방식으로 정보가 교환된다.
  
하나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통신이다. 사람과 물건은 상호작용하면서 사물은 그 상태를 지속적으로 사람에게 보고하고 사람은 그 사물을 제어한다. 다른 하나는 사물과 사물 사이의 통신이다. 사람의 개입 없이 물건과 물건끼리 정보를 교환하면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다. 
  
 사물과 사물 사이의 통신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기계와 기계 사이의 통신이다. 기계와 기계 사이의 통신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면 그만큼 사람이 수고를 할 필요가 덜어진다. 가령 무선으로 통신하는 자동차끼리 서로 협동하여 충돌을 피할 수도 있고, 건물 안의 여러 곳에 설치된 온도 조절 장치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실내 온도를 최적화하여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만물의 인터넷은 무엇보다 유통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초래한다. 모든 상품마다 고유의 꼬리표(태그), 곧 무선주파수 식별(RFID) 태그를 달아놓고 만물의 인터넷에 연결하면 판매 및 재고 관리가 자동화되기 때문이다. 
  
각종 건물에 만물의 인터넷이 설치되면 실내 온도 조절은 물론 조명 제어, 도난 방지, 각종 시설물 관리 등이 효율화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사무실 안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는 두 가지 새로운 기능을 갖는다. 하나는 ‘모든 사물에 대한 창문(window on everyday things)’ 역할이다. 휴대전화는 물건의 가격, 구매 장소와 일시, 보증기간 등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 
  
다른 하나는 ‘환경의 원격 제어(remote controls for the environment)’ 기능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집 밖에서 조명, 도시가스, 난방, 가전제품 따위를 제어할 수 있다.
  
▲2007~2009년: 미국의 대형 소매 연쇄점들이 신속한 배달을 위해 창고 지게차와 포장에 RFID 태그를 채택한다.
  
▲2010년: 미국의 대형 소매 연쇄점들이 무인 점포의 계산을 위해 개별 상품에 RFID 태그를 부착한다. 정부기관·대기업·보건단체 등이 개별 문서를 추적 및 관리하기 위해 RFID 태그를 채택한다.
  
▲2011~2013년: 소비자들은 RFID 판독기(리더)가 들어 있는 휴대전화를 구매한다. RFID 리더는 생활용품으로 구매하는 물건에 대해 가격, 제조업체, 사용 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2011~2016년: 자동차는 무선으로 사전에 상태를 진단받는 기능을 갖게 된다. 이와 동시에 유지보수 비용이 절감됨과 아울러 새로운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갱신받게 된다.
  
▲2017년: 미국에 효율적인 유비쿼터스 위치 파악 기술(ubiquitous positioning technology)이 도입되어 처음에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18~2019년: 제조업체들은 분실과 도난에 대한 보증서가 달린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다. 이런 제품에는 유비쿼터스 위치 파악 정보를 수신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2020~2025년: 제품의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일상생활의 모든 물건을 네트워크로 연결함에 따라 상승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도모한다. 예컨대 어떤 기관에서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잡다한 물건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융합함으로써 특별한 용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그러한 네트워크는 제3자가 범죄 목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첨단기술의 부정적 측면
  
2025년까지 인터넷이 식품, 가구, 서류 따위의 모든 물건에 접속되면 미국인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질구레한 물건조차 제어하고 감시할 수 있으므로 만물의 인터넷은 현상파괴적 기술이 되고도 남는 것이다. 
  
인터넷이 개인, 기업, 정부기관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만물의 인터넷도 각 경제 주체에 도움을 주게 되므로 미국의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특히 유통 공급망과 물류 시스템을 혁신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사람 노동력에의 의존도 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 
  
 또 여러 곳에 분산된 물건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므로 범죄나 테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유비쿼터스 위치 파악 기술 덕분에 분실되거나 도난당한 물건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적들이나 범죄집단이 만물의 인터넷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어 가령 사이버 전쟁이 발발할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 따라서 일부 비판론자들은 2025년경에 만물의 인터넷을 구성하는 여러 종류의 물건을 생산하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물건 속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은닉해 퍼뜨리면 미국의 경쟁력에 흠집이 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만물의 인터넷 역시 여느 첨단기술처럼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처=월간조선 2009년 8월호
 
 
 
 
 

[입력 : 2019-04-19]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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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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